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병원 전전하는 어머니, 눈물이 핑 돌았다

[노인과 병원①] 정밀검사 없이 "원래 그래요"라니 너무하다

등록 2015.09.07 10:39수정 2015.09.0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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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양말 족저근막염에 좋은 기능성 양말이라고 해서 3켤레 4만 2천원이라는 비싼 돈을 주고 구매했다. ⓒ 강상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홀로서기를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어느새 70대 중반이 되어버린 어머니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직장에 다니면서 같은 집에 살아도 얼굴 보기 힘든 어머니였다. 아침 일찍 나가서 밤 늦게나 들어왔기 때문에 어머니의 건강조차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지난 2013년 내가 갑상샘암과 싸우며 직장에 병가를 내고 집에서 쉴 때 처음 어머니의 '족저근막염'을 알게 되었다. 이제 70대 중반이 되어 삶의 낙이라곤 주변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 밖에 나다니시는 게 전부인데 갑자기 찾아온 발바닥 통증은 어머니에게 불편함 그 이상이었다.

당시 나도 병원을 다니면서 집에서 쉬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그렇게 자연히 어머니의 족저근막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병을 치료하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 평생 운동화라는 신발을 단 한 번도 신고 살지 않으신 어머니를 설득해서 운동화를 신으시게 만들었고 세켤레 4만 원이 넘는 기능성 양말도 운동화와 함께 신으시라며 사드렸다.

어머니는 김해에서는 규모가 좀 큰 편인 종합병원에 족저근막염 치료를 하러 다니셨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 병원에서 더 이상 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으셨다고 한다. 왜 그러냐 여쭤봤더니 병원에 가면 발바닥에 주사를 놔주는데 그 주사를 계속 맞으면 '근육이 녹아 내린다'며 이제 오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더 황당한 사실은 이후 치료에 대한 어떤 조언도 없이 병원에 오지 말라는 이야기만 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화가 나서 그 병원으로 당장 찾아가 의사를 만나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한들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화를 가라앉히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족저근막염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산시 북구에 있는 모 병원을 알게 되었다. 접속해본 홈페이지에는 족저근막염에 대한 정보가 상세히 설명이 되어 있었으며 발만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사가 별도로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당장 그 병원을 예약했다.

이번에는 어머니를 직접 모시고 병원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병가를 끝내고 막 회사에 복귀했던 시기라 또 휴가를 내기가 눈치보였고 결국 어머니를 혼자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병원에 다녀오신 날은 퇴근하자마자 어머니께 병원에서 어땠는지를 여쭈었는데 이번에 간 병원에서는 5번만 오면 낫게 해주겠다며 망치같은 걸로 발바닥을 사정없이 두드리는데 아파 죽을 뻔했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병원비를 카드로 계산하면 내 핸드폰으로 문자가 날아온다. 그 부산의 병원에 갈 때마다 약 10만 원 가량의 병원비를 지불했다. 하지만 약속한 5번이 지나도 아무런 차도가 없었고 어머니는 그 병원을 갈 때마다 너무 괴로워하시기만 했다.

게다가 아주 비싼 병원비를 들였는데도 차도가 없다는 사실에 내 눈치를 보며 미안해 하기까지 하셨다. 그래도 더 다니면 나을지도 모른다며 계속 다니기를 권유드렸지만 결국 어머니는 그 병원을 더 이상 가지 않으셨다.

동네 병원들의 성의없는 태도에 진절머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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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어떤 병원에서는 계속 맞으면 근육이 녹아내린다고 한 발바닥 주사를 어떤 병원에서는 아플 때마다 와서 맞고 가라고 했다 ⓒ pixabay


그 후로 나는 다시 직장생활에 찌들려 어머니에게 많은 관심을 쏟지 못했다. 그동안에도 어머니의 발바닥 통증은 계속 되었고 그 통증에 너무 괴로워 하셨다. 어디선가 '닭발 삶아서 그 물을 마시면 낫는다'는 민간요법을 듣고 오셔서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직접 닭발을 한솥 삶아 드시기도 하셨다.

당연히 그 닭발 삶은 물은 효과가 없었다. 결국 어머니는 이 병원 저 병원을 더 돌아다니시다 발바닥 주사를 계속 놔주는 병원을 찾으셨다. 한 번 주사를 맞으면 한두 달은 견딜만 했기에 '진통제' 같은 그 주사를 계속 놔주는 병원을 다니신 거다.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홀로서기를 시작했고 어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루는 어머니가 발에 주사를 맞으러 가신다기에 모셔다 드리겠노라며 어머니와 함께 그 병원으로 갔다. 발바닥 깊숙이 주사바늘을 찔러 넣어 약을 투여하는데 어머니는 너무 괴로워 하셨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머니를 이렇게 놔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서 그 담당의에게 '진료의뢰서'를 발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참에 제대로 치료를 해드리기 위해 내가 다니는 대학병원에 모셔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무래도 동네 조그만 병원보다는 더 전문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어머니와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매번 감기인 줄만 알고 있던 어머니의 기침은 단순한 감기의 기침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머니도 낫지 않는 기침이 신경 쓰이셨는지 노인무료 진료를 받기 위해 보건소를 찾아가셨다.

보건소를 가시는 날도 내가 함께 갔는데 '우리는 결핵 여부만 검사해드리는 거지 다른 건 모른다'는 식으로 성의 없는 보건소 직원들의 태도에 화가 나 어머니를 그냥 모시고 나와 버렸다. 노인네 혼자서 병원에 자식 힘들게 번 돈 가져다 주는 게 아까워 매번 이런 식의 취급을 받고 다니셨을 걸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그 길로 어머니가 발에 주사 맞으러 다니는 병원 내과에 들러 어머니의 만성기침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 의사 역시 노인들은 원래 그렇다며 가슴에 청진기 한 번 대보지 않은 채 약이나 좀 받아가라는 식의 진료를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정말 동네 병원들의 무책임한 직업의식에 진절머리가 났다. 그래서 진료 그만하고 '진료의뢰서'나 발급해달라고 했다.

이참에 어머니의 고질병들을 깨끗히 낫게 해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차피 나도 2주 뒤에 대학병원에 정기 검진을 받으러 가야하니 그날로 맞춰서 어머니와 함께 가면 된다. 어머니는 그 병원 초진이라 미리 예약을 해야 했으므로 병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어머니가 진료 받으실 정형외과와 호흡기 내과를 예약했다. 이내 병원에서 예약 확인전화가 걸려 왔고 내 진료 일정과 함께 조율해서 하루만에 모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예약 확정을 받았다.

어머니는 대학병원에 가면 진료비가 너무 비싸다며 한사코 가지 않으시겠다고 고집을 피우셨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필코 아들로서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어머니를 설득시켜 병원으로 모시고 갔다.
#동네병원 #진료 #족저근막염 #만성기침 #진료의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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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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