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만 있고 '재발 방지'는 없는 이상한 국방부

[주장] 군 수뇌부는 일선 장병의 입장을 헤아리고 있는가

등록 2015.08.12 11:02수정 2015.08.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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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후송하는 수색대원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지뢰폭발사고는 군사분계선(MDL)을 몰래 넘어온 북한군이 파묻은 목함지뢰가 터진 것으로 조사됐다.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공개한 영상에 지뢰가 폭발한 뒤 수색대원이 부상한 동료를 후송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4일 오전 7시 30분께, 경기도 파주의 비무장지대에서 매복 작전을 수행하던 육군 1사단 수색대대 소속 부사관 2명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 폭발로 부상을 입는 일이 발생했다. 매설 장소는 작전의 출발점인 통문(GP를 연결해 놓은 추진철책 상의 출입문)이었고, 통문 전방 40cm와 후방 25cm에서 각각 1차 폭발과 2차 폭발이 일어나면서 작전은 개시 20분 만에 종결되었다.

지뢰를 밟은 하아무개(21) 하사는 오른쪽 다리 무릎 위와 왼쪽 다리 무릎 아래를 잃었고, 그를 부축하던 김아무개(23) 하사는 뒤이은 폭발로 오른쪽 발목이 절단되었다. 적 포탄 낙하 상황이라고 판단한 수색팀장 정아무개 중사는 경계를 지시하고 부상 병력을 수습하며 조심스레 물러섰고, 몇 분 뒤 GP 인원이 현장에 도착하여 이들을 후송하면서 상황은 일단 마무리되었다.

사건 직후, 군 당국은 폭발물이 북한군 매설 지뢰가 아닌 우리 측의 유실 지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 일은 크게 주목받는 뉴스가 아니었다. 그런데 사건 발생 6일이 후인 지난 10일, 돌연 군은 이번 사건이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이었다고 발표하고 사건 현장을 민간에 공개했다. 여론의 관심도 집중되기 시작했다. 군이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는지에 대한 해명 요구가 크게 일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다.

'특단의 강수' 천명한 군,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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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군 당국이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에 의도적으로 목함지뢰를 매설한 행위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경기도 파주 인근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일부 시행했다고 10일 밝혔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이번 목함지뢰가 매설된 파주 1사단과 중부 지역 등 2곳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11년만 이다.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부속합의서에 따라 2004년 6월 16일 서부전선 무력부대 오두산전망대에서 군인들이 대북선전용 대형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리가 절단되는 크게 다쳤음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 두 장병의 군인다운 태도에 숙연해진다. 동시에, 국민은 최전방의 '안보 구멍'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수백 미터를 남하, 우리 군의 코앞에 지뢰를 묻어 놓고 돌아갔다. 그런데 이 사실을 우리는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불안감이 생긴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은 군의 경계 실패를 날 세워 비판하기 시작했고, 분노와 함께 부끄러움에 휩싸인 군은 '특단의 강수'를 다짐했다.

현재까지 군의 '강수'는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 재개와 'DMZ 주도권 장악 작전' 강화, 두 가지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사건의 본질에 다소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봄으로써 현재 군의 대응책이 적절한지를 따져보고자 한다.

먼저 사건이 발생한 비무장지대(DMZ)에 대해 알아보자. 군사분계선 전·후방 2km를 이어놓은 선인 북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이 있다. 비무장지대는 이 두 선의 사이 4km 너비의 구간을 말한다. 휴전협정 합의사항에 따른다면, 이곳은 비무장지대라는 명칭 그대로 무장 병력이 있어서는 안 되는 곳이다. 양측은 상호 감시와 견제를 목적으로 조금씩 전진하여 GP라는 전방 감시초소를 만들고 병력을 상주한다. 그래서 이들은 명목상으로나마 가슴팍에 '민정 경찰'이라는 약장을 박아 넣고 임무를 수행한다. '눈 가리고 아웅'일지언정, 군인이 아니라는 표식이다.

따라서 GP를 잇는 선인 추진철책은 야간에 불을 켜놓을 수 없다. 명목상으로는 군대가 주둔하지 않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철책선 따라서 눈부신 불을 밝혀 놓는 남방한계선의 GOP 근무자들은 해가 져도 육안으로 관측·경계가 가능하지만, 암흑 속의 GP 병력은 야간에 열 감지 장비를 동원해야만 경계가 가능하다.

열을 감지하여 야간에 관측을 용이하게 해주는 장비는 세 가지가 있다. 먼저, 경계 근무자가 휴대하는 야간투시경이다. 그러나 이 야간투시경은 근거리의 사람이나 동물은 식별할 수 있어도 수십 미터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다음으로 파견 병력이 담당하는 CCTV 감시 근무에, 포병용 관측장비를 사용한다. 불을 켤 수가 없으니 CCTV 화면도 암흑이다. 따라서 야간에는 포병용 관측장비로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야간투시경과 성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마지막으로, 언론에 계속 등장하는 열상감시장비(TOD)가 있다. 이것이 그나마 야간 경계에 제 역할을 하는데, 문제는 이 장비가 매우 고가이기 때문에 한 대당 책임 구역이 지나치게 넓다는 데 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북한군이 휴전선을 넘어와서 지뢰를 묻는 행위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점일 것이다. 국방부 대변인은 지뢰 매설에 10분 정도가 소요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적군의 침투로와 귀순로가 될 수 있는 주요 하천이나 계곡, 그리고 통문을 주로 감시하는 '핀포인트' 방식의 GP 경계근무 특성상, 밝은 대낮에 10분간 적지의 '핀' 지점에서 매설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잠입은 아마 야간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잡아낼 수 있는 수단은 현실적으로 열상감시장비밖에는 없다. 공개된 열상감시장비의 촬영 영상에는 2차 폭발만 기록되어 있다. 1차 폭발 당시에는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가 폭발음을 듣고 근무자가 장비를 통문 쪽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 대의 TOD가 감시해야 할 범위가 매우 넓어 이곳저곳 돌려가면서 바라보는 방식의 경계 근무를 했다는 것이다. 한 방면 당 5분 정도씩만 보고 돌린다고 해도 특정 방면이 10분 정도는 얼마든지 방치될 수 있다.

