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왕조시대" vs. "때가 어느 때인데"

유승민 '친박계 사퇴요구' 시한 이후에도 원내대표 유지 시사

등록 2015.07.03 13:54수정 2015.07.03 17:30
10
원고료로 응원
a

이병기 실장, 유승민 원내대표와 어색한 대면 국회 운영위원장인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3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 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찍어내기'하려고 한다는 질문에 "조금 비약이 있다"고 답했다. ⓒ 남소연


[2신 보강 : 3일 오후 5시 20분]
이병기 "메르스 안정 후 대국민 사과 검토"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마무리된 후 대국민사과 등 입장 표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이 나오자 "(메르스가) 거의 안정세가 돼가는 마당이기 때문에 안정이 된 후에 (대국민 사과를) 검토하겠다"라고 답했다.

이 실장은 또 "사과가 되든,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이 되든, 어떤 형태로든 국민에게 말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다만) 사과가 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메르스 퇴치에 전력을 다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병기 "박 대통령에 안 되는 일은 안 된다 충분히 말해"

이 실장은 또 박 대통령의 제왕적 통치 스타일이 '왕조시대'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에 대해 "그런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 때가 어느 땐데 왕조시대처럼 움직이겠느냐"라고 반박했다. 이어 "밖에서 보는 것처럼 (청와대가) 폐쇄적이고 일방적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a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이 실장은 '이병기 실장, 안 된다 말하고 사표 내시라'는 제목의 <동아일보> 최근 칼럼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칼럼의) 의미는 충분히 알지만 안 되는 일에 대해서는 안 된다고 충분히 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원고 작성자는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먼저 "대통령의 말씀자료 준비 과정까지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다만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이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이 작성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라며 "언론에 나왔길래 확인했는데 (정 비서관이) 아니었다"라고 답했다.

이 실장은 또 '운영위 회의에 참석한 것이 유 원내대표를 운영위원장으로 인정하는 것이냐'라는 질문에 "말씀드릴 사항이 아니다. 오늘은 (청와대) 결산 보고를 하러 왔다"라며 답변하지 않았다.

청와대 감싼 유승민... 여당 의원들은 당청 대립에 침묵

a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사말을 마친뒤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한편 청와대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는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자 청와대를 적극 감싸 눈길을 끌었다.

강동원 새정치연합 의원은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됐다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병기 비서실장을 겨냥해 "검찰 발표를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라고 따졌다. 또 이 실장의 신상 발언을 요구했다.

그러자 유 원내대표는 "(이 실장이) 피의자 신분이 아니고 결산 심사를 하는 자리"라며 "결산을 하기 위해서 제가 이 회의를 소집하자고 한 것이니 결산에 집중해 달라"고 자제를 요청했다.

강 의원이 지난 달 25일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내놓은 국무회의 발언을 막말과 협박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에 대한 표현을 할 때, 출석한 (청와대) 간부들을 표현할 때 국회 차원에서 예의를 갖춰 주시기 바란다"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은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로 촉발된 당·청 대립과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 논란에 대해 침묵했다.

유승민 "운영위 연기, 매우 유감스럽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전체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운영위 일정이 하루 연기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여당 원내대표로서 당연직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질의 중 운영위 연기 경위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라고 말한 바 있다.

유 원내대표는 "오늘 회의가 당초 어제(2일) 열리기로 합의돼 있었지만 하루 연기 돼 당초 계획이 변경됐다"라며 "그 경위가 어떻게 되었든 이런 혼선이 있었던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불가피한 사정이 없는 한 여야 합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 원내대표는 또 친박계가 사퇴 시한으로 못박은 6일 이후에도 원내대표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오늘 회의를 마치고 7월 7일 오후 2시 국회 및 국가인권위 소관 업무보고와 결산심사를 하도록 하겠다"라고 예고했다.

[1신 : 3일 오후 1시 54분]
운영위 연기는 '유승민 찍어내기'?... 이병기 "비약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어색한 대면을 했다.

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는 이병기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들이 참석해 운영위원장인 유승민 원내대표와 만났다.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박근혜 대통령의 유 원내대표 사퇴 압박으로 여당 내분 사태가 일어난 이후 첫 만남이었다.

이날 운영위에서 여야 합의로 정한 운영위원회 일정이 연기된 경위에 대한 야당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목요일(2일)로 예정됐던 운영위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확인했다, (유승민) 운영위원장과 여야 간사, 운영위 행정실도 (운영위 연기 사실을) 몰랐는데 청와대만 알고 있었다"라며 "이는 청와대가 운영위 불참 결정을 먼저 했다는 것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는 청와대라고 해도 (여야 합의 사항을) 뒤집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예산결산 심의권은 국회 고유 권한이고 청와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헌정사상 피감기관이 심의를 거부하고 (보고가) 미뤄진 수치스러운 역사를 갖게 됐다"라며 유승민 원내대표와 청와대의 해명 및 사과를 요구했다.

유승민 "운영위 연기 경위 모른다"

이에 대해 유 원내대표는 "제가 정확히 모른다"라며 운영위 여당 간사인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원내수석부대표)에게 설명을 요청했다.

조 의원은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협의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던 것"이라며 "정부 측으로부터 여야가 합의해 의사일정을 정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공식 입장을 들었고, 빠른 시일 내에 이야기를 해서 오늘 회의를 소집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일로 예정됐던 운영위 일정 연기와 관련해 당·청 갈등 증폭을 우려해 "내가 요청 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운영위에서 야당에 "약간의 혼선이 있었지만 여야 합의로 하루 만에 바로 열게 됐으니 양해를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a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3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정회된 후 회의장을 빠져나오다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거부의 뜻으로 'X'자를 그려보이고 있다. ⓒ 남소연


이병기 비서실장은 이날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연기하자는 말씀이 있었다"라고 청와대가 불참 결정을 내린 사실은 없다는 점을 밝혔다. 이 실장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에 운영위가 열릴 경우 불참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라고 부인했다. 

운영위 연기 배경이 청와대의 '유승민 찍어내기' 아니냐는 질문에는 "말씀에 비약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반박했다.

이병기 실장 '왕따설'에 "언제든 대통령 독대"

야당에서는 이 실장이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등 박 대통령의 최측근 3인방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실장은 "언제든 (대통령을) 독대할 수 있고 무슨 보고든 드릴 수 있다, 아직까지 3인방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박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권 행사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압박을 강하게 비판했다. 강동원 새정치연합 의원은 "(거부권을 행사한) 2015년 6월 25일은 박 대통령이 국회를 침공한 날이다, 형식적으로는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한 것이지만 실제는 국회를 거부한 '유신의 부활'"이라고 주장했다.

백군기 새정치연합 의원은 박 대통령이 과거 의원 시절에 발의했던 국회법 개정안 내용을 언급하면서 "(과거에는) 국회의 권위를 바로 세우려고 굉장히 노력했던 대통령이었는데 지금은 왜 이러시나? 의원일 때와 대통령으로서 국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달라졌다"라고 비판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유승민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5. 5 시키는대로 일을 한 굴착기 조종사, '공범'이 됐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