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기관감사 결과, 왜 청와대로 직행했나

[국감파일] 이춘석 의원 "감사위원회 의결 전 대통령에 수시보고"

등록 2015.09.09 10:22수정 2015.09.1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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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7일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황찬현 감사원장. ⓒ 남소연


감사원이 올해 사무총장의 결재나 감사위원의 의결도 거치기 전에 감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수시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수시보고된 감사보고서에는 서울시 기관운영감사, 해군전력 증강사업 추진실태, 복지사업 재정지원 실태, 국고보조금 등 정부지원금 집행실태 등이 포함돼 있다.

<오마이뉴스>가 이춘석(국회 법제사법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감사원의 대통령 수시보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황찬현 감사원장은 올해 1월과 5월 두 차례 11건(2014년 8건)의 감사결과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수시보고했는데 이는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기 전에 이루어졌다.

수시보고된 11건 중 8건, 사무총장 결재도 없이 '청와대행'

먼저 황찬현 감사원장은 지난 1월 30일 ▲ 투자 활성화 대책 추진 실태 ▲ 서울시 기관운영 감사 ▲ 소극적 업무처리 실태 ▲ 인증제도 운영실태 ▲ 국가 주요 정보화사업 추진 실태 ▲ 국가공간정보체제 구축 및 운영실태 ▲ 국가 R&D 참여연구원 관리실태 ▲ 산업인력 양성 교육시책 추진실태 등의 감사결과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수시보고했다. 4개월 뒤인 5월 12일에는 ▲ 해군전력 증강사업 추진실태 ▲ 복지사업 재정지원 실태-복지, 교육, 의료 ▲ 국고보조금 등 정부지원금 집행실태 등 3건의 감사결과도 수시보고했다.

문제는 이렇게 수시보고된 11건의 감사결과가 전부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기도 전에 대통령에게 수시보고됐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1월 30일 수시보고된 '서울시 기관운영 감사' 결과는 4월 9일, 5월 12일 수시보고된 '복지사업 재정지원 실태-복지, 교육, 의료' 감사결과는 6월 4일에서야 감사위원회의 의결이 이루어졌다.

게다가 11건의 감사결과 가운데 8건은 사무총장이 결재하기도 전에 수시보고됐다. 실무 감사관들이 감사보고서를 완성해 사무총장에게 결재받기도 전에 수시보고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 투자 활성화 대책 추진 실태 ▲ 서울시 기관운영 감사 ▲ 소극적 업무처리 실태 ▲ 국가공간정보체제 구축 및 운영실태 ▲ 산업인력 양성 교육시책 추진실태 ▲ 해군전력 증강사업 추진실태 ▲ 복지사업 재정지원 실태-복지, 교육, 의료 ▲ 국고보조금 등 정부지원금 집행실태 등이 그렇게 대통령에게 수시보고됐다. 이 가운데 해군전력 증강사업 추진실태와 국고보조금 등 정부지원금 집행실태 감사보고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감사원의 대통령 수시보고는 오래 전부터 독립적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받아왔다. 물론 감사원법상 중요 감사결과를 대통령에게 수시보고할 있다. 다만 수시보고 대상을 ▲ 국방·외교·안보·통일 등과 관련한 현안 사항 ▲ 대규모 예산 낭비 우려가 있거나 국민의 재산 또는 안전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사항 ▲ 감사결과가 이행되지 않고 있거나 다수 부처간 조정이 필요한 사항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특히 '서울시 기관운영감사'가 왜 수시보고 대상에 포함됐는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장의 대통령 수시보고는 대체로 대면보고 형태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4일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 실태' 감사보고서를 대면보고가 아닌 서면보고 형태로 수시보고 받아 논란이 일었다. 올해 두 차례 이루어진 수시보고는 모두 대면보고였다.

이춘석 의원 "감사원 독립성의 근간을 흔드는 일"

이춘석 의원은 "감사위원회의 의결도 거치지 않고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도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의 근간을 흔드는 일인데, 실무 감사관들의 보고서가 결재를 받기도 전에 청와대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감사내용이 정말 시급하게 보고될 사안이었는지 정치적 목적은 없었는지 철저히 따지겠다"라며 "대통령에 대한 독대보고는 하명감사, 상납감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에야 말로 감사원장이 분명한 의지를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춘석 #감사원의 대통령 수시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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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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