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지지율 폭등, 여론조사의 이면

[분석] 8.25 합의후 대북정책 강경드라이브... 국민들은 "평화적 해결"에 큰 점수 줘

등록 2015.09.02 16:30수정 2015.09.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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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제3야전군 사령부 방문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후 한민구 국방부 장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경기도 용인 제3 야전군 사령부를 방문해 군의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폭등했다. 지난주 초반까지만 해도 30%대 중반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 주말에는 50%에 육박했다. 대통령은 환한 웃음을 지었고, 청와대에 초대받은 새누리당 의원들은 연신 축배를 들었다.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지지율 폭등 이유를 전쟁 일촉즉발까지 갔던 남북긴장 상태가 '무박 4일' 회담 끝에 8·25 합의를 끌어낸 영향으로 분석했다.

대통령 지지율 폭등과 궤를 같이하는 이상한 흐름이 보인다. 국방부의 '대북강경론'이 그것이다. 지난 8월 27일에는 한 안보세미나에 참석한 육군 준장이 "대북(對北) 비대칭 전략 중 심리전, 참수작전, 정보 우위, 정밀타격능력 등을 개발해 활용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조상호 국방부 군구조개혁추진관이 공개한 내용으로 북한 등 적국이 핵무기 사용 등이 예상될 때 승인권자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목적인 작전이다.

주목할 장면은 군이 처음으로 '참수작전'이라는 것을 세미나 형식을 빌려 대중에 공개했는데, 이에 관해 박근혜 정부가 해명하지 않고 있다는 대목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1일 자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한반도 통일 이야기, 속 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에서 "(참수작전 언급 등은) 군부 내에서 일어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저항이자, 레임덕 징후의 하나일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가만히 놔두면 안 되는 사안이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빨리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25 합의 이후, 강경론만 득세하는 이상한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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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접촉에서 김관진 국가안보 실장(왼쪽 위)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왼쪽 위 시계반대방향)김관진 국가안보 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김양건 노동당 비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 연합뉴스


'참수작전'이 언급된 지 며칠 후에는 국방부 차관이 등장한다. 백승주 국방부 차관은 일본 <교토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백 차관은 오는 10월 10일 북한이 조선노동당창건기념일에 맞춰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및 핵 실험을 포함한 도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백 차관은 북한이 예상되는 도발을 감행한다면 합의로 중단된 확성기 선전방송 재개뿐만 아니라 "모든 수단으로 반드시 대가를 지불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보도한 <교토통신>은 백 차관이 북한을 '강하게 견제했다'고 해석했다. 백 차관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국방부 대변인은 "전문가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일반적 수준에서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방부의 인식과 같음을 재확인해준 것이다.

'참수발언'과 '도발 가능성 높아졌다'는 국방부 고위관계자들의 실명 발언에도 정작 청와대는 조용하다. 이는 통일부를 대하는 청와대의 시각과 상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최근 통일부는 두 차례 '발언 논란'으로 청와대로부터 급제동에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평론가인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은 언론 기고문과 팟캐스트 등을 통해 남북 협상이 진행되던 시점에 통일부 대변인이 청와대로 불려가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남북협상 결과를 발표하는 주체가 통일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돌자 청와대가 발끈했고 고강도 조사 후 '협상 발표 주체는 청와대'라고 정정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통일부의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8·25 합의' 다음날인 26일 오전 통일부 정례브리핑에서 대변인이 남북 당국 간 회담 의제로 "5·24(대북 제제 조치)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북쪽이 제기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그때 가서 충분히 대화로써 다뤄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일반론적인 발언이었다.

이 내용이 석간신문을 통해 보도되자 통일부가 바빠졌다. 언론에서는 박 대통령이 우려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통일부는 당일 오후 3시 13분쯤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천안함 폭침과 관련,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5·24 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이메일을 보낸 직후인 오후 4시에 통일부 당국자가 기자회견을 하고 "정부에서 정확하게 발표하는 내용이 아니면 (보도를)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정부가 아닌가.

북 김양건 "기절초풍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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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부 장관. 사진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 대국민 담화 발표 당시 모습. ⓒ 연합뉴스


극적인 남북합의 이후에 일관된 흐름이 관찰된다. 국방부의 독주에는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심지어 육군 준장이 민감한 시기에 '참수작전'까지 언급했지만, 국방부 대변인이 부인하지 않았다. 국방부 차관 역시 10월 10일 도발 가능성이 커졌음을 공개한 후 '모든 수단'을 언급하며 강경드라이브를 폈지만, 대변인은 '일반적인 전문가 견해'를 전했다고 해명했다.

