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국회의원 꼭 늘려야 할 세 가지 이유

[이슈진단] '권역별 비례대표'와 의원 정수 확대 논란

등록 2015.07.31 19:56수정 2015.07.3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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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최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작성한 대외비 보고서에서 자신을 스스로 "현행 선거제도의 최대 수혜자"라고 칭했다. 실제 민심보다 자신들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결국,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선거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결론을 선거법 개정을 논의 중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비례대표 도입에 긍정적인 새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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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치개혁특위, 선거구 획정 기준 논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국회 의원 지역 선거구 획정 기준과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유성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에 긍정적이다. 아직 당론으로 정하지는 못했지만, 문재인 대표의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혁신위원회가 이를 당론으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해 다수의 의원도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 호남지역에서 약간의 의석을 잃게 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영·호남의 지역 구도를 깨는 게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권역별 비례대표 제도는 전국 5~6개 권역별로 나눠 각 권역에서 정당의 득표율에 비례해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새정치연합은 영남에서 지금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거꾸로 말하면 거대 양당이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에서 일정하게 기득권을 상실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제3정당의 입지도 현재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논쟁은 다른 곳에서 불이 붙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의원 정수 확대를 언급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지역-비례 의원 비율 2:1을 적용해, 현행 246석인 지역구 의원의 숫자를 그대로 두고 54석인 비례대표를 123명까지 확대해 전체 의원 수를 300명에서 369명으로 늘리자는 제안이었다. 현행 300명을 유지한다면 지역구 200명, 비례 100명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새누리당은 "정치권에 국민 불신이 높은데 의석수를 늘리자는 것은 국민 배신행위"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은 오히려 비례대표의 숫자를 줄이고 지역구 의석을 늘리고자 한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인구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편차를 2:1로 결정하면서 인구가 많은 곳은 지역구가 쪼개지고, 적은 곳은 통합되면서 전체적으로는 최소 10석 이상의 지역구가 늘어나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표성과 다양성 확보, 그리고 특권 줄이기

실제로 의원정수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회의원 세비 삭감을 전제해도 비례대표 국회의원 및 전체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7.6%로 나와 국민 10명 중 6명이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 50%, 유선전화 50% RDD 자동응답방식. 응답률은 5.8%,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 포인트)

그러나 이런 '정치혐오'를 걷어내면 국회의원을 늘려야 하는 이유가 보인다.

[이유 하나] 국민 대표성 강화

우선 국민의 대표성이 강화된다. 현재는 평균 인구 16만 명당 1인의 의원이 있다. 개헌국회 당시는 인구 10만 명당 1인이었다. 의원들이 대표해야 하는 국민의 수는 늘어나면서 각 개별 국민의 대표성은 줄어든 것이다.

현재 OECD 평균은 인구 9만7000명당 1명이다.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국회의원 수는 510명이 돼야 한다.

[이유 둘] 다양성 확보

또 다양성이 확보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다양한 갈등이 발생해 정치의 '갈등조정' 기능이 더욱 요구된다. 국회의원은 단순히 법안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변자'로 여러 갈등을 푸는 역할도 부여받고 있다.

특히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더욱 필요하다. 의원 수를 확대하지 않고 이를 채우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다른 분야를 축소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유 셋] 특권 및 기득권 타파

국회의원의 특권과 기득권 타파를 위해서도 정수 확대가 필요하다. 국회의원은 누리는 것에 비해 일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래서 의원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그건 오히려 권력을 강화해주는 꼴이다. 300명이 가졌던 권력을 200명이 가지면 개인의 권위는 더욱 올라간다. 그렇게 줄이다 한 사람이 권력을 가지면 '독재'가 된다. 다수가 경쟁하는 체제에서는 오히려 특권의식을 부리기 어렵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OECD 기준으로 의원정수는 작지만, 의원들이 받아가는 세비는 높다"라며 "OECD 평균은 국민소득(GDP)의 2.8배인데, 우리는 5.5배다. 의원정수 확대와 함께 세비를 50~60% 삭감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회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민주주의 복지국가가 되기 위한 최소요건"이라며 "경제적 특혜를 축소하고 의원 정수를 늘려야 대통령과 사법부, 검찰과 관료, 독점 재벌을 견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국회의원 #권역별 #비례대표 #의원정수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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