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 자산가에게도 매달 120만 원 주는 국회

[심상정-나라살림연구소 국회 예산 분석 보고서 ③] 논란의 헌정회

등록 2015.07.02 12:05수정 2015.07.0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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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 예산 일부를 생활비와 아들 유학비로 썼다고 고백하면서 국회 예산 감시의 필요성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국회 예산 감시를 목적으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2013년 나라살림연구소(소장 정창수)에 의뢰해 국회 예산을 분석한 바 있다. 비공개 상태였던 이 분석 보고서 내용을 네 차례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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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국회의원인 헌정회 회원이 1년 동안 받을 수 있는 혜택 ⓒ 이주영



'월 120만 원'


이는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들이 받는 '연로회원 지원금' 액수다. 연로회원 지원금은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헌정회 육성법)에 근거를 둔 것으로 흔히 '국회의원 연금'으로 불린다. 2012년 803명의 연로회원에게 지급한 지원금은 115억여 원에 이른다. 이 지원금은 모두 국회 예산에서 지원된다.

헌정회 지원 예산 128억 가운데 118억이 '국회의원 연금'

박정희 정권 시절인 지난 1968년 설립된 '국회의원 동우회'가 헌정회의 전신이다. 국회의원 동우회는 지난 1979년 사단법인으로 등록한 뒤 지난 1989년 지금의 헌정회로 이름을 바꾸었다. 2년 뒤에는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이 제정되어 운영 비용을 국회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국회는 헌정회에 '민간경상보조금' 명목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민간경상보조란 민간활동에 필요한 금원을 국가가 후원자로서 자금을 보조해주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다. 이렇게 헌정회에 지원하고 있는 예산은 128억여 원(2013년 기준)에 이른다. 이는 전년도(2012년)와 동일한 규모다.

128억여 원의 세부편성을 보면, 연로회원(816명) 지원금으로 118억여 원, 단체지원비로 10억7560만 원(인건비 3억2200만 원, 사업비 7억7000만 원, 경상경비 3400만 원)을 편성됐다. 국회의원 연금으로 불리는 연로회원 지원금이 지원 예산의 92.2%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988년에는 70세 이상 연로회원에게 월 20만 원을 지급하다가 지난 1989년부터 1991년까지는 월 25만 원, 지난 1992년부터 1995년까지는 월 30만 원으로 인상됐다. 지난 1996년부터는 65세 이상 70세 미만 연로회원에게도 월 20만 원이 지급됐다. 다만 지난 1997년부터는 '70세 이상 월 30만 원, 65세 이상 70세 미만 월 20만 원'의 지급구조를 '65세 이상 월 50만 원' 지급으로 단일화했다.


이후 월 65만원(2000년-2001년), 월 80만 원(2002년-2003년), 월 100만 원(2004년-2008년), 월 110만 원(2009년), 월 120만 원(2010년-현재)으로 지원금이 인상됐다. 지급 대상도 최초 179명(1988년)에서 803명(2012년)으로 늘어나면서 같은 시기 지급된 액수도 4억여 원에서 115억여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지난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지급된 연로회원 지원금은 총 1241억여 원에 이른다.

유신체제 원내 전위대 유정회 회원 42명에게도 연금 지급

그런 가운데 2013년 8월 헌정회 육성법이 개정됐다. 이 개정안에 따라 ▲ 국회의원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인 회원 ▲ 국회의원 재직시 제명처분을 받거나 유죄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회원 ▲ 종합소득의 가구 합산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액 이상에 해당하는 회원 ▲ 본인과 배우자의 금융자산과 부동산 가액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 합계가 헌정회 정관으로 정하는 기준액(18억5000만 원) 이상인 회원 등은 연로회원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특히 헌정회 회장은 연로회원 지원금 지급대상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연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 개정안은 4인 가구소득이 500만 원이거나 순자산이 18억 원인 연로회원도 월 12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등의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연로회원 지원금을 지급받는 대상이 크게 준 것만은 사실이다. 실제로 개정된 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2013년 월 평균 818명이었던 대상자가 지난 2014년 10월 기준 421명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헌정회에 지원하는 예산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이렇게 연로회원 지원금 지급 대상자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한 수급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적절한 수급자에는 친일파 논란이 제기된 회원이나(정래혁 전 의원) 유신헌법 아래에서 만들어져 유신체제 원내 전위대로 활동한 '유정회'(유신정우회) 회원(42명), 12·12 쿠데타와 5·18 민중항쟁 진압 등에 연루된 회원(박준병·정호용·허삼수·허화평·이학봉 전 의원), 슬롯머신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고 1년 6개월간 복역한 회원(박철언 전 의원),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의원직 사퇴를 요구받은 회원(최연희 전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점심 9672만 원, 생신축하 6780만 원, 해외여행 5640만 원...

헌정회가 국회에 제출한 '2013년도 사업계획 세부내역 및 산출근거'를 보면, 헌정회는 '정책 세미나 개최'를 위한 예산으로 3842만 원을 책정했다. 자료조사비는 360만 원에 불과한데 식음료비는 2700만 원(1인당 4만5000원, 150명 참석 기준)이었다. 창립기념행사의 경우에도 식음료비 9000만 원(1인당 4만5000원, 200명 참석 기준), 공로패 제작비 3960만 원, 기념품비 등 4130만 원을 책정했다.

헌정회는 회원들 간의 친목 도모와 '최소한의 후생복지' 지원을 명목으로 회원 복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3년도 헌정회 복지사업 예산 내역을 보면, 회원 경조사업 6600만 원, 생신축하사업 6780만 원, 창립기념행사 5273만 원, 병문안비 720만 원, 중식대 9672만 원 등 총 2억9045만 원에 이른다.

해마다 실시하는 '해외탐방사업'의 경우 예산 낭비 성격이 짙다. 헌정회는 2013년 중국 하얼빈 지역을 3박 4일 방문할 예정이라며 7060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는데 이 가운데 본인 부담액 1400만 원을 뺀 5640만 원은 고스란히 예산에서 부담해야 한다. 이를 두고 "전직 국회의원들 해외여행비까지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느냐?"라는 비판이 나온다.

헌정회는 2013년도 기관지(<헌정>) 사업에 1억3953만 원을 책정했다. <헌정> 발간을 통해 지난 2011년 이후 연간 8000만 원의 광고수익을 거두고 있는데 별도의 근거없이 상당액을 광고모집인 수당, 광고대행사 수수료 등으로 지급해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2012년 8400만 원의 광고수입 가운데 광고수당으로만 3300만 원을 지급했다. 광고수입 처리 근거 규정을 마련해 광고수당 등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문이다.     

보고서는 "해외여행과 회의 때마다 호텔을 이용하는 행태, 경조사비로만 억대 집행 등 헌정회 지원사업은 타당성이 떨어지는 사업 일색이다"라며 "국고로 1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받아 8000만 원 넘는 수익을 거두는 기관지를 발간하는 것도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다, 예산 지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헌정회 #국회 #심상정 #나라살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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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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