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메뉴 고민? 신입이 해야할 건 따로 있다

[직장인 일기⑧] 신입이라면 이것만큼은 지키자

등록 2015.06.18 09:33수정 2015.06.1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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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KBS <개그콘서트>의 종영코너 '편하게 있어'(2013년 8월 4일부터 2014년 5월 25일까지)에 직장인들은 '폭풍 공감'을 보냈다. 회식을 마치고 상사의 집에 간 부하 직원은 일찍 귀가하고 싶지만, 상사는 "편하게 있어"를 연발하며 더욱 힘들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직장을 구했지만, 상사에게 치이고 후배에게 쫓기며 늘 동분서주한다. 카드값과 보험료, 대출금 이자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통장 잔액. 가족 앞에서도 어깨를 펴지 못하고 갈수록 왜소해진다. 이렇듯 누구나 공감할 만한 직장인이 겪는 애환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 기자 말

월요일 오전 9시, 주간회의 시간이다. 본사 회의실 벽의 대형화면에는 화상이 분할돼 전국의 모든 지사 회의실이 비친다. 이제 각 지사의 주간업무보고가 끝나고 며칠 전 입사한 본사 신입사원을 소개할 차례다.

대학원까지 졸업해 고난과 역경을 넘고 넘어 드디어 우리 회사에 입사한 20대의 그녀. 뽀얀 피부에 눈이 예쁜 깜찍한 신입사원 앞에 서면 다른 단점도 다 묻혀버린다.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외견상으로만 그랬다. '울트라 초절정 어메이징'의 엘리트 여사원에게도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으니….

"저… 저기, 새…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 김OO인데요, 저기… 재경부에서 근무하게 되었…. 자, 잘 부탁드리고요…. 열심히 할게요 저… ."

멋지게 자기소개를 해보려고 준비도 했지만, 막상 인사를 시작하니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말문이 막혀버렸다. 눈앞이 캄캄해지니 행동은 물론 말까지 더듬고 말았다. 활동적인 성격에 입사 면접도 멋지게 소화했던 그녀였다.

하지만 수많은 상사 앞에 서니 한없이 작아지고 만다. 자신의 이미지를 전 직원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간에 이런 실수를 범하다니, 정말이지 '우라질 시추에이션'이 따로 없다.

신입 생활, 당신의 회사 생활 중 극히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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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기간은 회사생활 기간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업무는 물론 회의, 동호회, 조직 활동, 회식 등 낯선 환경 적응에 힘들지도 모른다. ⓒ filckr


그런데, 정말 이 장면은 20여 년 전 내게 굴욕을 안겼던 사회초년생 때 모습과 똑 닮았다. 입사를 위해 아무리 열심히 준비했다지만, 직장 초년생이 처음부터 자신이 맡은 업무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이력서를 쓰고 준비했던 순간들이 아니었던가? 그런 어려움을 딛고 힘들게 입사했다면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노력하려는 신입이 돼야 한다. 마법을 쓰지 않는 이상, 튀어 보겠다는 행동은 감점요인이 되고도 남는다. 오히려 기본을 지키는 길이 신입 티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길이다.

그렇게 선배들 앞에만 서면 진땀부터 흘렸던 내가 지금은 회사의 임원까지 됐으니,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라는 구절이 아마도 딱 어울리겠다. 내가 하는 작은 행동 하나가 나를 평가하는 도구가 돼버리는 냉정한 현실에서 상사에게 사랑받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신입사원 기간은 회사생활 기간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업무는 물론 회의, 동호회, 조직 활동, 회식 등 낯선 환경 적응에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을 돌아보고 배우는 태도만 유지한다면 신입 기간은 금방이다. 사소하지만 정말 사소하지 않은 것들이 더 많은 직장생활, 한 번 더 신경 쓰고 한 번 더 확인하는 행동이 앞날을 위한 지름길이다.

며칠 전에 본 여름 신상을 구경하느라 정말이지 딱 처음으로(?)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딱 그때 지나가던 직속상사 김 대리에게 포착됐다. 소리 없이 내 곁을 스친 상사, 이때 내 모니터의 바탕이 '마케팅 보고서' '업무일지' 등의 제목이었으면 좋았으련만….

인터넷 창을 닫거나 최소화시킬 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사태였다. 아, 이를 어쩐다. 모니터 보안 필름이 이토록 그리워지기는 또 처음이다. 내 모니터를 보고 차라리 뭐라고 말이라도 하고 갈 것이지.

다 봐 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지나가는 김 대리. 이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밖에 없다. 내가 온종일 인터넷 쇼핑에만 업무시간을 할애한 파렴치한도 아닌데…. '뒤끝 작렬' 김 대리의 눈치를 살피고 있자니,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 온종일 일하다가 잠깐 화장실 한 번 다녀왔는데 부장님이 그랬단다.

