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자 터질까봐" 도움 호소 이주노동자

탈장환자 강제노동 부추기는 고용노동부

등록 2015.07.10 13:27수정 2015.07.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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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입국한 인도네시아인 따우힛(32)은 요즘 밤잠을 자지 못한다. 지난 6월 탈장 수술 받은 부위가 조금만 힘을 줘도 아프고 터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하지만 회사는 당장 일을 하라고 강요한다. 일할 지 인도네시아로 돌아갈 지를 선택하라는 사장 때문에 따우힛은 "창자가 터질까 봐 트라우마 상태다"라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따우힛은 수술 후 2주간의 통원 치료가 끝났을 때 병원에서 발급해 준 진단서를 회사에 내밀었지만, 회사는 막무가내다. 의사진단서에는 "약 3개월간은 무리한 운동 및 무리한 것 등을 들어 올리는 작업 등을 피해야 한다"고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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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진단서 의사진단서-탈장 수술 후 약 3개얼 간 무리한 운동 및 작업을 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 고기복


따우힛은 용인에 있는 창호 회사에 재직 중이다. 창틀 제작 등을 하는 업무 특성상  무거운 물건을 매일 들어야 한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든 무거운 물건을 들어야 하는 환경이다. 탈장 수술로 복부에 힘이 없고, 무거운 것을 들었을 때, 재발 위험이 있는 따우힛은 근무처 변경을 희망하고 있다. 3개월 정도의 요양이 끝나면 무거운 것을 들 필요가 없는 사출업체 등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회사 사장은 "근무처 변경은 꿈도 꾸지 말라"며 역정을 낸다. "병원에 가서 당장 일해도 좋다는 진단서로 바꿔 오라"며 되려 윽박을 지른다. 3개월간의 요양을 위해 산재 신청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그마저도 거부하고 있다. "일하지 않으면 월급도 없고, 인도네시아로 돌아가라"는 말에 따우힛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한다.

산재 신청 거부하는 막가파 회사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44조 ①항은 업무상 질병의 범위를 별표(5)에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별표(5)는 1번 (바)항에 '무리한 힘을 가해야 하는 업무로 인한 내장탈장'을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산재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회사 외국인력 담당자는 따우힛이 무거운 물건을 반복적으로 들어 발생한 탈장이 산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근로복지공단에 연락해 보니까, 산재 신청해도 된다고 하더라"면서도 산재 신청을 거부하고 있다. 그는 "원하면 본인이 신청하게 해라. 회사는 그런 거 안 해 준다"며 산재 신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산재는 모든 사업장이 가입해야 하는 강제조항이고, 산재신청은 원칙적으로 고용주가 하게 돼 있다. 따우힛 역시 산재 가입 대상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산재 신청을 당연히 했어야 한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산재 승인이 나면 그것을 이유로 사업장 변경을 요구할 것을 우려해 산재 신청을 기피하고 있다. 

마땅히 치료받고, 요양이 필요한 환자에게 회사는 요즘 유행하는 "그건 난 모르겠고~"를 외치고 있는 셈이다.

믿었던 고용노동부 고용센터는 강제출국 운운하며 협박

산재 신청도 안 해 주고, 사업장 변경도 허락해 주지 않자, 따우힛은 고용노동부 용인고용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용인고용센터 담당자는 따우힛이 마치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몰아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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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변경 신청을 위해 용인고용센터를 찾은 따우힛 탈장 수술 후 무거운 것을 들지 않는 사업장으로 근무처 변경을 신청하기 위해 용인고용센터를 찾은 따우힛. 담당직원은 신청서조차 받지 않았다. ⓒ 고기복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0조 (사업 또는 사업장의 변경) ① 항은 "상해 등으로 외국인근로자가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하기는 부적합하나 다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해당 고용센터 장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직권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담당자 조아무개씨는 직권 변경을 신청하려고 하는 따우힛에게 "회사를 옮길 수 없고, 옮기겠다고 주장하면 강제추방시켜 버린다"며 일방적으로 회사 측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

수술 후 따우힛은 근무를 강요하는 회사 때문에 고용센터를 두 번이나 방문했다. 그때마다 조씨는 탈장이 산재가 되느냐며, "산재가 된다 해도 회사 측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지난 6월 30일 UN특별보고관은 제네바에서 열린 UN인권이사회 보고회 발표를 통해 "외국인 고용허가제에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을 없애고, 고용주가 서명하는 고용변동신고서 없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근로기준법을 모든 이주노동자에게 전면 적용하며, 특히 노동시간, 휴게시간 및 주휴수당과 관련된 사항을 적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따우힛의 사례에서 보듯 고용허가제 하에서 "이주노동자가 창자 터지든 말든 난 모르겠고~"를 외치는 고용주와 담당 공무원들의 막가파식 태도와 인권침해가 도를 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고용허가제 치적을 늘어놓으며 강제노동과 노동착취를 하는 고용주들의 뒷배를 봐 주는 역할에만 충실했다"는 시민단체의 비판이 타당성을 갖는 이유다.

수많은 독소조항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가 박탈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직무를 유기하며 이주노동자를 겁박하는 고용노동부 담당자들에 대한 교육과 노동현장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하겠다.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 #용인고용센터 #이주노동자 #UN인권특별보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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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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