게다가, 영상을 보면 통문 안쪽, 즉 우리 측 개활지는 잡히는데 통문 바깥쪽은 각도상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설사 매설 당시에 우리 장비가 통문을 잡고 있었다고 해도 전혀 몰랐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에 대해 대변인은 다만 "지형적 한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본질은 '허술한 방어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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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DMZ 도발... 대북성명 발표하는 군 구홍모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 10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 살상용 목함지뢰를 매설한 행위와 관련한 대북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군 당국은 성명을 통해 강력한 보복응징 의지를 천명하면서 북한에 대해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 연합뉴스


다시 생각해보자. 이것이 경계 태세 소홀의 문제인가? 아니면 열악한 장비의 문제인가. 알 수 없다.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허술한 방어체계에서 기인한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앞서 서술했지만, 군은 이번 일에 대해 심리전 재개와 DMZ 내 작전능력 강화를 대책으로 내건 바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심리전 재개라는 조치가 매우 적절한 정도의 대응책이라고 생각한다. '강수'를 호언장담하던 국방부가 막상 '심리전 재개'라는 안을 내놓자 일부 여론에서 비웃는 듯한 모습이 나타났다.

사실 이 심리전 재개는 매우 강력한 준 군사행동이다.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에도 우리 군이 내놓았던 최고 수준의 대처는 심리전 재개였다. 당시 북한의 격렬한 항의와 국제 문제 비화를 우려한 한미연합사령관의 반대로 확성기 설치에만 그친 예가 있다. 직접 사격에 맞은 것이 아니므로 '동종 3배수' 원칙에 따라 북측 철책에 지뢰 9발을 매설하는 대응을 할 수는 없다.

가용 가능한 최고의 수단인 심리전 재개를 사과 표명이라는 중지 조건을 걸어서 조치한 것은 적절해 보인다. 또한, DMZ 내 장악력을 높인다는 작전 강화 방침도 옳은 방향이다. 우리의 작전지역 내에 적군이 잠입해 무기를 설치하고 무사히 돌아간 사실은 어찌 됐건 현장의 작전부대나 경계부대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패'다. 전투력 강화의 필요성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 두 대책은 사건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심리전 재개와 작전 강화라는 두 방책의 공통점은, 우리가 당한 것에 대한 보복과 응징의 성격이 강하다.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과는 거리가 있다. 심리전 재개는 대북 전단 살포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가장 격하게 반발하는 행위이니 실행한 것이다. 작전 강화는 DMZ에 투입되는 수색조를 증강해서 재편성하고 횟수를 늘리며 화력을 보강하는 내용의 변화다. GP의 각 초소에는 각종 공용화기와 더불어 대전차 화기와 방공무기까지 지원 배치한다고 한다. 한 대를 맞았으니, 다음에 한 대를 때릴 수 있을 때 최대한 세게 때리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러한 대책에는 강한 적의만이 보일 뿐,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는 방향의 대책 수립 의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군이 반드시 지켜야 할 첫 번째 수칙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진지 방어일 것이다. 필자는 그 바로 다음에 군인 개개인의 안전이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군의 위신이나 모양새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전방에서 실제로 작전을 수행하는 장병의 안전보다는 중요도가 낮다. 폭발 당시에, 지뢰 폭발이 아니라 포탄 낙하라고 판단했을 정도로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보복과 응징도 중요하지만 그런 일이 다시는 없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관측소에서 TOD가 수 킬로미터 반경을 홀로 감시하고 있고, 어떤 지점들은 장비를 겨누고 들여다봐도 수풀에 가려서, 혹은 각도가 안 나와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지적을 간단히 '지형적 한계'라고 치부한 채 심리전 재개와 화력 보강에만 매달리는 것은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 적어도 TOD를 늘린다거나 추진철책을 교정해서 시계를 확보한다는 정도의 대책은 최소한 있어야 했다. 그것이 어렵다면 CCTV가 부착된 철주에 열 감지 센서를 부착해 철책 바깥의 열을 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길은 반드시 있다.

20대 초반의 하사 두 명이 말로 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 분하고 억울해서 몇 배로 되갚아주고 싶은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또 다른 하사나 소위, 상병이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점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심리전 방송을 켠 GP에서 실제로 근무를 서야 하는 장병들과 통문을 열고 작전지역에 발을 내디뎌야 하는 장병들을 최우선에 놓고 생각해야 한다.

과연 군 수뇌부가 토의하여 내놓는 대책들은, 당장 오늘 저물녘에도 통문을 열고 전방을 향해야 하는 일선 장병들의 떨리는 발걸음에 입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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