"왜 신입은 항상 자리에 없어?"

만약 상사에게 언짢은 소리를 들었다면 쿨하게 잊어버려야 정신건강에 이롭다. 오래 담아두면 병이 된다. 한 번쯤은 상사가 왜 그런 말을 하게 됐을까 생각해보고,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면 금방 풀린다.

혹시 실수하더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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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지 않는 것보다 실수하는 신입이 낫고, 혹시 실수하더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 ⓒ HikingArtist.com


신입사원이라고 해서 특별히 지켜야 할 사항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신입은 실수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상사가 개인적인 감정과 편견이 있는 경우만 아니라면, 행동하지 않는 것보다 실수하는 신입이 낫고, 혹시 실수하더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 결론적으로 놀 때는 놀고, 일할 때 열심히 하면 된다.

인터넷 쇼핑몰 화면을 들킨 사건보다 더 중요한 진리를 명심하자. 늘 활짝 웃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신입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상사는 아마 없으리라. 일단 입사 후 올바른 호칭과 인사만 잘해도 절반의 성공이다.

처음 입사 후 가장 먼저 할 일 중의 하나가 소속 부서와 인근 부서의 직급과 이름 그리고 얼굴까지 기억하는 것이다. 특히 '저기요' '선배' 등의 호칭은 동네나 캠퍼스 안에서나 통용되는 단어임을 명심하라.

회의 때 총명하고 빛나는 신입사원으로 거듭날 필요까지도 없다. 왜냐하면, 당신은 신입사원이니까. 회의 전, 안건에 대해서 충분히 숙지만 하고 잡담과 스마트폰 사용 정도만 주의하면 충분하다.

신입, 상사는 몰라요. 상사도 신입을 몰라요. 하나부터 열까지 신입과 상사는 너무 달라요. 뽀얀 피부에 눈이 예쁜 초특급 매력을 발산하는 신입사원이라고 할지라도 단점까지 다 묻을 수는 없다. 신입이라면 최소한 이것만큼은 돌아보자.

▲ 설령 혼나더라도 쿨하게 잊어버려야 정신건강에 이롭다.
▲ 행동하지 않는 신입보다 실수하는 신입이 낫다.
▲ 혹시 실수하더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자.
▲ 회의 전, 안건 정도는 숙지한다.
▲ 보고도 없이 슬그머니 자리를 비우지는 말자.
▲ 출근하자마자 개인 전화나 SNS에 목숨 걸지 말자.

▲ 공공연하게 사적인 어려움을 토로하지 말자.
▲ 올바른 호칭과 인사만 잘해도 절반의 성공이다.
▲ 책상 위는 정리돼 있는가 확인하자.
▲ 책상에서 거울을 보며 자주 화장을 고치지는 않았나? (화장은 화장실에서)
▲ 얼굴에 오늘의 기분이 명확히 나타나 있지는 않았나? ('나 오늘 저기압이니 건들지 마?' 이런 거 말이다)


아프니까 신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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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신입이다. ⓒ pixabay


최근 취업포털 M사는 지난 19년간 리쿠르팅 상담을 통해 얻은 팁을 바탕으로 신입사원 행동의 일곱 가지 원칙을 내놨다. 이 회사가 내놓은 일곱 가지 팁은 ① 인사할 때는 큰소리로, 아이 컨택을 ② 근무할 때는 적당히 긴장하라 ③ 점심시간 메뉴를 고민하라 ④ 일찍 출근, 늦게 퇴근하라 ⑤ 싹싹해야 덜 고생한다 ⑥ 혼날 때도 스마트하게 ⑦ 퇴근 후 약속을 자제하라 등이었다.

그런데 수칙이라고 내놓은 내용이 무슨 이등병 근무수칙만큼 황당하다. 아무리 상담을 통한 통계 결과라 하지만, 이 행동원칙만 놓고 보자면 너무 가혹하다. 아마도 이 항목들은 상사들이 먼저 가져야 할 항목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첫 사회생활로 정신이 하나도 없을 신입사원에게 이런 잣대는 군대 생활과 무엇이 다를까? 아직도 이런 군대 같은 상명하복식 기업 문화가 전형적인 업무 괴리 스트레스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인드를 가진 기성세대들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문화 발전이 없는 게다. 애초에 이런 '꼰대' 의식으로 무장한 회사는 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겠지만, 어디 대한민국에서 그게 마음대로 될 법인가.

아직도 늦지 않았다. 열심히 준비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날 키워줄 회사를 선택하라. 그리고 내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회사는 당신을 선택한다. 잊지 말자.

'아프니까 신입이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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