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삼포세대가 되어 가는가?

여성 혐오, 이성 비하로 바라본 삼포세대의 모습

등록 2015.07.20 17:44수정 2015.07.2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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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전 외국인이랑 결혼하고 싶어요."
"응? 무슨 소리야. 갑자기."
"그냥, 우리나라에선 더는 답이 없어요."

친한 동생이랑 점심을 먹고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이었다. 곧 외국으로 인턴을 떠날 동생이랑 가기 전에 얼굴이나 보자며 만났다. 데이트 분위기도 낼 겸 이태원에서 점심도 먹고 예쁜 카페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20대 여자 둘이서 만나면 으레 하는 이야기 중 하나인 연애와 결혼 이야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친한 동생은 저런 생뚱맞은 이야기를 던졌다. 생전 외국인이랑 만나고 싶다는 얘길 했던 적이 없었기에 왜 그러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우리나라에선 답이 없다고 돌아온 대답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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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의 한 디저트카페 여유로운 일상에서도 나누는 대화는 심오하기 그지없다 ⓒ 이수지


'메르스 갤러리' 그리고 '여성 혐오'

6월, 메르스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우리나라는 신나는 여름을 준비해야 할 6월에 숨죽이며 살아왔다. 바깥출입을 최대한 자제하고 '공기 중 감염'이라는 이야기로 인해 일회용 마스크는 재고가 부족할 정도로 팔렸으며 지하철에는 반 이상이 마스크를 끼고 다녔다.

기침이라도 할라치면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을 만큼 모두 서로서로 의심하고 경계하던 일상의 반복. 한 달하고도 반이 한참 지나서야 확진자 '0'명을 기록하며 잠잠해진 메르스는 비단 오프라인에서만 뜨거운 감자는 아니었다.

온라인상에서도 메르스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다루어졌다. 그 중 '메르스 갤러리'는 메르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던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이 메르스 갤러리가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여성 2명의 격리 조치와 관련된 언론의 보도가 나간 이후부터였다.

한 언론에서 6월 30일, 메르스 확진자와 함께 비행기를 탔던 한국인 여성 2명이 격리대상으로 지명되어 격리조치를 취하려 했으나 한국인 여성 두 명이 이를 거부했다는 언론 보도 이후 각종 SNS 및 뉴스 댓글에서는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쇼핑이나 하러 갔겠구나', '역시 한국 여자들은 김치녀다.' 등의 여성들을 혐오하고 비판하는 식의 댓글이 난무했다.

그러나 그 사건은 영어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어 격리를 거부했다는 촌극으로 밝혀졌고 이후 격리 요청에 대한 제대로 이해를 한 후 격리를 수용했다는 정정보도가 나왔다. 이후 밑도 끝도 없는 여성 혐오가 난무했던 메르스 갤러리에 화가 난 여성 네티즌들이 남성들을 똑같이 공격했다.

'남성 혐오'라는 내용으로 똑같이 남성들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식으로 글을 남겼고 메르스 갤러리의 게시글들은 서로 '성적 혐오'를 주제로 한 글들이 계속 올라왔다고 한다. 해당 게시물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여성 혐오'에 대한 공격을 똑같이 '남성 혐오'를 가지고 공격한다는 내용의 SNS 글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갈등은 또 다른 갈등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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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갤러리 메르스가 잠잠해진 이후에도 계속 갤러리는 존재하고 있다. ⓒ 이수지


메르스 갤러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친한 동생은 열변을 토했다. 물론 둘 다 여성 혐오를 남성 혐오로 바꾸어서 서로 공격하는 모습 자체는 옳지 않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기본으로 하며 이야기를 해나갔다. 여성 혐오를 했던 그들도 이해는 안 된다. 그렇지만 같은 방법으로 혐오적 발언을 하는 게 순간적인 쾌감은 있을 수 있어도, 결국에는 어떠한 현상의 해결도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갤러리' 사건으로 여성 혐오가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에 대해서는 똑똑히 느꼈다는 걸 친한 동생은 이야기했다. 실제 이번 '메르스 갤러리' 사건뿐만 아니라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사용자 등 온라인상에는 여성 혐오적 발언들이 심심치 않게 오가고 있다. 이런 온라인 커뮤니티 외에도 혐오 발언을 하는 남자들이 많을 텐데, 그런 사람이 자신의 남자친구가 된다는 것이 너무 무섭다는 것이었다. 과도한 설정이기도 하지만 이 동생의 걱정이 마냥 비관적이고 과장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부장적인 사고와 '김치녀'로 여성을 하찮게 바라보는 시선,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 등 여성들을 비하하거나 한 단계 낮게 평가하는 사회적인 통념은 여전히 알게 모르게 퍼져있다. 굳이 여성의 인권 신장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저변에 여기저기서 문제화 되는 여성 혐오, 남성 혐오는 이성(異性) 간의 존중이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여성에 대한 피해의식, 페미니즘에 대한 조건없는 부정, '남성다움'이 '마초(macho-남자다움을 과시하는)'로 잘못 오인되는 경우로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기가 더욱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온라인의 익명성 때문에 막말과 혐오적 발언은 너무나 쉬워지는 반면에 관계의 복잡함은 잊고 쉽게, 편하게 이성과의 연애나 결혼보단 혼자 살겠다고 마음을 먹는 남자, 여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성들이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기보단 무시함으로써 갈등이 갈등을 낳는 악순환의 반복들로 인해 혼자 잘 사는 것이 더 행복하게 될 것이라는 결론으로 다다르게 되어 연애, 결혼, 출산인 3포를 더욱 가속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3포 세대가 되기까지

