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심조는 공은 사유화하고 과는 공유화한다"

'진보통합파' 비판한 노동당 당원, '당원 노릇 8년 결산' 글 화제

등록 2015.06.23 18:26수정 2015.06.2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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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과 노동당, 국민모임 등이 진보정당 재편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진보정당 내부를 통렬하게 비판한 한 노동당 당원의 글이 화제다.

노동당 당원인 윤아무개씨는 23일 노동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당원 노릇 8년 결산'이라는 글에서 '노심조'(노회찬-심상정-조승수)를 향해 "(이들의) 문제는 공은 사유화하고 과는 공유한다는 것이다"라고 아프게 지적했고, 김종철 전 부대표나 강상구 대변인 등 노동당 40대 핵심인사들에게는 "당신들을 데리고라면 맑스가 당 대표를 하고 레닌이 사무총장을 해도 망할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윤씨의 글은 진보정당 내부뿐만 아니라 '진보정당 통합파'를 비판하는 한 당원의 최후통첩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그로 인해 그의 글에는 50여 개의 댓글이 달렸고 조회수만도 1만회를 넘어섰다. 

"노심조가 받아먹은 건 어마어마해요"

'당원 노릇 8년 결산' 글에 따르면, 윤아무개씨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2008년 4월 진보신당에 입당해 8년째 진보정당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 종합병원에서 일한다는 윤씨는 "진보신당의 '평등 생태 평화 연대'란 말에 꽂혀서 들어왔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운동권 출신도 아니라고 했다.

윤씨는 "운동하는 사람들을 경외하는 눈으로 쳐다보면서 지내다가 뭔가 좀 이상하다 하는 생각을 입당 후 3~4년 지나고 하게 됐다"라며 "노심조가 그렇게 토끼는데 그 상황이 정말 이해가 안 가더라"라고 말했다.

'노심조'는 노회찬 전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 조승수 정의당 정책위의장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들은 지난 2011년 9월 열린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과 통합하는 안이 부결되자 진보신당을 탈당한 바 있다.


윤씨는 "노심조 같은 정치인들을 만들기 위해 들어갔던 인풋(input)을 대체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에요?"라며 "수십 억, 수백 억으로 값을 매기기에도 모자라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윤씨는 "난 그 당시 탈당했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함께 운동했던 동지를 배신하고 변절할 수 있느냐'고 묻고 싶지 않다"라며 "내 시각에서 보이는 건, '받아처먹은 게 있으면 반드시 토해 놔야 한다'라는 세상 이치다"라고 일갈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받은 만큼 내놔야 하는 거지. 노심조가 받아먹은 건 내가 봤을 때 어마어마해요."

윤씨는 "자신이 성장하기까지 기반을 만들어준 집단에 대한 조직관이 형성되지 않은 리더는 그 자체로 리더의 자질이 없다"라며 "(진보)재편을 말하는 사람들 중 노심조에 대한 거부를 '당신들은 정치를 모른다고 평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는 당신들은 세상을 모르는 거다"라고 반박했다.    

"노심조의 문제는 공은 사유화하고 과는 공유화한다는 거에요. 성공하면 자기가 잘 나서이고 실패하면 당이 못나서이지."

"이 당이 '도로교통당'인 줄 알았어요"

이어 윤씨는 "근데 이게 노심조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 당의 속칭 '선수'들의 정도가 다르다뿐이지 죄다 이런 수준이다"라고 통렬한 비판의 화살을 노동당 내부로 돌렸다.

윤씨는 "난 이 당이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대중정당을 해본 적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대중정당을 하겠다고 한 지 어느덧 8년인데 그동안 이 당은 한 번도 성장해본 적이 없다, 늘 정체하거나 퇴행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중정당'보다는 '내부노선 투쟁'에 매몰된 당을 이렇게 꼬집었다.

"난 처음에 이 당이 '도로교통정당'인 줄 알았어요. 걸핏하면 노선이 어쩌고. 견인이 어쩌고. 아니 뭐 버스노선이야? 사고나면 달려오는 렉카야?"

