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불출마'에 새정치 "우리는 지고 있다"

새누리당과의 인적쇄신 경쟁에서 밀려... 중진 '용퇴' 압박 ↑

등록 2015.08.04 16:42수정 2015.08.0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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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지난 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20대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뒤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새정치민주연합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4·29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연일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인적쇄신 경쟁에서는 여당에게 밀리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3일 "초심은 사라지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귀가 닫히고, 내 말만 하려고 하고, 판단력이 흐려지고, 언어가 과격해졌다"라는 자기 반성과 함께 내년 20대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의 깜짝 발표 배경을 두고는 여전히 의문이 남지만, 야당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기득권 내려놓기' 경쟁에서 새누리당보다 뒤처지는 모양새가 됐다.

새정치연합은 일찍이 혁신위원회를 꾸리고 당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총선 불출마 선언처럼 현역 의원이 혁신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야당 호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분당·신당설이 피어오르면서 '기득권을 두고 집안 싸움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청년 몫으로 새정치연합 쇄신 작업에 참여 중인 이동학 혁신위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최고위원의 불출마를 언급하며 "이미 우린 지고 있다, 쇼라 할지라도 쇼에서도 지고 있다, 국민이 답답하고 대한민국이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혁신 속도가 새누리당보다 더딘 듯한 모습이 연출되는 데 일침을 가한 대목이다.

새정치연합 지도부 주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당직자는 "총선 불출마 선언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혁신 카드인데, 그 '한 방'의 기회를 새누리당에게 빼앗겨 버렸다"라며 "지도부를 비롯한 의원들은 애써 모르는 척 외면하지만, 속으로는 '인적쇄신 경쟁에서 여당에게 지고 있다'는 걱정이 가득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최고위원의 불출마 기자회견 내용을 언급하면서 "정치인으로서 쉽게 언급할 수 없는 '반성의 언어'를 담았다, 그게 진정한 '셀프디스(자기 비판)'다"라고 평가했다.

새정치연합은 혁신 작업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셀프디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반성보다는 자기 자랑에 매몰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성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측면에서도 새누리당보다 진솔하지 못하다는 게 당내의 지적인 것이다.


조국 "새정치연합 중진 의원들, 현명한 선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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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 ⓒ 남소연


내부에서는 지금이라도 김 최고위원에 대적할 만한 인사들이 '자기 희생'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른바 당내 중진과 86그룹(1980년대에 대학을 나온 1960년대생 운동권 출신)이 '용퇴론', '하방론'에 응답해야 한다는 요구다.

당 혁신위도 사실상 현역 의원들의 결단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모양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조국 혁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 출연해 "중진 다선 의원의 불출마 문제는 스스로 결단해야 하는 문제"라며 "새정치연합의 다선 중진 의원들도 현명한 선택을 하리라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명한 선택이 용퇴를 포함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것이 새정치연합의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인가는 어느 누구보다도 그분들 스스로 아시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이어 "공정하고 투명한 룰 마련 작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진다면, 중진들이 양보하는 일이 결과물로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혁신위가 마련할 선출직 공직자 평가기준에 따라 자연스럽게 '현역 물갈이'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그는 "혁신위가 '무조건 몇 %는 날린다'는 수치를 정할 수 없고, 특정집단·지역에 계신 분들에게 무조건 나가라고 할 수도 없다"라면서도 "지역구 활동, 당 기여도 등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에서 실시한 계량적 평가에 기초해 나쁜 점수가 나온 분들은 자연스럽게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동학 혁신위원은 편지 형식으로 86그룹의 정치 행태를 비판하며, 이들의 리더 격인 이인영 의원의 '적지 출마'를 요구했었다. 

그러나 용퇴와 적지 출마 압박을 받는 중진과 86그룹 의원들은 부정적인 반응이다. 한 중진의원은 "여러 번 당선됐으니 나가라는 식의 인적쇄신은 총선 승리를 위해 결코 좋은 방안이 아니다"라며 "총선 제1의 목표는 당선 가능성이어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이인영 의원 역시 "개인의 정치적 선택이나 승부수가 아닌, 무엇이 우리 당을 위한 최선의 길인지 함께 더 생각해보자"라면서 적지 출마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바 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김태호 #총선 불출마 #새정치민주연합 #조국 #이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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