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코치 선생님'이라고 불러 주세요"

'호칭'에 대한 고민

등록 2015.09.13 14:23수정 2015.09.1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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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호감을 주려면 호칭을 잘붙여야 된다는 것이다.


나는 여성분들에 대한 호칭이 더욱 어렵다고 느낀다. 물론 직장여성이고 직책을 알면 김계장님, 김대리님으로 부르면 된다. 그렇지만 잘 모르고 처음 만나는 여성분들은 나이가 들고 결혼한 분 같으면 '아주머니', 젊고 아직 미혼 같으면 '아가씨'라고 불렀다.

그러나 여성분들이 아주머니, 아가씨라는 말을 무척 싫어한다는 것을 느꼈다. 한 번은 요양병원의 경리직에 있는 분이 40대 중반쯤으로 보여서, 직책도 모르고 해서 무심코 '아주머니'라고 불렀더니 대답을 안했다. 또 며칠 전 내가 다니는 헬스클럽에서 벌어진 일이다. 헬스클럽에는 3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젊은 여성트레이너가 있다. 내가 헬스클럽에 갔을 때 60대로 보이는 분이 운동을 하다가 그녀를 '아가씨'하며 불렀다.

그 트레이너는 "앞으로는 코치선생님이라 불러주세요"라고 답했다. 그 말에 60대로 보이는 분도 기분이 나빴던지 언성을 높였다. 헬스장의 분위기가 갑자기 나빠졌다.

60대 이상의 사람들은 젊은 시절에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하는 것을 보는 일이 드물었다. 그래서 여성을 부르는 호칭이 보통 '아주머니' '아가씨'로 통용이 되는 시대였다. 그래서 60대 이상되는 분들은 자연스럽게 '아주머니' '아가씨'가 입에 붙어있다.

아내에게 "여성분들이 아주머니, 아가씨 소리를 듣기 싫어하니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아내는 나이가 든 여성분들은 '여사님' '선생님'으로 20대 젊은 여성은 학생이 아닌 것 같아도 '학생'이라고 하라고 말했다.  20대 후반의 학생이 아닌 분들도 학생이라고 부르면 자신이 어리게 보이는 듯싶어 기분나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입에 익히기 위하여 나이 든 여성분들은 무조건 '여사님'이라고 하고 있다.  그래도 숙제는 있다. 내 딸 같은 30대 여성분에게 '여사님'이라고 부르면 나이 든 여자 취급한다며 기분 나빠할지도 모른다. 더욱 연구를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호칭에 인색하지 않기로 했다. 버스, 택시 운전하시는 분에게도 '기사님' 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남성분도 '아저씨'보다는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물건 한 개라도 더 얹어준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불러주는 것도 덕을 베푸는 일 아니겠는가. 앞으로는 만나는 사람들의 호칭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겠다.
#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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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행에 관한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여행싸이트에 글을 올리고 싶어 기자회원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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