취업 준비를 하는 친구들을 만나보면 스펙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여자로 태어난 것 자체가 불리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게 된다. 여성, 남성 등 성적인 문제까지도 자격조건의 일부로 삼는다는 발상 자체가 놀라웠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었다.

실제 신입사원 채용 시 나이가 일정 나이를 넘으면 채용 자체에 불리하게 되는 것도 남자, 여자 모두 다 해당한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결혼, 출산 등의 이유로 짧게는 6개월, 통상적인 육아 휴직인 2년 가까이 쉬게 되면 기업의 입장 상 인적 구조의 부재가 생기게 되니 오래 일할 가능성이 큰 남자들을 더 선호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똑같은 조건이어도 여자보단 남자를 선호한다는 이유로 '남자로 태어나면 그것도 스펙'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남자나 여자인 것이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했다. 개인의 역량이 충분하고 개인이 자신이 속한 조직에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나 또한 그런 입장에서 공부해왔고 무시당하기 싫었기에 더욱 똑똑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더 열심히, 더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그렇기에 성별로 인한 차별 문제는 내 능력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겪어보고 주변에서 말씀해주시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개인의 역량과 능력과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가정에 대한 책임감,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통념이 개인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게 됐다. 그러면서 "복잡하게 가정 꾸리고 돈 많이 드는 결혼에 연애는 신경 쓰지 말고 혼자 사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동생의 이야기가 마냥 뜬구름 잡는 소리로만은 들리지 않았다.

또한, 대학을 입학하게 되면서 작게는 1학기부터 많게는 대학을 다닌 학기 전부의 등록금을 졸업과 동시에 빚으로 지게 되는 20대. 학자금 대출을 등에 지고 사회로 나오게 되니 그렇지 않은 친구와 작게는 500만 원, 많게는 3000만 원까지 출발점이 다른 상태에서 시작하게 된다. 여기서 부모님과 살지 않으면 다달이 나가는 교통비, 집값, 대출이자, 통신비까지 생활비만 부담해도 한 달에 70~80만 원은 훌쩍 나간다.

3포 세대, 아니 요즘은 5포 세대(결혼, 출산, 연애, 인간관계, 내 집)로 통칭하는 20대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물가의 상승과 꿈을 꿀 수 없을 만큼 팍팍하게 돌아가는 '돈', 벌어도 벌어도 채워지지 않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같은 빈곤의 쳇바퀴로 인해 누리고 싶은 걸 포기해야 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 이성 서로를 혐오하는 사회 현상으로 인해 이성을 좋아하고 싶은 마음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 전반적 분위기 또한 3포 세대가 되는 것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어제 동생과의 대화에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성 혐오, 인간에 대한 애정이 더 필요한 시기

그렇게 친한 동생과 이야기하면서 마냥 비관적이기보단 함께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로 대화를 마무리 지었는데 그 이유는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미워하고 똑같이 싫어하고 똑같이 헐뜯는 건 결코 서로 발전하는 방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난 친한 동생에게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서로서로 존중할 줄 알게끔 함께 이야기하면서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는 이야길 전했다. 세상엔 맞는 사람보다 안 맞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무조건 외국인!"이라는 말은 너무 성급하지 않으냐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어느새 대한민국의 개인들은 자신에 대한 만족감을 남을 누르고 남 위에 군림하고 남에게 인정받는 것으로만 배워오고 그렇게 만족감을 충족시켜오는 삶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선의의 경쟁이 아닌 그저 무한경쟁, 승자독식이 올바른 것이라고 배워온 탓은 아닐까 생각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모습 자체를 인정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을 뿐이다.

서로를 갉아먹기만 하는 이성 혐오에서 이제는 벗어나 서로를 존중할 줄 아는 좀 더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어야만 3포 세대로 힘들어하지 않는, 꿈꿀 수 있는 청년세대를 필두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싶다.

포기는 배추 셀 때만 쓰는 표현임을 다시 한 번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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