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컵,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등록 2015.06.14 17:22수정 2015.06.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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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 컵은 편리함의 상징인 동시에 물질적 낭비의 상징이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소비행위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사람도, 그것을 보는 사람도 그것이 문제라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


환경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1회용 컵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끼리 1회용 컵으로 된 음료를 마시면서 서로 머쓱해할 때도 있다.

1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음료를 마시지 않거나 다회용 컵을 사용하면 된다. 음료를 마시지 말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요구이기 때문에 다회용 컵을 사용하면 된다. 모두가 가방에 다회용 컵을 들고다니면서 자기 컵에 음료를 달라고 하는 것이 좋겠지만 모든 사람이 실천하기는 당장은 요원하다.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매장 안에서 음료를 마실 때만이라도 다회용 컵에 마시는 것이다. 그런데 이 쉬운 방법조차도 실천이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1주일 동안 손님을 만나기 위해서 혹은 혼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커피전문점에 가면서 1회용 컵 사용을 줄일 수 있을지 실험 비슷한 것을 해봤다. 결론은 말하자면 여섯 곳을 방문했고, 일곱 잔은 머그컵이나 유리컵에 마셨고, 한 잔은 1회용 컵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하면 내 개인적 노력으로 1주일에 일곱 개의 1회용 컵의 사용은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일 처음 간 곳은 교대역 근처 커피O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서 머그컵에 달라고 하니 머그컵으로는 아이스커피를 마실 수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뜨거운 아메리카노로 다시 주문하면서 왜 머그컵으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없는지 물었다. 아르바이트 직원은 당황해하면서 왜 그런지 자기는 모른다고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앉아서 음료를 마시고 있는 손님들은 모두 1회용 컵에 마시고 있다. 처음에 주문할 때 주문을 받는 직원은 음료의 사이즈나 적립카드가 있는지 여부는 물어보지만 테이크 아웃을 할 것인지, 매장 안에서 마실 것인지, 매장 안에서 마실 때 머그컵을 사용할 것인지 1회용 컵을 사용할 것인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매장 안에서 마실 때에는 머그컵을 사용하라거나 머그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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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역 근처 커피빈 매장 내에서는 머그컵을 달라고 요구를 하면 머그컵으로 마실 수 있다. 매장 안 손님들은 모두 1회용 컵으로 마시고 있다. ⓒ 홍수열


두 번째로 간 곳은 양재역 근처 투썸플레이스였다. 점심식사 후 잠깐 회의를 하기 위해서 들렀다. 역시 주문을 받을 때 다회용 컵에 대한 안내는 없다. 머그컵으로 주문을 하니 여기서는 그냥 머그컵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준다.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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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역 근처 투썸플레이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서 머그컵을 달라고 하니 머그컵으로 준비해 주었다. ⓒ 홍수열


세 번째로 간 곳은 엔제리너스 커피점이었다. 이 곳도 역시 머그컵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니 머그컵에 담아서 줬다. 매장 안을 둘러보니 여섯개 테이블에 손님이 앉아있었는데 모두 1회용 컵에 마시고 있었다. 주문을 할 때 머그컵 사용여부는 물어보지 않았고, 안내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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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근처 엔제리너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머그컵에 마셨다. 매장 안 손님들은 모두 1회용 컵으로 마시고 있었다. ⓒ 홍수열


네 번째 간 곳은 충남도청 내 커피매장이었다. 충남도청에 회의에 참석하기 전 잠시 짬을 내어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이 곳은 1회용 컵만 사용하고 있었다. 장애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충남도청에서도 사회적 취약계층 배려는 하면서 1회용 컵 줄이기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았다.

장소도 넓고, 충남도청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테이크아웃보다는 앉아서 음료를 마시는 비율이 훨씬 높아 보이는데, 다회용 컵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무척 아쉽다. 1주일 동안 유일하게 1회용 컵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곳이 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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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청 내 커피매장 매장 내에서 마시더라도 다회용 컵이 제공되지 않아 아쉬웠다. ⓒ 홍수열


다섯번째는 여의도의 작은 커피매장이었다.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다회용 컵이 제공되었다. 그런데 아이스 음료는 유리컵, 뜨거운 음료는 머그컵에 제공하고 있었다. 내가 주문할 때는 유리컵 여분이 없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려면 한 사람은 1회용 컵에 마셔야 한다고 했다.