윤씨는 "이 당의 당원을 하려면 무조건 이 당의 정서에 맞춰야 한다는 거다"라며 "이제 입문한 사람의 생경함, 불편함 따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래요. 어딜 가든 그곳의 룰에 따라야 하는 게 맞지. 좋든 싫든 일단 따르고 보는 거고. 정 싫으면 떠날 수밖에. (중략) 그렇다면 당신들은 대중정당을 한다면서 세상의 룰을 따르고 있나요?"

윤씨는 "이 당은 무능에 관대하고 사람에 대한 평가 전혀 없다"라며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 속속들이 분석하고 재단하면서, 심지어 가보지도 못한 그리스의 좌파정권까지 분석하면서, 이 당의 선수들은 왜 자기 자신들에 대해선 분석들을 안 하죠?"라고 꼬집었다.

"대중들은 필요해야 찍어요"

"이 당에 들어와서 당에서 받은 문자라곤 돈 내라, 집회 나와라 하는 연락밖엔 받지 못했다"라고 토로한 윤씨는 자신이 소득의 10%를 당비, 기관지 구독, 희망기금, 지역거점공간 후원비 등으로 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당은 "그러려니 하지 별로 고마워 하지도 않았"다.

"당원들 돈 허투루 생각하지 마세요. 당원들은 ATM기기가 아니에요. 당비 만 원 내는 당원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요?"

윤씨는 한 지역위원장이 페북에 "당신들이 선거에 인생을 걸어봤느냐? 나경채 대표가 재보선에 출마했는데 특당비가 고작 150만 원 걷혔다. 이게 이 당의 수준이고 현실이다"라는 글을 올린 것을 두고 "그게 당신들의 수준이고 현실이지 어떻게 당의 수준이고 현실이야?"라고 따져물었다.

"진보결집의 열망을 품은 당원이 과반이 넘는다며. 근데 그 열망을 오롯이 받아 안은 대표가 선거에 나간다는데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당원만 후원금을 내요? 당신들이 어떻게 일을 했길래. 언어도단도 유분수지, 자신들의 무능을 어째 이렇게 큰소리치며 말한다죠?"

윤씨는 진보정당들이 지역거점공간 전략으로 내놓은 '민중의 집'에도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그는 "민중의 집이 잘 안 되면 당이 실패한 거냐?"라며 "민중의 집의 사업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복지회관 같은 곳에만 가도 온갖 강좌에 운동까지 실비 혹은 공짜로 할 수 있는데 대중들이 굳이 그런 공간을 찾을까?"

특히 윤씨는 "지역거점공간을 당원들 후원으로 만들어놓고 정작 노동당 이름은 내걸지 않는다"라며 "당 이름을 내세우면 사람들 피한다는데 당 이름이 도움이 되지 않아 이 당이 필요가 없다면서 왜 굳이 당은 끌고 나가려고 해요?"라고 따져 물었다.

"언젠가 김민하가 그런 말을 했더라고요. 좋아야 찍고, 알아야 찍고, 찍어야 찍는다고. (중략) 난 그것도 틀린 말이라고 생각해요. 대중은 필요해야 찍어요."

윤씨는 "어설픈 지역거점공간들을 여기저기 만들 바에야 차라리 유치원을 만들자"라며 "방통대에 유아교육과 있으니 편입해서 2~3년만 다니면 자격증 있을 테고, 돈이 문제면 보육협동조합이라도 만들자"라고 제안했다.

"당원들은 하루하루에 목숨 걸고 살아요"

윤씨의 실명 비판은 '노심조'에 이어 노동당의 40대 핵심인사들에도 향했다. 이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보정당 통합에 공감하고 있는 인사들이다. 먼저 구로 민중의집 대표인 강상구 대변인에게는 "딱 봐도 수익성 제로인 민중의 집 만들어놓고 뭘 다 해봤다는 말인지, 자신의 기획능력 부재를 어디에다 덤터기 씌워요, 씌우길"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철 전 부대표에게도 "김종철은 자기 젊었을 시절엔 운동하기 딱 좋은 때였는데 지금은 힘들대"라며 "젊은 활동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어야 하는 게 당신의 책무였다"라고 일갈했다.

