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필요를 채우는 교환경제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 동화 (1)

등록 2015.06.05 10:30수정 2015.06.0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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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 피자를 먹고 사는 마을이 있었어.


마을에는 마당쇠 가족, 골목쇠 가족, 구두쇠 가족 등이 살고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한 해 동안 열심히 농사를 지어 추수한 곡식으로 피자를 만들어 먹었지.

마을 앞에는 커다란 숲이 있었지.

그 숲에는 노루 가족, 토끼 가족, 다람쥐 가족 등이 살고 있었지. 숲속 동물 가족들은 숲에서 나는 꿀을 먹고 살았어.

6월 어느 날.

더운 날씨에도 아빠 노루는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꿀을 따고 있었어. 사랑하는 가족들이 먹을 점심식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말야. 꿀을 따다가 벌에 쏘이기도 하고, 가시에 찔리기도 했지만 그 꿀을 맛있게 먹을 가족 생각에 아픈 줄도 몰랐어.


"이만큼이면 되겠다."

꿀 자루가 가득 찬 것을 확인한 아빠노루는 서둘러 산을 내려왔어. 점심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노루아빠는 거의 뛰다시피 걸었지.

산비탈을 내려오던 노루 아빠는 마당쇠 가족을 만났어. 아침부터 자기네 밭에서 브로컬리를 캐던 마당쇠 가족은 밭 그늘에 모여 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어.

아빠 노루가 마당쇠에게 인사를 건넸어.

"마당쇠야, 더운데 일하느라 힘들지?!"
"응, 아빠 노루구나! 좀 덥긴 해도 가족들이랑 함께 하니까 힘들지 않아."

마당쇠가 입가에 묻은 피자 조각을 닦으며 대답했어.

"그런데 마당쇠야, 지금 먹는 게 뭐야. 이상하게 생겼네?"

지금까지 꿀만 먹고 살아 온 아빠 노루는 마당쇠 가족이 먹고 있는 피자가 신기해 보였어.

"이거? 피자라는 건데, 내가 직접 만든 거야. 먹어 볼래? 아주 맛있어."
"그래? 그럼 하나 줘 봐."

아빠 노루는 마당쇠가 건네 준 피자를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기 시작했어.

피자를 처음 먹어 본 아빠 노루는 깜짝 놀랐어.
'이런, 지금까지 꿀이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와! 매콤하기도 하고 새콤하기도 한 게 정말 맛있네! 마당쇠야, 이거 좀 더 줄 수 있어? 우리 가족들에게 갖다 주고 싶은데..."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차마 혼자 먹을 수 없어서 아빠 노루가 부탁했어.

'어떻게 하지...'
마당쇠는 고민이 되었어. 남아있는 피자는 마당쇠 가족이 점심으로 먹을 것뿐이었거든. 노루네 가족에게 피자를 나눠주면 마당쇠 가족이 그 만큼 점심을 적게 먹어야 해.

하지만 마당쇠는 아빠 노루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어. 가족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은 아빠 노루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지. 사실, 마당쇠가 열심히 일을 하는 것도 가족들에게 맛있는 피자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거든. 그래서 마당쇠는 자기가 먹을 피자를 몽땅 바구니에 담아 아빠 노루에게 건넸어.

"이거 가져가서 식구들 줘. 난 아까 많이 먹었어."
"고마워, 마당쇠야! 정말 고마워!"

피자 바구니를 받아 든 아빠 노루는 기뻐서 눈물이 나려고 했어. 맛있는 피자를 먹으며 행복해 할 가족들을 생각하니 말이야.

"그런데 노루야, 등 뒤에 짊어진 건 뭐야?"

마당쇠가 피자 상자를 가슴에 꼭 안고 막 떠나려는 아빠 노루에게 물었어.

"응, 이건 꿀이야. 방금 숲에서 땄어. 우리 가족 점심식사야."
"그래? 너희 가족은 꿀을 먹고 사는구나! 꿀꿀이 가족이네. ㅋㅋ... 근데, 맛있어?"
"피자보다는 아닌 데, 그래도 꽤 맛있어. 좀 먹어봐."

아빠 노루는 등에 짊어진 자루를 풀어 꿀을 한 접시 가득 담아 마당쇠에게 건넸어.

마당쇠는 처음 보는 꿀이 낯설기만 했어. 정해진 모양도 없이 흐물흐물 한 것이 아주 이상해 보였거든. 그래서 먹을까 말까 고민하며 머뭇거리고 있었지.

"왜, 꿀이 무서워? ㅋㅋ... 이런 겁쟁이. 손가락으로 찍어서 조금만 먹어 봐."

주저주저하는 마당쇠를 보며 아빠 노루가 큭큭 웃으면 말했어.

"무서운 게 아니라 이상해서 그러거든..."

아빠 노루의 웃음에 약간 자존심이 상한 마당쇠가 고개를 반쯤 돌리고 엄지손가락 끝에 살짝 꿀을 묻혀 입으로 가져갔어.

그런데 잠시 후,
마당쇠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탄성을 질렀어.

"와!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다니... 최고야! 최고!"
"노루야, 매일 이렇게 맛있는 꿀을 먹고 사는 너는 정말 행복하겠다!"

처음 꿀맛을 본 마당쇠가 부러움에 찬 목소리로 말했어.

"무슨 소리야,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피자를 먹고 사는 네가 행복하지."

아빠 노루가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어.

"행복한 건 너야."
"아니야, 너야."

아빠 노루와 마당쇠는 서로의 생각을 조금도 굽히지 않고 입씨름을 계속하고 있었어.

"얘들아, 그럼 꿀과 피자를 서로 나눠 먹으면 우리 모두 행복해지겠구나!"

양측의 팽팽한 입씨름을 보면서 마당쇠 아버지가 재미있다는 듯 말했어.

"그래, 그럼 되겠구나."
"그거 좋은 생각이다."

아빠 노루와 마당쇠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어.

"그럼, 내가 내일 피자를 가지고 너희 집으로 갈 테니까 꿀을 준비해 놔. 피자와 꿀을 서로 필요한 만큼 바꾸자."
"알았어, 그럼 내일 만나."

마당쇠와 작별인사를 나눈 아빠 노루는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갔어.

이렇게 해서 노루 가족과 마당쇠 가족 사이에는 서로서로 필요한 것을 바꾸어 쓰는 교환경제가 이루어졌어.
#가족 #행복 #경제 #꿀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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