우선 뜨거운 커피 1잔, 아이스 커피 1잔을 주문하고 나서 왜 머그컵에는 아이스 음료를 마실 수 없는지 물어보았다. 답은 간단했다. 아이스 음료는 얼음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머그컵으로는 잔이 넘치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이전에 머그컵에 아이스 음료를 제공해 준 매장은 어떻게 된 것일까? 뜨거운 음료용 머그컵와 차가운 음료용 유리컵을 별도로 준비해 두지 않은 것이 아닐까? 즉 매장내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손님들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 아닐까? 뜻밖의 장소에서 답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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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작은 커피매장 차가운 음료는 유리컵, 끄거운 음료는 머그컵에 제공하고 있다. 매장 안에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손님들을 볼 수 있었다. ⓒ 홍수열


마지막으로 간 곳은 여의도 스타벅스였다. 스타벅스는 나름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들은 적이 있어 기대를 하고 갔는데, 차가운 음료는 유리컵에 제공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곳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회용 컵에 대한 별도의 안내나 안내문 부착이 되어 있지 않았다.

매장직원에게 물어보니 아침에 매일 들르는 단골손님들이 다회용 컵으로 주문하긴 하는데, 거의 다회용 컵으로 주문하는 손님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자신의 컵을 가지고 와서 300원 할인을 받는 손님이 더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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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스타벅스 아이스 음료는 유리컵에 제공하고 있다. 매장직원에 따르면 내에서 다회용 컵으로 주문하는 손님은 거의 없다고 한다. ⓒ 홍수열


전염이론(Contagion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전염효과(Contagion effect)라고 하기도 한다. 개인이 집단의 심리에 동조하게 되는 것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라고 한다. 다회용 컵 사용이라는 것도 전염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만약 매장 내에서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면, 그리고 매장 내에서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소비행위라는 홍보와 교육을 통하여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진다면 사람들은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실 때에는 당연하게 다회용 컵을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매장에서도 다회용 컵을 음료의 용도에 맞게 준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반대로 너도나도 1회용 컵만 마신다면 모두다 거리낌없이 1회용 컵을 사용할 것이다.

모두가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1주일 동안 찾아다닌 커피매장들은 모두 다회용 컵 사용을 손님들에게 권하지도, 물어보지도 않았으며, 이에 대한 안내문구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한 곳을 제외하고는 다회용 컵을 손님이 요구를 하니 제공을 하였다. 즉, 다회용 컵을 사용한다는 생색은 내고 있지만 손님들에게 다회용 컵을 적극적으로 권하면서 1회용 컵 사용을 줄일 생각과 의지는 없는 것이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보면 음료를 파는 매장에서는 1회용 컵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종이컵은 사용규제에서 제외되어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취임하자 마자 규제완화조치로 규제에서 제외했다. 다만, 매장 면적이 50평이 넘어가는 경우에는 자발적 협약을 체결해야만 사용할 수 있고, 미만의 경우에는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1회용 컵의 90% 이상을 회수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2009년 환경부와 업체들이 체결한 자발적 협약을 보면, 80평 이상(공유면적 제외)장은 매장 내에서는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80평 미만의 매장의 경우에는 다회용 컵을 사용하도록 '노력'하도록 하고 있다. 2011년 8월 발표한 환경부 보도자료에서는 1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 매장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타벅스의 경우 2011년 6월부터 전체 350개 매장에 대해서 매장 내에서 1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며, 8월 1일부터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할리스 등 902개 매장으로 확대한다고 하였다. 2011년 상반기 동안 스타벅스 매장에서 시범사업을 한 결과 350개 매장 내 머그컵 사용비율이 28% (1차로 실시한 50개 매장은 60%)였다고 발표하였다.

4년이 지난 지금 매장 내에서 1회용 컵이 사라졌을까?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서 아마 전혀 체감하고 있지 못할 것이다. 사업자들은 정부에서 조금 신경을 쓰면 다회용 컵 사용비율을 늘리기 위해서 노력하다가 조금만 관심이 떨어지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버리는 것 같다.

매장 내 사용되는 1회용 컵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관련 규제가 강화되어야 한다. 1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다회용컵 사용을 촉진할 수 있는 강제력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 매장 내에서 다회용 컵을 사용해야 한다는 안내문을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부착하고, 주문받을 경우에도 다회용 컵 사용여부를 묻도록 하는 것을 사업자의 의무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

전염효과에 빗대어 보면 환경에 나쁜 행위는 편리하기 때문에 쉽게 전파되고, 좋은 행위는 오히려 억제된다. 환경에 좋은 행위가 전파되기 위해서는 나쁜 행위의 전파를 막는 '방역'활동이 필요하다. 규제의 강화,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 소비자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1회용 컵 #일회용컵 #자발적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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