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보다 더위가 더 참기 어려운 이유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77] 열 감지신경이 찬 기운 감지세포보다 더 표피에 있어

등록 2015.08.28 09:49수정 2015.08.2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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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남 거창군 위천면 상천리 금원산 자연휴양림 계곡을 찾은 피서객이 무더위를 피해 물놀이를 하고 있다. ⓒ 거창군청 김정중


개는 인간의 수백 수천 배에 달하는 후각능력을 갖고 있다. 또 독수리나 매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식별이 불가능한 5~6km 떨어진 작은 물체들까지도 알아 본다. 사실 인간의 감각은 동물들 가운데 그다지 뛰어난 편이 아니다.

하지만 온도 감지능력만큼은 인간도 상당한 예민한 축에 속한다. 섭씨로 단 0.5도의 온도변화도 문자 그대로 몸으로 알아 차린다. 한 예로 섭씨 36.5도로 알려진 '정상 체온'이 질병 등으로 인해 약간만 올라가도 이를 곧바로 느낀다. 섭씨 0.5도라면 수은주 온도계의 경우 판독 오차가 용인될 정도로 미세한 변화지만, 우리의 감각기관은 이런 미세한 변화까지도 구별해내는 것이다.

요즘 아침저녁 기온은 8월 초순에 비해 현저하게 낮게 느껴진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8월 초순 최저기온은 섭씨 25도를 넘나 들었다. 이에 비해 지난 22일, 23일 주말 동안 서울의 최저기온은 대략 22~23도 수준이었다. 불과 2~3도 정도 낮아진 것이다. 공포감을 불러 일으켰을 정도로 무더웠던 밤과 쾌적한 가을 공기를 연상 시킬 정도로 시원한 저녁을 가르는 게 겨우 이 정도의 차이였던 셈이다.

인간이 후각이나 시각에 비해 훨씬 더 예민한 온도 감각을 갖게 된 것은 기온이 생존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탓이다. 단적인 예로, 적도와 극지방의 환경 차이, 이에 따른 생존 방식은 말 그대로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다. 코나 눈 생김새, 체모, 체형 등의 변화까지도 끌어낼 만큼 기온이 미치는 영향은 인간의 생존에 절대적이다.

온도감각기관이 제대로 작동하는 온도는?

한데 인간의 예민한 온도 감각은 무한대 범위에서 작동되는 게 아니다. 예컨대, 인간은 100도 정도로 뜨거운 물과 120도로 끓는 물의 온도 차이를 확실하게 구별해 낼 수 없다. 마찬가지 원리로 영하 20도와 영하 30도 사이의 차이를 명확하게 감지해내지 못한다.

인간의 몸에 내장된 온도계라 할 수 있는 '온도 감각기관'이 제대로 작동되는 온도 영역은 개인차가 조금 있기 하지만 대략 섭씨 5~45도 범위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설령 차이를 느낀다 해도 예리하게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5~45도는 바로 인간의 상주활동이 가능한 지역의 평균 기온 범위와 대체로 겹친다


인간의 온도 감각이 어떻게 작동되는지는 아직 소상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찬 기운과 따뜻한 기운을 느끼는 신경세포가 각각 다른 건 분명하다. 온도 감각 신경세포는 피부에 분포하는데, 흥미로운 점은 열기를 감지하는 신경세포가 표피에 보다 가까이 자리한다는 사실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난 추운 건 그런 대로 견디겠는데, 더위는 정말 못 참아"라고 불평하는 걸 볼 수 있다. 이는 온도를 감지하는 '열 신경세포'와 '냉 신경세포'의 분포를 감안하면 이해할 만한 말이다. 즉, 열 감지 신경세포가 찬 기운을 감지하는 신경세포보다 표피에 보다 가깝게 분포하기 때문에 열기의 변화를 쉬 느끼는 것이다.

단백질과 지방 등으로 이뤄진 인체는 본래부터 온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 환절기에 감기가 유행하는 것도 인간의 온도 민감성을 반증하는 예이다. 인간의 주요 감각 가운데 일상적인 정보처리의 80%가 시각을 통해 이뤄진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온도 감각의 정보처리량은 시각보다 작을지 몰라도 생존에는 시각이나 후각 못지않은 중차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 편집ㅣ박순옥 기자

덧붙이는 글 위클리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추위 #더위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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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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