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믿고 집 산 사람, 뒤통수 맞았다

[분석] 하반기에 추가 부양한다더니... 가계부채종합관리방안 발표

등록 2015.07.28 15:26수정 2015.07.2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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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오래 못 간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 역할을 한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초이노믹스'를 두고 한 말이다. 이 의원은 최 부총리의 경기부양책이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베낀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며 "가계부채까지도 지금 세계 최고 수준에 가 있다"면서 최 부총리를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위기관리'를 강조했다.  

"빚내서 집 사라"는 최고 경제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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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2015년도 추경 관련 보고를 마친 뒤 회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지난해 7월 취임한 최 부총리의 정책방향은 '빚내서 부동산 매입'이었다. 가계의 대출문턱을 낮추고 규제를 풀어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초이노믹스'의 핵심이었다. 부동산 경기부양에 가계대출이 필수였기에 그에 맞게 정책을 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전 금융권에 동일하게 70%까지 허용,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수도권과 서울 지역의 경우 60%로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이 말의 의미는 간단했다. 빚을 쉽게, 그리고 많이 받게 해주겠다는 말이었다. '초이노믹스'는 그러나 '전세난'에 대해서는 짐짓 외면했다. 금리는 사상 최저치를 갱신해 나갔다. 집 없는 서민들, 그리고 집을 큰 평수로 늘리려는 중산층이 행동에 나섰다.

최경환 경제팀의 예상은 적중했다. 2014년 주택거래량이 급증한 것이다. 최 부총리의 부양책 발표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다며 언론은 '최경환 효과'를 들먹였다.

거래량만 놓고 보면 효과가 있었다. 2012년 주택거래량은 74만 호, 2013년은 85만 호를 기록했다. 최 부총리가 경제정책을 이끈 2014년에는 101만 호로 거래량이 급증했다. 2015년 상반기에는 61만 호가 거래됐다. 연간으로 환산해 120여만 호, 부동산 호황기에 버금가는 거래량이다. 급증한 주택거래량이 주택가격도 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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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노믹스' 선언 한달 후. 벌써 훈풍? <조선일보> 14년 9월 4일자 ⓒ 조선일보


극심한 전세난, 저금리, 그리고 경기를 부양한다는 최 부총리의 약속이 주택거래량 수치에 반영됐다. 복합적으로 작용한 3가지 요소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불안심리' 조성이다. 전세 가격은 미쳤고, 정부는 수수방관했다. 불안한 가계부터 먼저 움직였다. 주택거래량과 가격이 조금씩 올랐다. 덜 불안했던 가계도 따라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2014년에 집을 구매한 사람들 중에는 특이한 사람들도 포함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이 그들이다. 지난 3월 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신고 내역에 따르면 이재만 총무·정호성 부속·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은 각각 서울의 잠원동, 삼성동에 아파트를 매입했다. 당시 야당은 논평에서 '3인방'의 강남 아파트 구입을 언급하며 '초이노믹스'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4월 '하반기' 경기부양 언급, 7월에는 '초강경책'

최 부총리의 출발은 좋았다. 지난해 7월 30일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압승했다. 선거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 및 총리 후보자 낙마 영향 등이 있었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언론에서는 '최경환'을 승리 공신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은 "경기회복을 위한 최경환 경제팀의 결연한 의지가 국민들에게 통한 것 같다"고 의미를 한껏 부여했다.

그러나 결국 가계부채 증가가 최 부총리의 발목을 잡았다. 앞서 이한구 의원의 직격탄뿐 아니라, 주택거래량 급증은 곧 가계부채 급증을 의미했다. 그리고 이는 수치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13.8∼'14.6월까지 16.6조 원 증가했는데 '14.8∼'15.6월 동안에는 무려 59.5조 원이 증가했다. 1년 전 대비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지난 3월 20일 '가계부채'를 논의하는 정부협의체가 구성됐다. 이름이 '가계부채 관리협의체'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이 주기적으로 모여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협의했다. 정부발표에 따르면 '가계부채 관리협의체'는 3월 20일 이후 7월 17일까지 총 13차례에 걸쳐서 가계부채 해결에 힘을 모았다.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 진입했음을 범정부 차원에서 다루기 시작했는데 최 부총리는 해외에서 엉뚱한 발언을 한다. 4월 중순 미국에서 개최한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최 부총리는 미국 경제방송 CNBC와 한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하반기에 추가 부양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꼭 한국의 인상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범정부 차원에서 '가계부채 관리협의체'가 운영되었는데 최 부총리는 미국에 가서 전혀 다른 얘기를 한 것이다. 이 대목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경제정책에서 그가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그의 발언을 '지속적 경기부양'으로 해석한 서민들이 빚을 내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5년 상반기에 거래된 주택거래량 61만 호가 그 방증이다.

미국 언론에 '하반기 추가 부양책을 펼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최 부총리는 허언을 했다. 그로부터 석 달 후 '초이노믹스'는 종말을 고하게 됐다. 7월 22일 '관계기간합동' 명의로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가 발표된 것이다.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통상 3~5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뿐 아니라 소득에 대한 입증절차도 까다로워진다. <조선일보>는 7월 23일자 사설 '부동산 띄워 경기 살리려다 빚만 늘었다'에서 "앞으로는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지금보다 어려워지고 대출 상환 부담도 커진다는 말이다"라고 설명한 뒤 "1년 만에 정책 기조를 정반대로 바꾼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믿고 집 산 서민들만 피해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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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 전 발언 "하반기 추가 부양"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지난 4월 미국에서 개최된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해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 4월 18일자. ⓒ 조선일보


이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의 의미는 '초이노믹스'의 사망이다. 그로 인한 후유증도 예상된다. 향후 거치기간이 종료되면 원리금을 동시에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급증한 대출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감소했음을 고려할 때 이자뿐 아니라 원금까지 상환해야 한다면 가계의 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여기에다가 금리까지 인상된다면?

문제는 또 있다.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대로 거치기간이 1년이고, 소득에 대한 증명이 강화된다는 의미는 '초이노믹스'의 정반대 즉, '능력이 되는 사람들만 집 사라'는 뜻이다. 시장은 냉정하다.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것이고, 주택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정부를 믿고 집을 산 '하우스 푸어'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물론 개인이 져야 하지만 투자권유를 한 사람은 누구였던가. 권유 정도가 아니라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대출을 쉽게 받도록 정책을 이끈 사람은 누구였던가. '하우스 푸어'들은 정부를 믿고 집을 구입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전국민을 상대로 투자권유를 한 '초이노믹스'의 상징인물은 무슨 책임을 어떻게 지는가.

최 부총리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해결해야 될 난제들을 생각하면, 새 경제팀은 아마도 '지도에도 없는 길'을 걸어가야만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약속을 지켰다. 한참 동안을 '지도에도 없는 길'을 걸어 다닌 것이다. 그리고 다시 지도 속으로 들어왔다.

그를 따라 다녔던 수많은 사람들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초이노믹스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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