반면 또 다른 정부기관인 통일부는 뒤로 밀려난 모습이다. 북한의 제안으로 자연스럽게 '5·24조치'도 당국 간 의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전한 뒤 곤욕을 치렀다. 국방부는 일반적인 전문가 견해를 전해도 되고, 통일부는 안 된다는 의미인가. 남북협상 발표 주체 문제를 놓고도 통일부 대변인이 청와대로 불려가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바로 이 무렵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등장했다. 김양건 부장은 "약속한 것은 다 하고 어기는 일은 절대 없을 테니 남쪽도 합의가 잘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고 통일부가 지난 8월 31일 밝혔다. 그는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의 타계 3주년을 앞두고 평양을 방문한 박상권 평화자동차 명예회장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김 부장은 남한의 강경론에 곤혹스러워 하는 발언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군부에서 '참형'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느냐. 뒤통수를 치면 내가 무슨 힘을 갖고 일을 추진하겠느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참형'이라는 말이 나와 기절초풍할 것 같았다면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에게 이런 뜻을 전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갤럽> 지지율 폭등의 진짜 이유

지난 8월 28일 발표된 <갤럽>의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 대비 15%P 폭등한 49%를 기록했다. 6월 중순에는 29%까지 하락해 본격적인 '레임덕 정국'이라는 분석이 등장했는데, 단 한주만에 50%에 육박했다. 이로써 집권 3년 차 힘 있는 대통령의 모습을 연출하는 데 성공했다.

국민이 '8·25 합의'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도 갤럽은 분석했다. 이번 남북 고위급 협상이 '잘 됐다'고 응답한 의견은 전체 65%에 달했다. '잘못됐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박 대통령이 급등한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북 합의 잘 됐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어느 대목에서 지지를 보냈는지 갤럽의 분석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떤 점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잘 됐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조사항목에서 과반의 응답자가 '평화로운 해결'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대화/합의/평화로운 해결(23%)', '긴장완화/전쟁 막음/준전시 상태해제(22%)', '위기 상황 대처 잘함(4%)', '이산가족상봉 합의(3%)', '남북관계 개선(1%)' 등으로 응답한 것이다. 강경한 태도에 호응한 목소리도 있다. '유감 표명/사과받아냄(13%)', '강경함/단호함/원칙대로 대응(10%)', '북에 끌려다니지 않음/원칙대로 대응(5%)' 등이 그것이다.

이번 고위급 회담의 '가장 큰 성과'를 묻는 질문에 이산가족상봉합의(17%) - 빠른 시일 내 대화와 협상 진행(14%) - 비무장 지대 지뢰폭발 유감 표명(14%) - 북한 준전시 상태 해제(11%) 순이었다.

<갤럽>을 통해 전달되는 국민의 여론에서 일관된 흐름이 관찰된다. '잘된 점'과 '큰 성과'를 묻는 질문에 남북 긴장해소와 남북 화해를 꼽은 것이다. 보수언론에서는 박 대통령의 '원칙 있는, 일관된 대응'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했지만, 국민 여론은 대통령의 원칙과 일관된 대응보다 남북이 '무박 4일' 마주 앉아서 대화를 통해 평화롭게 위기를 해결한 대목에 주목한 것이다. 이것이 <갤럽>이 전한 박 대통령 지지율 폭등 민심의 실체다.

북한의 김양건 부장이 방북 인사를 통해 '남측의 김관진 실장과 홍용표 장관에게 전해달라'고 한 메시지는 단순했다. '약속한 것은 다 하고 어기는 일은 절대 없을 테니 남쪽도 합의가 잘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제안하는 무렵에 군의 고위관계자는 '참수발언'과 '북 도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투 트랙 전략'으로 전해질까 아니면 북한의 비둘기파(협상파) 입지만 좁혀놓게 될까? '8·25 합의 잘했다'고 응답한 여론을 포함한 국민들은 향후 정리되어 나타날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지켜보고 있다.

○ 편집ㅣ김준수 기자

#8.25합의 #김양건 #지지율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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