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매도에 리조트를? 군수님, 학교 돌려주세요

진도군, 관매도 리조트 건설 추진 중... "관광수익, 모두 대기업 몫 될 것"

등록 2015.07.27 18:18수정 2015.07.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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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매도 하늘다리 풍경. ⓒ 소중한


관매도는 진도 팽목항에서 맹골 수로로 가는 항로 가운데 섬입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바다와 아주 가까이 있습니다. 관매도 어민들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날 누구보다 먼저 어선을 몰고 달려가 아이들을 구조해낸 의로운 사람들이지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하기도 한 관매도에는 우리나라 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 숲이 있습니다. 무려 3만여 평이나 되는 거대한 솔숲은 300년 전에 방풍림으로 조성되어 아직도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보물 같은 숲입니다. 그래서 관매도의 솔숲은 2010년 제1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인 생명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섬 주민이 주인인 학교를 돌려주세요

관매도 솔숲 모습 ⓒ 강제윤


이 솔숲 한가운데는 관매초등학교(폐교)가 있습니다. 1943년 개교하였다가 2012년에 폐교된 이 학교는 개교 당시 주민들이 땅을 기증하고 울력을 함께해서 지은 뒤 정부에 기부채납 했던 학교입니다. 진정 섬 주민들이 주인인 학교지요.

그런데 학교가 폐교된 뒤 교육청에서는 주민들에게 돌려주어야 마땅한데도 진도군에 매각해 버렸습니다. 주민들이 지어 헌납한 학교의 경우 지자체에서 매입했더라도 주민들에게 사용권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지당한 일이지요. 주민들 땅에 주민들 노동으로 지은 학교이니까요.

관매도 주민들은 폐교된 이 학교를 돌려받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요구입니다. 하지만 진도군수님은 이 학교를 대명그룹의 대명리조트에 매각하기로 했다며 주민들에게 돌려주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 폐교가 대명리조트에 넘어가면 이 폐교 옆 3만 평의 솔숲과 길이 3km, 폭 200m에 이르는 아름다운 백사장, 관매도 해수욕장 또한 사기업인 대명리조트의 안마당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관매도 관광업의 이익도 모두 대명그룹에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에 속하기도 한 관매도 ⓒ 강제윤


관매도는 섬 여행지로 이름 높았던 곳인데 세월호 참사 이후 여행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고 말았습니다. 관광업에 기대고 살던 주민들의 삶은 피폐하고 곤궁해졌습니다. 주민들은 이 학교를 주민들 공동 소유의 숙박시설과 식당 등으로 고쳐서 삶의 활로를 찾고자 합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소망에도 불구하고 진도군수님은 요지부동이십니다.


진도군수님, 제발 주민들이 기부했던 폐교를 주민들에게 다시 돌려주십시오. 대명그룹 회장님, 부디 섬 주민들의 재산을 욕심내지 마시고 주민들에게 돌려주십시오. 대명그룹에서는 이미 '신비의 바닷길'이 있는 진도 의신면에 560실 규모의 콘도를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가난한 섬의 작은 폐교까지 탐내지 않으셔도 될 만큼 충분하지 않습니까. 제발 관매도 섬 주민들의 것을 빼앗지 말아 주십시오. 대기업이 어려운 섬 주민들의 적은 재산을 탐낸다 해서 무슨 좋은 평판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진도군수님과 대명그룹 회장님! 부디 주민들의 학교를 주민들에게 돌려주시길 간곡히 부탁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힘겹게 살아가는 관매도 섬 주민들을 도와주십시오. 그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습니까.

관매도 풍경 ⓒ 강제윤


관매도 솔숲 한가운데는 관매초등학교 폐교가 있습니다. ⓒ 강제윤


현재 진도군은 대명리조트로부터 관매도 리조트 건설 관련 사업계획서를 받아 검토 중이다. 건설 부지인 관매초등학교의 매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진도군은 "전라남도교육청으로부터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관매초등학교를 넘겨받았기 때문에 (대명리조트에 매각해도)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진도군 세무회계과 관계자는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교육청에서 관매초등학교를 진도군에 매각할 때 졸업생, 마을 주민들의 동의를 얻었다"며 "(리조트가 들어선다면) 마을에 관광 활성화 등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돼 사업계획서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매초등학교가 있는 마을주민들은 이 사실을 정확히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 매각과 관련해서도 다른 의견을 갖고 있었다.

조창일 관매마을 이장은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얼마 전에 군청 사람들과 감정원들이 현지답사를 하더니, 정말 학교를 리조트 회사에 넘기기로 한 것이냐"라고 되레 기자에게 물으며 "애당초 학교는 팔면 안 된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으나, 만약 군에 넘긴다면 연수원 등으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고, 그래서 매각에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민들이 피땀 흘려 이어온 학교를 주민들 협조도 없이, 설명회 한 번 안 갖고 군수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인가"라며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 사업 관련해 예산을 받아 주민들끼리 어떻게 이용할지 검토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진도군이 막무가내로 진행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진도 #관매도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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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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