'부부싸움' 시부모님, 완벽하게 화해시킨 비법

두 분만을 위한 '강의'... 시부모님의 놀라운 반응

등록 2015.06.05 09:42수정 2015.06.0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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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우리 집에서 자동차로 30여 분 거리에 있는, 경남 함안의 시댁을 향해 운전을 하는 저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어머님은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는데, 남편은 그래도 가 보라고 합니다. 시댁에 도착하면 시부모님 앞에서 무슨 말로 어떻게 대화를 풀어가야 할지 걱정이 많습니다.


하루 전인 6월 2일 오전, 시아버님은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오늘 너희 집에 가고 싶은데 며느리가 당신을 데리러 오면 안 되냐고 묻더랍니다. 화요일은 제가 하고 있는 일 때문에 다른 날보다 늦은 시간에 퇴근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남편은 다음날에 오시면 안 되냐고 여쭸더니, 그러면 다음날 꼭 데리러 와 달라고 하시더랍니다.

그 이야기를 남편에게서 전해 듣고, 시댁에서 무슨 큰 일이 일어나고 있나 싶어서 어머님께 전화를 했습니다. 2012년 1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4년째 앓고 계신 시아버님 건강이 갑자기 많이 나빠졌냐고 여쭸더니 어머니는, 또 자신도 모르게 아들에게 전화를 했나 보다고 하면서, 아침나절에 아버님과 큰소리로 부부싸움을 했다고 합니다.

집 뒤 텃밭에 나가서 이런 저런 일을 하고 돌아왔더니, 아버님께서 잔소리를 하셨답니다. 어머님은 아버님께서 모든 일에 간섭을 하고 잔소리도 어찌나 많은지 모르겠다면서 이러다가 우울증이 오겠다고 하소연을 하십니다. 그러면서 당신이 아버님을 살살 잘 달랠 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하시면서, 내일 굳이 시댁에도 올 필요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시부모님의 부부싸움... 시댁 가는 맘이 무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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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의 사랑을 그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한 장면 ⓒ 아거스 필름


그날 저녁, 남편과 저는 시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남편은 그동안 제가 몰랐던 이야기도 들려 줍니다. 4년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고, 이제는 증상이 심해져서 혼자의 생활이 불가능해진 아버님의 간섭이 점점 심해지면서 두 분의 다툼도 잦아졌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아마 그런 이유로 두 분은 부부싸움을 했을 것입니다. 어머니는 아버님하고 단 둘이 있을 때, 자식들 앞에서와는 달리 당신이 아니면 아버님은 갈 데도 없고 보살펴 줄 사람도 없다고 자주 다툰답니다.

그래서 아버님은 너(어머님) 아니라도, 나는 아들도 며느리도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어머니 말이 틀렸다고, 갈 데가 있다고 보기좋게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 막내 아들에게 전화를 했을 거라는 것이었습니다.

결론은, 남편은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지 말고, 저에게 시댁에 가 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어머니 앞에서 아버님께 말씀을 드리라고 합니다. 언제든지 우리 집에 오시고 싶으면 전화하시라고요. 지금도 오시고 싶어하면 모시고 오라고 합니다. 그것이 아버님의 자존심을 세워 주는 것 아니겠냐고요.

그런 마음으로 시댁으로 향하니 착잡하기만 합니다. 두 분을 잘 화해시켜야 하는데... 아버님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서 어머니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해야 하는데...어떻게 이야기를 풀어야 하는지, 며느리 된 입장에서 참으로 어렵습니다.

사실, 남편의 생모이신 시어머니께서는 2003년 5월에 돌아가셨습니다. 지금의 어머니는  시어머니의 첫 번째 제사를 지낸 후인, 2004년 5월부터 아버님과 함께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와 손위 동서는 그분을 어머니라고 부르지 못했습니다. 왠지 돌아가신 시어머니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했고, 또 얼마만큼 아버님 곁에 머물러 계실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예상과는 달리, 12년째 아버님 곁을 지키는 그분께 몇 년 전부터 며느리들은 자연스럽게 어머니라고 부르게 되었고, 그분 또한 며느리들이 '어머니'라고 처음 불러 주었을 때 기분이 좋았다고 하셨습니다.

어제 오전 10시쯤, "아버님~" 하고 시댁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두 분은 안방에서 나란히 TV를 시청하고 계셨습니다. "웬일이냐"고 묻는 어머님께 "그냥 애비가 가 보라고 해서 왔네요~" 했습니다.

