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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노트' 홍광호의 노래 vs 김준수의 연기

[공연리뷰] 늘어지는 전개 속 제몫 다하는 배우들 눈길

15.06.29 11:25최종업데이트15.06.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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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데스노트>에서 라이토로 분한 홍광호(왼쪽)와 사신 류크 역을 맡은 강홍석(오른쪽) ⓒ 씨제스컬쳐


만화로 시작한 <데스노트>는 이후 드라마,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모든 것을 접하지 않은 이들이라도 '노트에 이름을 쓰면 죽는다'는 <데스노트>의 기본적인 내용은 알 정도다. 익숙한 이야기를 또 다른 형태의 작품으로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기존 형태의 결과물과 비교할 수밖에 없는 법. 어쩌면 뮤지컬 <데스노트>에 캐스팅된 배우들의 고민도 그 지점이었으리라.

뮤지컬로 거듭난 <데스노트>는 우연히 데스노트를 손에 넣고 세상을 자신의 방식으로 심판하려는 라이토, 범인을 쫓는 천재 탐정 엘(L)로 각각 홍광호와 김준수를 선택했다. 아울러 정선아에게 아이돌 가수 미사 역을, 강홍석과 박혜나에게 각각 사신 류크와 렘 역을 맡겼다. 어느 한 사람 빠질 데 없는 라인업을 구축해놓고 여기에 '원캐스팅'이라는 모험을 덧붙였다. 2개월간 어느 공연을 찾아도 다섯 배우가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뮤지컬 <데스노트>에서 가수 미사 역을 맡은 정선아(왼쪽)와 사신 렘 역의 박혜나 ⓒ 씨제스컬쳐


<데스노트>를 향한 기대감은 객석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지난 20일 개막을 앞두고 19일 오후 프리뷰 공연이 열린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부근은 이미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관객으로 가득 찼다. 배우들은 2시간이 넘는 공연시간 내내 무대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고, 관객들은 그런 배우들이 한 곡 한 곡 노래를 끝낼 때마다 힘차게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데스노트>를 이끌어가는 두 축은 홍광호와 김준수였다. 영국 공연 후 국내 복귀작으로 <데스노트>를 택한 홍광호는 안정적인 가창력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홍광호의 목소리는 극이 진행될수록 단단해졌고, 그가 라이토에 빠져들수록 캐릭터에서는 단호함이 느껴졌다. 공연 후반부, 라이토가 엘과 테니스 한판 대결을 벌이고, 데스노트의 광기에 사로잡히는 과정에서는 왜 홍광호가 라이토여야 했는지가 분명히 드러났다.

뮤지컬 <데스노트>에서 엘 역을 맡은 김준수 ⓒ 씨제스컬쳐


그런가 하면 김준수는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 연기를 택했다. 뮤지컬 <모차르트!> <엘리자벳> <드라큘라> 등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인정 받은 김준수는 자신의 독특한 음색을 강조하기보다 엘의 음울한 캐릭터에 집중했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구부정한 자세에 맨발로 무대를 누비고, 의자에 쭈그려 앉아 혼자만의 세계에 빠진 듯한 그의 모습은 엘 그 자체였다. 김준수는 평소보다 한층 탁한 목소리로 <데스노트>에 존재감을 더했다.

<데스노트>에는 홍광호와 김준수 외에도 정선아, 강홍석, 박혜나가 있었다. 정선아와 박혜나가 남녀 못지않은 케미를 보여주며 작품에 다채로운 색깔을 입혔다면, 강홍석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에 과하지 않은 유쾌함을 더했다. 1막 후반부와 2막 초반부의 전개가 늘어지기도 했고, 단조로운 무대 구성이 아쉬웠지만 강홍석의 류크는 주인공 못지않게 기억에 남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데스노트>는 오는 8월 15일까지 계속된다.

뮤지컬 <데스노트> 중 ⓒ 씨제스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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