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한 방울 안 나는 광명
어떻게 국산 와인 메카 됐나

전국 와인 생산 농가가 광명동굴을 주목하는 이유

등록 2015.07.30 15:46수정 2015.07.3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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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동굴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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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동굴 ⓒ 이희훈


지난 4월 4일, 새 단장을 마치고 유료화로 전환하면서 수도권 관광명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광명동굴이 국산 와인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국산 와인이 광명동굴로 모여들면서 '국산 와인 메카'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광명동굴 와인시음장에서는 국내 18개 자치단체에서 생산하는 100여 종의 국산 와인을 시음, 판매, 전시하고 있다. 수입 와인은 16개국 150여 종의 와인을 전시하지만 판매는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국산 와인만 파는 곳은 광명동굴이 유일하며, 가장 많은 종류의 국산 와인을 확보하고 있다.

국산 와인이 이렇게 많이 팔리는 곳 또한 광명동굴이 유일하다. 그래서 전국의 와인 농가와 와인 생산업체, 와인 전문가들이 광명동굴을 주목하고 있다. 광명동굴의 국산 와인 판매량이 대한민국 와인 생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은 단 한 방울도 생산하지 않는 광명시가 광명동굴 개발로 국산 와인의 메카가 된 것이 놀랍다. 우리나라에서 전례가 없다. 광명시는 국산 와인 판매로 부가 수입을 얻고 있다. 판매수수료를 받고 있다. 국산 와인을 팔면 팔수록 와인 생산 농가와 업체의 수입이 늘어날 뿐 아니라 광명시의 수입도 늘어난다.

4월 4일부터 7월 26일까지 광명동굴에서 팔린 국산 와인은 1만22병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00여 병이 팔린 것이다. 이러한 판매는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광명동굴 방문객 숫자가 빠르게 불어나면서 와인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 와인 메카'로 거듭나고 있는 광명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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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살펴 보고 있는 관람객 27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굴 내에서 한 관람객이 전시 되어 있는 국내산 와인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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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동굴 ⓒ 이희훈


7월 26일 현재, 광명동굴 유료방문자가 30만 명을 돌파했다. 광명시는 8월말까지 6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목표는 100만 명이다. 이들이 국산 와인 잠재 고객인 것이다.


광명동굴이 '국산 와인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광명동굴을 개발하면서 '와인 전용구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와인시음장, 와인셀러, 와인레스토랑이 설치되어 있다. 양기대 광명시장의 아이디어였다.

양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폐광산 가학광산동굴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금의 광명동굴이 가학광산동굴이다. 취임한 뒤, 양 시장은 본격적으로 광명동굴을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한쪽에 와인저장고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다.

동굴내부온도가 1년 내내 12도로 일정하다는 사실에 착안, 국산 와인을 숙성시켜 시음과 판매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와인시음장은 현재 운영되고 있지만, 와인셀러와 와인 레스토랑은 운영 준비중이다.

와인 하면 수입 와인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상식'인데 양 시장은 와인 전용구간을 조성하면서 국산 와인을 먼저 생각했다.

"처음부터 외국산을 팔면 안 되겠다, 국산을 먼저 팔아주자 생각했다. 국산 와인이 몇 개인지, 몇 종이나 생산되는지 전혀 모르고 그냥 팔아주자고 한 것이다.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납품받고, 어떻게 팔아야하는지 전혀 감을 못 잡았다."

양 시장은 광명시청 공무원들을 이끌고 충북 영동을 시작으로 전국의 와인 생산 업체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업무협약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광명동굴이 국산 와인 집산지로 거듭나면서 전국 와인 생산 농가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종류의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포도, 머루, 참다래, 오미자, 복분자, 사과, 복숭아, 머루, 감 등을 원료로 한 100여 종의 와인이 생산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3월, 광명시는 와인 판매를 본격화하기 위해 소믈리에를 채용했다. 양 시장의 설명에 따르면 최정욱 소믈리에는 "7급 계약직 공무원을 하기는 아까울 정도로 뛰어난 와인 전문가"다. 양 시장은 "운이 좋아서 국산 와인 전문가를 채용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소믈리에 채용한 유일한 지자체 광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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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동굴 내에 마련 된 와인바 겸 레스토랑에서는 다양한 국내산 와인을 맛 볼 수 있다. ⓒ 이희훈


광명동굴이 국산 와인 집산지가 되면서 와인 생산 농가와 생산 업체 등에서 이미 광명동굴을 주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광명시가 소믈리에를 채용한다고 하니 와인업계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지방자치단체가 와인 전문가인 소믈리에를 채용한 전례는 없다.