아침식사를 하지 않고 왔다는 저를 위해서 어머니는 아침 밥을 챙겨 주십니다. 식사를 마치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두 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난해 8월, 강사가 되기 위해 2개월간의 과정을 마치고, 여러 가지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하고, 몇 차례의 노인복지관과 평생교육센터, 그리고 기업 특강을 나가는 며느리의 상황이 궁금했나 봅니다.

그 순간 문득, 두 분을 위해 특강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차에 실고 온 노트북을 챙겨 왔습니다. 두 분은 며느리가 무슨 강의를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 궁금해 하셨지만, 정작 전 두 분을 위한 강의를 해 볼 생각은 못했던 터였습니다.

시부모님 두 분만을 위한 특강... 어머님의 놀라운 반응

두 분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며느리가 노트북을 켜고 PPT를 띄워 시작하는 강의를 경청하십니다. 치매 예방과 건강을 위해서 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손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와 건강박수에 대해서 설명을 했습니다. 손 끝 박수는 치매예방에 좋고, 주먹박수는 폐 건강에 좋고, 손목 박수는 생식기 건강에 좋다는 설명과 시범을 보여 드렸습니다.

흘러간 노래 '찔레꽃'을 들려 드렸습니다. 저의 진행대로 함께 건강박수도 치고, 노래도 따라 부르십니다. 건강박수 외에 다른 뇌체조도 열심히 따라 하셨고, 웃음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경청하셨습니다.

올해 84세이신 아버님과 74세이신 어머니에게 삶을 살아가는 데 힘을 주는 이야기도 들려 드렸습니다. 76세 나이에 그림을 공부해서 103세까지 화가로 활동하면서 미국의 샤갈로 불리운 '해리 리버만'이야기. 99세 나이에 첫 시집을 출간하여 일본과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일본인 할머니 '시바다 도요'씨 이야기. 65세 은퇴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고 30년을 보낸 뒤 95살이 되어서야 새롭게 무언가를 배워야겠다고 고백한 '95세 할아버지의 고백'을 들려 드리면서, 두 분도 100세까지 사실 텐데 지금이라도 새로운 일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시면 뇌 건강에도 훨씬 좋다는 이야기를 들려 드렸습니다.

그리고 끝으로 말의 중요성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 예를 양파실험과 평범한 수돗물 실험 결과 자료를 통해 보여 드렸습니다. 긍정적이고 좋은 말을 들려 준 양파와 부정적이고 기분 나쁜 이야기를 들려 준 양파, 그 결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평범한 수돗물에 긍정적이고 좋은 말을 들려 준 결과와 부정적이고 나쁜 말을 들려준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두 분께 질문을 했습니다. "물은 사람 몸의 얼만큼을 차지할까요?" 어머니는 "글쎄... 모르겠네" 하십니다.

"사람 몸에는 물이 체형에 따라 70~75%를 차지 하고 있어요. 어린 아기들은 물이 80% 이상 차지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부정적인 말,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또 그런 말을 듣는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말 한 마디가 말을 하는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고요, 말 한 마디가 말을 듣는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해요. 말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겠죠?"

그 순간, 어머니가 보여 준 반응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래, 그렇구나~ 내가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사실은 요즘은 아버지한테 화도 잘 내고 기분 나쁜 말도 많이 했는데... 다음부터는 안 그래야겠다" 하십니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신 아버님도 나름대로 저의 이야기를 이해하셨는지, 이제는 서로에게 들어서 기분좋은 말을 해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잎으로 10일 이후,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제삿날에 온 가족이 모이면 그때 온 가족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으면 좋겠다고도 하셨습니다.

두 분을 화해시키는 데 있어서 이렇게 쉽고 좋은 방법이 있었다니...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분명 시댁을 향해 출발할 때에는 마음이 무거웠는데, 저의 강의를 듣고 난 후의 두 분의 반응을 보니 행복합니다.

오로지 시부모님 두 분만을 위한 특강이었습니다. 이제까지 제가 했던 강의 중에서 가장 적은 수의 청중이었지만, 가장 소중한 분들이었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강의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분을 위해 또 다른 강의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시댁을 향할 때 무거웠던 발걸음과는 달리, 우리 집을 향해 시댁 대문을 나서는 저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워서, 강사가 되길 아주 잘 했다고 느꼈던 뿌듯한 순간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시아버지 #부부싸움 #강사 #브레인트레이너 #웰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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