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대상 된 '86그룹', 침묵 속 돌파구 찾기

정면 대응에는 회의적, 각자 비판 대응 방안 고심

등록 2015.08.04 09:12수정 2015.08.0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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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86그룹(1980년대에 대학을 나온 1960년대생 운동권 출신)'의 근심이 깊다. 과거에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정치권에 입문했지만, 지금은 기득권 세력이라는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혁신의 대상으로 떠오른 이들은 일단 세대 차원의 대응 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위기 돌파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당내 대안세력으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력 재편과 확장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86그룹은 최근 당 혁신위의 문제 제기를 계기로 비판의 도마에 오르게 됐다. 청년 몫으로 합류한 이동학 혁신위원은 지난달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586전상서'라는 글을 올려 86그룹 대표 정치인인 이인영 의원에게 '적지 출마'를 요구하고 나섰다. 86그룹과 같은 세대인 임미애 혁신위원 역시 "아직도 (19)87년의 지나간 잔칫상 앞에 서성이고 있는 듯하다"라고 '동지'들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혁신 대상으로 떠오른 86그룹... "그동안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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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그룹 대표 정치인으로 꼽히는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남소연


두 혁신위원은 한목소리로 '86그룹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한 게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젊은 피'를 대표해 정치권에 들어온 지난 15년간 뚜렷한 업적을 만들어 낸 게 없다는 지적이다.

이인영·우상호·최재성·오영식 의원 등 86그룹 정치인들은 2004년 17대 총선을 전후해 대거 국회로 입성했다. 당시 '386(30대)'이던 이들은 정동영·정세균·손학규 등 여러 당 대표 밑에서 당직을 맡으며 주요하게 활동해왔지만, 정작 '586(50대)'인 지금은 당의 중추인데도 불구하고 뚜렷한 후배 세대를 양성해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독자적 세력 도모 없이 기존의 권력구도에 기대왔다는 비난도 거세다. 당내 계파 문제를 극복하기보다는, 각자 계파에 줄서 '타협정치'를 펼쳐왔다는 것이다. 이동학 혁신위원은 "선배들을 응원할 든든한 후배 그룹 하나 키워내지 못했다"라며 "새로운 어젠다나 비전도 제시하지 못해 '하청 정치'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라고 꼬집었다.

민주화운동 경력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과거에 비해, 현재의 정치적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평가 역시 제기된다. 지난 2·8 전당대회 때 당권에 도전한 이인영 의원이 완패하면서 86그룹의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같은 또래인 당내 전문가 그룹보다 정무·정책 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임미애 혁신위원이 86그룹 의원들을 향해 "그동안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만들었으며, 사회에 어떤 공헌을 했는지 의심스럽다"라고 직격탄을 날린 이유이기도 하다.

비슷한 세대인 당내 보좌진 사이에서도 혁신위원들의 지적이 공감받는 분위기다. 86그룹과 가까운 한 보좌진은 "이제는 선배들이 당의 혁신과 인적 쇄신을 위해 직접 나서야 한다"라며 "필요하다 스스로를 희생할 각오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침묵 속 고민하는 86그룹, 변화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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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28일 국회에서 '민생제일주의'를 담은 6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86그룹 정치인들은 혁신위원들의 비판에 정면 대응할 필요까진 없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하방론'이나 '용퇴론'에도 부정적이다. 86그룹으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평가는 평가대로 받아들이고 반성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다 모여서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모양새가 웃기다"라고 전했다.

하방론과 인적쇄신 요구를 두고도 "우리가 그 정도로 부패하진 않았다, 그나마 당내에서 진보적 의제를 제기해온 게 86세대 아닌가"라며 "그런 식의 쇄신에는 동의할 수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인영 의원 역시 이동학 혁신위원에게 답장을 보내는 방식으로 '적지 출마' 요구를 에둘러 거부한 바 있다. 그는 기존 지역구를 버리고 '험지'로 내려가라는 요구를 '정치공학적 처방'이라고 규정하며 "이인영 개인의 정치적 선택이나 승부수가 아닌, 무엇이 우리 당을 위한 최선의 길인지 함께 더 생각해보자"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르지 못했다는 비판에는 대체로 수긍하는 편이었다. 86그룹 전체로 대응하진 않아도, 각자 위치에서 위기를 돌파할 방안을 고심하겠다는 것이다.

한 86그룹 인사는 "우리가 후배세대를 양성할 만한 세력을 만들지 못하고, 각자가 '모셨던' 당 대표에 따라 여러 계파로 뿔뿔이 흩어진 건 반성해야 한다"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관과 친소 관계가 달라지면서 결집력이 약화됐고, 결국 당내 영향력도 미미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생각이 다른 86세대 정치인들이 다시 모여서 당의 혁신을 주도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더러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끼리 다시 뭉쳐 '친노-비노' 구노를 깨야 한다, 그것만이 현재 직면한 비판을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86그룹이 계파와 세대라는 기준을 벗어나 세력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들은 이인영·우상호 의원 등 86그룹 의원들이 참여한 초·재선 혁신모임인 '더 좋은 미래'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86그룹과 가까운 한 초선 의원은 "86세대들의 문제는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면서 "('더 좋은 미래' 소속인) 우원식 의원은 을지로위원장으로 활약하면서 지지 기반을 넓히고 있지 않나, 그런 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세력 재편을 이야기하는 86그룹 의원들도 여전히 '본인들이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세대와 경력을 뛰어넘어 세력 결집을 도모할 수는 있지만, 새롭게 재편된 세력의 중심은 민주화운동 출신들이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86그룹인 한 의원은 "앞으로는 이인영 의원이 우리의 대표여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라며 "'친노-비노' 구도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라면 더 힘있고 새로운 인물을 밀어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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