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응원에 힘이 나는 '늦깎이 직장맘'

등록 2015.07.16 17:44수정 2015.07.1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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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작은 아이에게 "너 언제 집에 내려올 거야?"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종일토록 없다. 하루를 더 기다렸다. 처음에는 '바빠서 나중에 답을 주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참 있어도 답이 없으니 '아무리 편한 엄마라도 자기가 먼저 안부를 할 일이지? 란 심통 섞인 생각과 객지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은근히 걱정도 들어 큰 아이에게 연락을 해보았다.


"엄마! 지난주에 걔가 눈 수술한다고 못 내려온다고 했으니 아마도 수술했나 봐! 내가 전화해 볼게"
"아! 맞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잠시 후 큰 아이에게 문자가 왔다. "엄마! 전화해보니 휴가 내어 수술했는데 눈 각막이 얇아서 그런지 수술후유증이 심해서 너무 아프대. 핸드폰 번호도 안보이고, 그냥 이틀째 아무것도 못 먹고 집에 가만히 집에 누워있대. 그러니 문자 보내지 마. 걔가 눈 괜찮아지면 연락해준대"

내가 일하는 직장에서 딸 또래 직원이 라섹 수술을 했을 때, 직원의 어머니나 아버지가 병원에 같이 가서 손도 잡아주고 카풀도 해서 집에 데려왔다는 이야기를 전에 들은 적이 있어서 은근히 미안해졌다.

나도 한 주를 숨 가쁘고 빡빡하게 살아가다 보니, 아이가 수술한다는 말도 귓등으로 흘려 듣고 잊어버렸던 것이 미안했다. 아니 흘려듣지 않았더라도 내가 서울까지 올라가서 뒷바라지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큰 아이도 얼마 전에 수술했다. 병원에서 보호자를 데리고 오라는데도 혼자 씩씩하게 갔다 왔다. 나는 반차를 내고 서울에 올라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도 굳이 혼자 갔다.


작은 아이가 수술하는데 병원에 같이 못 간 게 미안해서, 잘 아는 농가에서 눈에 좋다는 블루베리를 사서 한 달간 먹으라고 보내줬다. 아이가 굉장히 좋아했다. 그런데 무언가 마음에 걸린다.

정말 나를 배려해서 아이들은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자신들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일까? 아니면 못 듣는 엄마가 병원에 따라가 보아야 설명하고 통역해주어야 하니 번거로워서 그러는 것일까?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학교에서 자모회가 있다고 했을 때 아이들이 '자모회 통지문'을 내게 보여주지 않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트라우마가 지금도 내게는 어쩌면 남아 있었는지 모르겠다.

며칠 전에 주말에 작은 아이가 서울에서 내려왔을 때 큰 아이와 함께 셋이 밥 먹으면서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 말했다.

"엄마가 직장 다니느라 별로 엄마 노릇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한 생각도 가끔 들어!"
"아냐! 엄마! 우린 엄마가 직장 다니는 게 좋아! 그리고 엄마가 열심히 공부도 계속하면서 일도 최선을 다하니, 우리도 따라서 계속 배우며 일할 수 있잖아. 또 엄마 걱정 별로 안 하고 우리 일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

나이가 들면 소심해지고 마음이 여려진다더니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렇게 딸이 말해주니 나는 한결 마음이 가뿐해진다. 아직 직장 들어간 지 1년 차밖에 되지 않지만, 작은 아이는 착실하게 새벽 5시에 일어나 학원도 다니며 착실히 자신의 날개를 키워가고 있다.

40세까지 전업주부였지만 나도 이제는 직장맘이다. 직장맘인 내가 아이들을 도와주는 제일 좋은 방법은 가까이에서 밥을 해주고 옷 손질과 청소를 해주고 차를 태워주거나 하는 그런 일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이 내가 하고 싶은 일들과 필요한 일들을 잘 해내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라고 말하니 마음이 든든해진다.
#직장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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