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위의 댄싱' 앞두고, 김정은 참수 작전이라니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과 안갯속의 동아시아

등록 2015.08.31 20:49수정 2015.09.0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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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과 노동개혁 등 현안에 대해 발언한 뒤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 보수언론 산케이가 31일,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명성황후에 비유했다. "이씨 조선(조선시대)에도 박 대통령과 같은 여성 권력자가 있었다. 민비(명성황후를 낮춰 부름)는 '사대주의 도착(倒錯)'으로 암살됐다"라는 것. 동아시아의 2차대전 종전70년 외교무대에서 일본 우파세력들이 야만과 광기의 민낯을 드러냈다.

식민지배와 러일전쟁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아베의 종전 70주년 담화의 연장선이다. 지난 8.25 남북합의 이후 조상호 국방부 군구조개혁추진관도 김정은 위원장 참수 작전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말의 성찬을 통해서 남북대화 전략을 관철시켜야할 국면에서 국익을 훼손시키는 극단적 언어 사용이다. 

박근혜 대통령 명성황후 비유는 산케이의 야만

이러한 극단적 언어들이 난무하는 것은 현 동아시아 정세에 대한  통찰없이 감정의 분출을 통해서 자기 만족을 얻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지금 동아시아는 칼날 위에 서 있다. 중국 전승절 행사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작년부터 전승절을 국경일로 지정했는데, 전승절은 단순한 축제나 명절이 아니다. 복잡한 동아시아 정세속에서 피말리는 외교전쟁터가 바로 전승절 행사이다.

중국이 작년부터 전승절 행사를 국경일로 정한 것은 일본의 재무장에 대한 반발 차원이었다. 하지만 그 본질은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중국이 군사궐기를 하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 위협을 구실로 한미일을 묶어서 중국을 견제하는 것과 비슷하다.

중국은 이번 전승절 열병식에서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할 것이다. 러시아도 지난 5월 9일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서 야르 24 다탄두 미사일을 공개했다. 미국의 MD 구축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공개할 것으로 예상하는 미사일도 당연히 다탄두 미사일일 것이다. 

중국 전승절은 칼날 위의 댄싱


중국은 미국을 향해서 태평양은 넓으니 나눠 쓰자고 말하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이 자유로운 항해라는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규칙을 만들기 위한 고난도 전략 게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서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중국 인민해방군 열병식도 관람한다. 과거 동구권이었던 체코를 제외하면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유일하다. 미국의 속이 편할 리 없다.

우리는 지금 통일, 외교, 국방문제가 실타래처럼 뒤엉켜서 돌아가는 매우 예민하고도 중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 남북관계를 잘 풀어내면서 한중관계, 한미관계, 한일관계에서도 새로운 창의적 해법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조상호 국방부 군구조개혁추진관의 참수 발언이 매우 부적절한 이유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열병식 참석으로 한중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진다면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시진핑 주석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중의 거리가 가까워진 상황에서 남북의 거리마저 좁혀지면 오바마의 아시아회귀정책은 성과 없이 마무리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많은 성과를 냈지만, 미국 대통령들이 그랬듯이 임기 막바지가 될수록 업적(legacy) 만들기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로 북한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겠지만, 한국이 중국에 접근하고 북한에 접근하는 것을 그냥 지켜만 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정부로서는 미중 사이에서 어떤 자리에 서야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 개선되고 있는 남북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도 난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미중의 치열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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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잠수함 수십 척이 동·서해 기지를 이탈해 위치가 식별되지 않아 우리 군이 탐지전력을 증강해 추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식별되지 않은 잠수함은 전체 전력 70여척의 70%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으며 6·25전쟁 이후 최대 이탈률이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해 5월31일 새로 제작한 기록영화 '백두산 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에서 공개한 북한 잠수함과 잠수함 기지. ⓒ 연합뉴스


8.25 합의 이후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치적 홍보를 위해서 사실과 다르게 언론보도를 유도해냈다. 남북협상 중 박 대통령이 철수를 지시했다는 보도가 대표적이다. 국방부 대변인은 장관도 모르게 북한의 잠수함 50척이 식별이 안 된다고 언론에 흘렸다. 한미연합사의 대북경계태세가 워치콘3로 상향조정된 상태에서 한미연합사의 북한 잠수함 식별능력이 어떤지를 북한에 알려준 셈이다.

8.25 합의를 잘해놓고 점수를 까먹은 것이다. 계속 논란이 될 소지가 크다. 박근혜 대통령 전승절 참석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중이 협력해서 북한을 압박했다"는 식의 홍보전략을 짤 것이다. 미국의 시선이 불편해서 중국에 쏠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애꿎게 한미동맹 강화를 끌어들일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 리커창 총리와 회담 등을 통해서 분명 한중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킬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이는 현 국면이 통일, 외교, 국방 분야에서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무척이나 중요해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국면에서 최악은 국내의 청중들을 의식한 어설픈 언론 플레이가 될 수 있다.

백척간두는 아닐지언정 통일, 외교, 국방의 3각 안보분야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는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하는 청중들은 연주자들이 청중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열연에 대해서는 환호할 것이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전승절 #시진핑 #박근혜 #열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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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서로 어울리는 것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어울릴 때 우리는 평화를 발견합니다. 남과 북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이 평화이고 통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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