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겠다"는 유승민, '재신임 투표' 카드 꺼낼까

[이슈 분석] 친박은 노골적인 흔들기... 김무성 "유승민 거취, 의총에서 결정"

등록 2015.06.29 20:51수정 2015.06.29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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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가 29일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들의 말씀을 잘 들었고, 제가 생각해보겠다는 말을 했다. 그게 전부다"면서 더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 남소연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버티기'가 중대 고비를 맞았다. 당내 친박(박근혜)계의 사퇴 공세에 대해 유 원내대표는 29일 "고민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침묵으로 사퇴 거부 의사를 내비쳐 왔던 것에 비춰보면 미세한 입장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유 원내대표는 당내 의견을 더 수렴하겠다는 뜻을 나타내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날 오후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2시간 30분가량 격론이 오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을 필두로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고 유 원내대표는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고 듣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론 못낸 최고위... 사퇴 요구에 유승민 "고민해 보겠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들이 '이유가 어찌됐든 결과에 책임은 누군가 져야 하고, 그 책임은 유 원내대표가 지는 것이 좋다' '당을 위해 희생을 통한 결단을 부탁한다는 간곡한 이야기가 있었다'"라면서 "유 원내대표는 '잘 경청했고 고민하겠다'라는 이야기로 끝을 냈다"라고 전했다.

유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들 말씀을 잘 경청했고 제가 더 생각해보겠다, 그렇게 말한 게 전부다"라면서 "고민해보겠다는 그 말만 했다"라고 밝혔다.

친박계의 거센 사퇴 압박에도 물러서지 않던 유 원내대표가 "고민해 보겠다"라고 한 것은 입장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유 원내대표는 이날 고민의 시한을 못박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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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9일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 남소연


다만 서청원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가 '좋은 말씀 경청했고 (고민할) 기회를 달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지켜보자, (김무성 대표도)  종국적으로 그렇게(사퇴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라고 말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점쳤다. 


그동안 유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노골적인 흔들기에도 사퇴를 거부할 수 있었던 것은 '유승민을 지켜야 한다'는 당내 여론 덕분이었다.

"박 대통령이 당 끌고 가는 게 더 문제"... 반격 나선 '비박'

친박계의 노골적인 유승민 흔들기가 그 수위를 높여가자 유승민을 지키려는 비박계의 스크럼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비박계 재선 의원 20명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집단적인 '유승민 사퇴 반대' 목소리를 냈다. 과거 친이(이명박)계가 주축이었지만, 김무성 대표의 최측근인 김학용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관련 기사 : 새누리당 '비박' 의원들의 '유승민 구하기')

이들은 친박계가 당내 분란 초래하는 장본인이라고 정조준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이를 존중하고 당청 화합에 대해 강력히 주문했고, 당 지도부는 원내대표의 사과를 비롯해 앞으로의 긴밀한 협의를 약속했다"라면서 "이런 의총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이를 무색케 하면서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해 당내 분란이 확산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당내 중진들도 가세했다. 정두언 의원은 "의원들이 뽑은 원내대표를 청와대가 사퇴하라는 것은 과거 군사독재 정부 시절 때의 얘기 같다"라며 "우리 손으로 뽑은 우리 원내대표를 쫓아내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친이계 중진 의원은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 교체 지시를 내리자 친박계가 조직적인 행동에 나선 것에 박수칠 그룹은 친박계밖에 없다"라며 "친박계가 가진 힘은 박 대통령이 현직에 있고 임기가 2년 반이나 남았다는 사실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친박계가 맘에 안드는 유 원내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대통령이냐 유승민이냐'를 양자택일하라는 정치적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청이 갈라서는 것도 문제지만,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고 박 대통령이 당을 끌고 가는 모양새가 되는 것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친박계는 힘 약하고 국민 여론도 우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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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9일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 남소연


국민 여론도 유 원내대표에게 불리하지 않다. CBS <노컷뉴스>가 여론조사기관인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성인 남녀 10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0%p) 결과를 보면 '친박계의 유 원내대표 사퇴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8.5%로 나타났다. '공감한다'는 답변은 32.9%에 그쳤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를 직접적으로 묻는 질문에도 '원내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3.8%로 '사퇴해야 한다'(38.4%)를 앞섰다. 특히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에서도 사퇴와 유지가 각각 47.3%로 팽팽하게 맞섰다.

유 원내대표가 버티기에는 당내 역학관계도 작용했다. 친박계가 말로는 사퇴 압박 수위를 높이고는 있지만 이를 관철시킬 현실적인 힘이 없다는 것이다. 친박계의 첫 번째 카드로 거론되는 친박계 최고위원 동반 사퇴의 경우 그들로서는 위험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지난해 7월 당 대표 경선과 국회의장 선거, 또 올해 2월의 원내대표 경선에서 번번이 패한 친박계의 세로는 김무성-유승민 체제를 와해되더라도 이후 비상대책위 체제에서 주도권을 쥔다는 보장이 없다. 만약 유 원내대표가 사퇴해 원내대표 보궐선거를 치러도 친박계 입맛에 맞는 인물을 당선시킨다고 장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유승민, 재신임 투표 카드 던지나

때문에 이런 당내 권력 지형 상 유 원내대표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재신임 투표 카드를 던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유 원내대표로서는 자신이 주도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청와대와 친박계의 노골적인 사퇴 압박을 받으면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은 게 사실이다. 사퇴하지 않는다고 하면 식물 원내대표의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재신임 절차는 필수다. 

또 유 원내대표가 사퇴를 하더라도 향후 정치적 재기를 도모하기 위해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아 명예회복을 한 후 물러나는 쪽을 택할 수도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거취와 관련해) 다른 의원들의 의견을 더 들어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사퇴 의견에도 불구하고 당내 의견 수렴을 더 하겠다는 것은 단순히 사퇴나 직 유지냐를 넘어서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을 더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무성 대표도 이날 오후 최고위가 열리기 전 기자들과 만나 유 원내대표의 거취는 의원총회에서 결정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가 아니라 의원총회에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냐'라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의원총회에서 결정하는 데 반대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 의원 전체의 재신임 의사를 물을 경우 사퇴로 결론 낼 수 있을 지 100%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가 자리를 지키든 사퇴하든,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으로 결론 나면 박 대통령은 물론 친박계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초선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마음 속에는 재신임 카드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당을 위해 올바른 길인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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