최 소믈리에 역시 광명동굴을 주목하고 있었고, 채용공고가 나자 망설이지 않고 지원했다. 그가 광명동굴과 만나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5개 업체에서 와인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제가 들어가면서 일주일 만에 와인이 40종으로 늘었다. 지금은 18개 자치단체 23개 와이너리에서 100여 종의 와인이 들어오고 있다. 광명동굴은 한국와인 집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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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동굴에서 판매 되고 있는 국내 지역 와인특산품. ⓒ 이희훈

최 소믈리에의 설명이다. 와인 전용구간을 구상할 때만 해도 양 시장이 직접 전국의 와인생산지를 찾아다녀야 했지만 이제는 와인 생산지에서 와인 납품요청을 하러 광명동굴을 찾아오고 있다. 상황이 역전됐다. 최 소믈리에는 분기마다 양질의 와인을 선정해 납품받는 와인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명동굴은 와인 판매뿐만 아니라 '광명동굴'이라는 브랜드를 확보했다. '광명동굴'이 찍힌 와인이 판매, 소비되면서 광명시의 브랜드 가치까지 높이고 있다. 이제 '광명동굴'은 국산 와인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면서 국산 와인 고급화 전략에 기여하게 됐다.

광명동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은 사과, 포도, 참다래 등으로 만든 와인이다. 가격은 1만5천~2만 원선이며 단맛이 풍부한 와인이 가장 많이 팔린다는 게 광명시 관계자의 귀띔이다. 9만 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와인도 있다.

"와인 시음장을 찾는 분들은 두 가지 면에서 놀란다. 하나는 국산 와인의 종류가 많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맛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마셔본 분들은 한두 병은 사 가신다."

최 소믈리에의 설명이다.

광명시는 와인과 곁들이는 음식으로 임실 치즈, 가평 잣 등을 선정해 이들을 생산하는 자치단체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와인레스토랑이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하면 이런 안주류도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 시장은 말한다.

"전국의 와인 농가와 생산자, 전문가들이 광명동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한민국 국산 와인의 미래가 광명동굴에 달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00여 종의 와인이 한 곳에 모이는 건 광명동굴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국산 와인을) 팔아주고, 홍보해 주고 있으니 너무 좋아한다. 당분간 우리는 국산 와인만 팔 생각이다."

양 시장은 "우리가 와인을 많이 팔면서 수요가 늘어나면 (와인 재료인 과일)재배 면적이 늘어나고 품질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명동굴의 '나비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산 와인을 중국으로 수출하겠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 양 시장의 설명이다. 광명동굴 와인 판매가 이뤄낸 성과다. 양 시장은 국산 와인의 중국 수출을 돕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광명동굴, 세계적인 관광지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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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동굴 ⓒ 이희훈


광명동굴이 수도권 관광명소로 자리매김 되면서 관광객이 줄을 잇자 양 시장은 시선을 중국으로 돌리고 있다. 중국관광객과 동남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양 시장은 중국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국 허난성 임주시와 산동성 연태시를 방문했다.

최봉섭 광명시청 테마개발과장은 "와인과 연계해서 고가의 관광상품을 개발해 중국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경기관광공사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중국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때문에 양 시장은 일반에게 분양하려던 와인셀러 분양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와인레스토랑 역시 관광 수입 창출에 포커스를 맞춰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양 시장은 자신만만하다.

"만약에 중국관광객들이 물밀 듯이 우리 동굴에 몰려오고, 국산 와인이 부가가치를 형성해서 많이 팔린다면 광명동굴은 대한민국에서 엄청난 역할을 하는 거다. 광명동굴이 우리나라를 넘어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광명시는 오는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광명동굴에서 와인축제를 연다. 와인축제 역시 국산 와인의 홍보를 위해 기획됐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와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제각각 맛을 뽐낼 예정이다. 전국의 와인을 골고루 시음하기 딱 좋은 축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광명동굴 #와인 #와인시음장 #국산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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