"이 당의 중년들. 책임은 쥐꼬리만큼 지고 권한은 어마어마해요. 당의 진로는 자기들이 모여서 회의하고 글쓰면 뚝딱 결정되는 줄 알아."

권태훈 부대표에게도 "당원들 대다수가 40대고 20, 30대 당원이 씨가 말랐대, 당이 자꾸 노후화되니 진보결집밖에 답이 없대"라며 "전문성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우리 당협 당원명부 받아들자마자 70년대생을 세봤어요. 딱 55명입디다. 절반에 해당돼요. 그러니까 3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이지. 이 사람들, 당협모임 안 와요. 왜냐하면 한창 먹고 살기 바쁠 때거든.

평균 수명 늘어나면서 부모임은 더 오래 사시고, 사회가 이 모양이니 자식들이 독립할 수 있는 나이는 더 늦춰져요. 즉, 부모님은 더 오래 봉양하고, 자식은 늦도록 양육해야 해요. 내 한 몸 먹고 살 자신도 없는데 여차하면 3대를 먹여 살려야 하는 거지."

이어 윤씨는 "이 당의 '정당인'들이 왜 이 모양일까 가만히 생각해봤다"라며 "이 사람들 '내가 서울대 연고대씩이나 나와서 무슨 대가를 바란 것도 아니고 오로지 희생과 헌신으로 이 운동에 투신했는데 이제 당이란 더 이상 나한테 도움도 안되고 내가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지, 바득바득 우기면서 죽을 길만 고집하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선거에 목숨을 걸어봤느냐니. 당원들은 하루하루에 목숨 걸고 살아요. 대충 지내다가 철마다 메뚜기라고 선거 때 되면 바짝 한두어 달 고생하고 결과는 나 몰라라.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고된 일 하고 사는 것 같이 말하지 말아요."

"정치를 글로만 배우면 쓰나"

노동당 40대 핵심인사들을 향한 비판은 더 이어졌다. 윤씨는 "난 이 당의 정당인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라며 "내가 당신들을 보면서 느낀 건 자기 직업에 대한 전문성과 직업의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당의 지지기반이라는 게 결국 과거 운동권들의 향수에 기인해요. 잘할 거란 기대는 없지만 왠지 짠하니까 당비 내준다. 근데 그 향수라는 것도 자그만치 20년이거든. 약발이 떨어져도 벌써 떨어질 때가 됐죠."

윤씨는 "당신들은 온실 속의 화초였다"라고 꼬집은 뒤, "이 당이 망했다면 당신들을 대중정치인으로 길러내려던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는 것이다"라며 "당신들 데리고라면 맑스가 당대표를 하고 레닌이 사무총장을 해도 망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당인'으로서 당신들의 존재감이란 노동당의 위치에 기인한 거에요. (중략) 당신들에게 당신들의 커리어는 곧 이 당이에요. 이 당이 망하면 당신들도 끝난 거지. 여기나 되니까 당신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예우를 받는 거지, 이 당이 망했다면 당신들도 망한 거에요."

윤씨는 "난 이제 자기 밥벌이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적어도 이 당에서만큼은 믿지 않을 것이다"라며 "이 나라에서 일해서 남은 돈 받아먹고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아는 사람 말을 듣겠다"라고 말했다.

윤씨는 "매번 똑같은 사람들 만나서 똑같은 말만 하지 말고 다양한 직업군의 당원들을 만나라"라며 "당신들이 아무리 세상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해봤자 어느 분야든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못 당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런 쓴소리로 글을 맺었다.

"당의 외연의 확대를 말하기 전에 자기 인간관계부터 확대해야죠. 정치를 글로만 배우면 쓰나."
#노회찬 #노동당 #노심조 #김종철 #강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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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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