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문 집회 무더기 기소' 민변 변호사들 무죄

법원 "경찰이 집회 방해"... 일부 혐의는 인정, 벌금형 150만~300만 원 선고

등록 2015.08.20 17:34수정 2015.08.2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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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를 받은 민변 소속 권영국, 이덕우, 김유정, 송영섭, 김태욱 변호사와 변론을 한 동료 변호사들이 "무죄"를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우성


'피고인'이 됐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 변호사 5명이 20일 활짝 웃었다.

이날 법원은 2013년 7월 25일 서울시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쌍용자동자 해고자들의 집회에서 경찰관을 때리고 불법 체포한 혐의로 기소된 권영국·김유정·김태욱·송영섭·이덕우 변호사들을 무죄라고 했다. '질서유지선'을 내세워 신고한 장소에서조차 집회를 할 수 없게 만든 경찰의 행동은 위법하며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대한문은 2009년 대량 해고사태 이후 세상을 뜬 쌍용차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분향소가 설치된 채 오랫동안 쌍용차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였던 장소다. 2013년 7월 25일 민변은 경찰이 분향소를 철거한 뒤 화단을 설치, 병력을 배치한 일 등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그런데 경찰은 민변이 집회장소로 신고한 화단 앞 공간에도 질서유지선을 세웠다. 민변은 경찰에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양쪽은 몸싸움을 벌였다. 김유정 변호사 등은 최성영 당시 남대문 경찰서 경비과장이 정당한 집회를 방해하는 현행범이라며 그의 양쪽 팔을 붙들기도 했다.

검찰은 이 일이 특수공무집행방해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에 해당한다며 변호사들을 피고인석에 법정에 세웠다. 또 그들이 화단을 에워싼 경찰에게 항의한 일은 질서유지선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경찰이 대한문 집회 방해... 피고인들은 무죄"

하지만 20일 법원은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아래 집시법)에 따르면 사람은 질서유지선으로 볼 수 없는 데다 ▲ 문제의 집회가 일반인의 통행이나 주변 차량 소통을 방해한다고 우려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권영국 변호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윤승은)와 나머지 변호사들의 사건을 심리한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 모두 오히려 남대문서가 민변이 신고한 공간 안에 불필요한 병력을 배치하는 바람에 집회 장소를 축소하고 집회의 자유를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허가받은 집회를 방해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으므로 변호사들의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권 변호사가 2012년 5월 10일 종로구 청운동 동사무소 앞 집회 때 청와대 쪽으로 이동하다 도로를 점거하고(집시법 위반·일반교통방해죄), 2014년 7월 20일 집회를 제지하는 경찰에게 욕설을 한 혐의는 인정,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김유정 변호사 등이 최창영 경비과장의 양팔을 잡고 20여m 끌고 간 일은 체포미수죄가 성립한다며 김유정·이덕우 변호사를 벌금 200만 원, 김태욱·송영섭 변호사를 벌금 150만 원에 처했다.

일부 유죄가 나오긴 했지만 핵심 쟁점인 대한문 집회 부분이 무죄로 나온 만큼 '피고인' 변호사들의 표정은 밝았다. 선고 후 기자회견을 열기 전 "자 피고인들 서시죠"라는 말에 이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피고인' 변호사들 활짝 웃었지만.... "체포미수죄 항소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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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를 받은 민변 소속 권영국, 이덕우 변호사가 재판정을 나와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권영국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집시법 13조 질서유지선 조항의 최초 판례일 것"이라며 "집회장소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집회를 최대한 자유롭게 보장해야 한다고 한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고인 송영섭 변호사는 "(그동안 질서유지선 관련) 기준이 명확히 없어서 경찰이 질서유지선을 명목으로 사실상 집회를 제한해온 관행이 있었다"며 "이번 판결은 그것을 명확히 잘못이라고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체포미수죄 유죄판결에는 아쉬워 하는 모습이었다. 권 변호사는 "위법한 공무를 집행하는 경찰을 두고도 일반 시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냐"며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송 변호사도 당시 집회는 적법하게 신고한 것이었고, 경찰의 금지통보를 법원이 집행정지한 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긴급구제결정까지 했는데도 남대문서가 계속 집회를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들의 행동이 "부적법한 상황을 지속하는 경찰 병력을 현장에서 제지하고 적법한 행위를 하도록 최소한의 조치를 한 것"이라며 "이 부분은 (항소해) 정당성을 인정받겠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검찰의 '민변 표적 수사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검찰이 아직 재판을 받고 있는 류하경 변호사까지 민변 회원 6명을 무더기로 기소하면서 대한변협에 이들을 징계해달라고 신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월 대한변협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판결 확정 전까지 징계 여부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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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권영국 #쌍용차 #대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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