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 입 닫은 인권위가 '모범적 인권기구'?

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 위원장, 13일 퇴임식에서 소회 밝혀

등록 2015.08.13 16:36수정 2015.08.1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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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기 재임 동안 '잃어버린 6년'이라는 평을 받아온 현병철(71) 국가인권위원회 전 위원장은, 퇴임식에서까지 정부와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고, 자신의 성과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 전 위원장은 13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퇴임식을 했다. 현 전 위원장은 퇴임사를 통해 "우리 위원회는 설립 이후 오늘까지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고, 그 결과 국제사회에서 모범적인 국가인권기구로 자리 잡아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인권위에 대한 ICC 등급 심사가 세 차례 연기된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ICC(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회의)는 위원선출 등과 관련한 위원회법 개정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며, "앞으로 정부와 국회에서 위원회법 개정 등 ICC 권고사항들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인권위원 인선 과정에 대한 자신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은 채, 이에 대한 해결을 정부와 국회의 몫으로 돌린 것이다.

책임에는 입 닫고, 성과 나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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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 당시 국가 인권위원장이 지난 2014년 11월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15년 예산안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현 전 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재임하며 달성한 치적을 하나하나 나열하기도 했다. 현 전 위원장은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니 어려움 속에서도 보람 있는 일들이 많이 있었다"며, '정신장애인국가보고서 발표', '인권 친화적 병영문화를 위한 정책·제도 개선권고', '인권 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종합 정책권고'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 일을) 일일이 언급할 수 없을 정도"라고 표현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의 인권영역을 확장하고 새로운 인권 분야를 개척한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며 "인권경영과 정보 인권의 개념을 정립하고 인권의 지평을 넓힌 것은 대단히 의미 있고 자랑스러운 일이었다"고 자평했다.

인권 활동에 대한 경험이나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으며 취임 첫날부터 반대 여론에 부딪힌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금 돌이켜 보면 수많은 해명과 설명이 그에 대한 당부 논의도 없이 외면당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질책과 비판이 위원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항상 저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가다듬게 하는 훌륭한 스승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정리했다.


'잃어버린 6년', 누가 되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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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4월 28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에 들려 조문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 이주영


퇴임사만 보면, 국가인권위원회는 2009년 현 전 위원장이 취임한 이래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인권위는 지난 6년간 용산 참사, 통합진보당 해산, 세월호 참사 등 정부가 민감하게 생각할만한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 전 위원장은 재임 시절 시민단체나 인권 활동가들로부터 끊임없이 사퇴요구를 받아왔다.

그뿐만 아니라 인권위는 지난해와 올해, ICC로부터 '인권위원 인사를 투명하게 진행하고,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으며 등급 판정을 받지 못했다. 2004년 ICC 가입 당시부터 줄곧 A등급을 받아온 인권위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현병철 전 위원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이성호(58) 위원장 또한 지난 6년간 인권위가 퇴보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병철 2편'이 되는 거 아닌가 우려된다"는 신정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전임 위원장 시절에 퇴보가 있었다는 지적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 전 위원장은 이 같은 인권위의 '퇴보'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않은 채 물러났다. '잃어버린 6년'의 시간은 그의 퇴임사에서조차  솔직하게 평가되지 못했다. 이성호 위원장이 앞으로 인권위를 복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 위원장 또한 현 전 위원장처럼 인권 전문가가 아니며, 정통 법관 출신이다. 이 위원장은 청문회 전부터 서울남부지방법원장 시절 성전환자에게 성기 사진 제출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임기는 3년이다. 현 전 위원장이 떠난 인권위가 3년의 세월을 더 잃어버릴지, 되찾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김예지 기자는 <오마이뉴스> 22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 #인권위 #이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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