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모래사막서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걸 봤다

[포토에세이] 대청도 옥중동 모래사막에서

등록 2015.07.01 11:38수정 2015.07.0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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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도 모래사막 대청도 옥죽동 모래사막을 거닐며 사진을 담고 있는 필자 ⓒ 전영희


가뭄이 심하다.
농부의 마음은 가뭄에 맨살을 드러내고 갈라진 논바닥처럼 갈라져 버렸다.
전염병이 돈다.

전염병에 온 나라가 얼어붙어버렸다. 그 끝자락이길 바라면서, 한 달 이상 전염병에 시달리다 문득 '덮을 것이 많아 방치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품기도 한다.

이런 의심들이 뽑고 또 뽑아내도 올라오는 잡초처럼 끈질기게 이어진다는 것은 민심이 얼마나 흉흉한지를 대변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언비어', '불안감 조성' 이나 '북한의 소행'으로 몰고가면 모든 게임에서 반드시 이긴다는 게임의 법칙에 충실한 이들의 승리인듯 보인다.

가뭄과 전염병에 온 관심이 쏠려있는 사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으며, 잊혀졌는지, 과연 그것이 가뭄이나 메르스라는 전염병보다 덜 중요한 것이었는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런 뒤숭숭함을 뒤로하고 인천연안부두에서 백령도행 선박에 승선했다.
대청도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백령도로 가는 일정이었다. 3시간 30여분 만에 대청도 선착장 가까운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난 뒤 한국의 사하라로 불리는 대청도 옥죽동의 '모래사막'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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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도 모래사막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래산이 형성된 곳이라고 하며, 한국의 사하라로 불리운다. ⓒ 김민수


바닷바람에 고운 모래가 날려와 산을 이뤘다.

방풍림때문에 이전보다 규모도 작아적고, 이전처럼 많은 모래가 날아오진 않지만, 그곳은 이름 그대로 '모래사막'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낙타를 생각했고, 메르스를 떠올렸다.

'이곳엔 낙타가 없어. 그러니 메르스 따윈 걱정할 것도 없지.'

스스로 우스운 생각에 답하며 모래사막을 걸었다. 드문드문 초록생명의 흔적이 보이고, 방풍림으로 조성한 소나무가 보이긴 하지만, 사막, 그 자체였다.

그리고 모래사막의 정상부근에서 나는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것을 만났다.

'지뢰' 표시를 달고 있는 철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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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막 분단의 상징, 철조망과 지뢰매설 안내판이 모래사막의 황량함보다 더 아픈 현실로 다가온다. ⓒ 김민수


그것은 분단의 현실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지뢰'표시를 달고 있는 철조망이었다.

한낮의 햇살은 한껏 달아올라 분단의 세월의 흔적을 닮은 그림자를 선명하고 깊게 모래사장에 새겨넣고 있었다.

소망했다.
지금은 저렇게 선명한 그림자같은 분단의 현실을 살아가지만, 해가 지고나면 혹은 흐린 날에는 저 그림자가 사라지듯 분단의 장벽도 그렇게 사라지기를. 그 소망은 너무 낭만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통일대박'이 아니라, 섵불리 통일을 했다가는 '통일쪽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일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해도 몇 배는 더 준비를 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애써 가꿔온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들은 물거품이 된 현실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서해 최북단 백령도와 지척인 대청도에서 철조망을 본다는 것은 상징이 아니라 현실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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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막 사막에서 초록생명이 살아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터이다. ⓒ 김민수


얼마나 뜨거웠을까?
혹시라도 뜨거워서만이 아니라 시절을 다하고 간 것들이라면 조금은 덜 슬플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덜 슬프기 위해서, 그래도 여전히 모래사막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초록의 빛을 내고 있는 초록생명들에게 눈길을 준다.

'저 봐, 이런 상황에서도 저렇게 살아있잖아. 그러니까 우리도....'하다가 문득, 무한긍정이라는 병에 걸려서 허우적거리는 힐링선생들로부터 전염된거 같아 그냥 바라본다.

그냥 현실을 직시하는 것, 사실 그것이 현실의 문제를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마약처방을 해서 잠시 현실을 잊고, 현실이 비현실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더 깊게 고착시킬 뿐이다.

아마도 통일의 문제가 그럴 것이다.
'통일대박'이 아니라 어떤 통일인지가 중요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평화통일'이 불가능하다면 현실을 직시하고 '휴전에서 종전으로' 한 걸음만이라도 전진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살아간다면, 모래사막에서 말라죽은 초록생명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런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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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생명 말라죽어가면서도 끝내 초록의 빛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초록생명에서 삶의 진지함을 본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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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메꽃 뜨거운 뙤약볕, 모래사막에서도 마침내 당당하게 꽃을 피웠다. ⓒ 김민수


그래도, 초록생명이 여전히 살아있고 꽃을 피웠다는 것이 감사하다. 이것은 그냥 꽃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이다. 모래사막에도 생명이 살아 있다는 현실을 보면서 철조망과 지뢰푯말을 보면서 느겼던 우울함들을 떨쳐버리려고 노력한다.

모래사막에 첫발을 들여놓을 때 농담처럼 "여긴 낙타가 없으니 메르스도 없을 거야"했는데, 나는 거기서 낙타나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분단의 현실'을 보았다. 너무 오래 우리의 삶을 옥죄왔기에 우리는 무감해져있다. 마치 바이러스 항체가 생긴 듯이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껏 분단상황에서 우리에게 강요된 것은 항체(?)를 만드는 치료약이 아니라 일종의 마약이었다.

반공이데올로기라는 일종의 마약, 거기에서 개발된 신약인 빨갱이, 종북, 좌빨, 기타 등등.....이런 딱지만 붙이면 만사형통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막연한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은 그 누구보다도 강렬하지만, 평화통일을 가로막는 최전선에서 북치고 장구치는 것 같은 뻘짓을 한다. 약물처방이 부작용을 일으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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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생명 보리사초로 보이는 초록생명이 모래사막에서 자라고 있다. 잡초임에도 감사할 뿐이다. ⓒ 김민수


그래도 희망을 품어야 하고, 희망을 남겨두어야 살아갈 수 있으니 어쩌랴!
모래사막에서 살아가는 초록생명들은 힘겨울 터이지만, 올해처럼 가뭄이 심한 해에도 여기저기 살아있었던 것처럼 언제나 그곳에서 살아있음을 증명할 것이다. 그리고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는 지평이 더 넓어져 모래사막을 뒤엎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살아있는 한 지금보다는 더 초록생명의 지평이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

대청도의 첫번째 여행지였던 모래사막, 사하라 사막에 내리쬐는 햇살 못지 않은 뙤약볕이 진한 그림자를 만들며 내내 따라 다녔다. 그곳에서 난, 낙타나 메르스보다 훨씬 더 무서운 '분단'이라는 놈을 만난 것이다.

덧붙이는 글 2015년 6월 26일(금), 대청도 모래사막에서 담은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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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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