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가을 하늘, 왜 아름답게 느껴질까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80] 생명 유지와 직결되는 물·공기 상징하는 탓

등록 2015.09.20 09:18수정 2015.09.2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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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가을 하늘을 좋아하는 이유 ⓒ sxc


봄, 여름=녹색. 겨울=흰색. 그렇다면 가을은 무슨 색깔일까? 벼가 익어가는 들판의 누런 색, 사과의 빨간색, 울긋불긋 단풍색? 가을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색깔은 사뭇 다채로울 듯하다. 그러나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색깔은 '정해져' 있다. 파란색(혹은 하늘색)이다.

파란색에 대한 선호는 사실 계절과 거의 관계가 없다. 또 인종 불문, 국적 불문 성인이라면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물론 가을 하늘이 드높은 걸 감안하면, 여느 계절보다 가을의 파란 하늘색이 유달리 아름답게 느껴질 수는 있다.

그렇다면 가을이든 아니든 왜 많은 사람들이 파란 하늘색을 좋아하는 걸까? 그 이유가 과학적으로 똑 부러지게 설명되는 건 아니다. 다만 심리과학자들의 추정으로는 파란색이 하늘, 그리고 물의 색깔로 흔히 인식되는 점과 파란색 선호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하늘(대기)과 물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으므로 어찌 보면 본능적으로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색깔이 파란 계통이다.

파란색은 대략 20세 이후 성인 연령층에서 압도적인 선호도를 자랑하지만, 이보다 어린 연령층에서의 파란색에 대한 선호는 절대적으로 우월한 정도는 아니다. 서구 학자들이 실시한 일부 조사에 따르면, 18세 이하 그룹은 가장 좋아하는 색깔로 녹색을 꼽는 경우가 30%로 파란색을 꼽은 45%와 비교할 때 그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50대와 60대는 거의 절반 가까이가 파란색을 가장 좋아하는 색깔로 꼽은 반면, 녹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는 조사 결과와 견줄 때 연령에 따른 선호 색 차이는 특히 도드라진다. 

청소년들이 녹색을 좋아하는 이유, 성장기라서?

한참 몸과 마음이 자라는 어린 나이에는 왜 녹색 혹은 연두 계통을 좋아하는 걸까? 역시 과학적으로 이렇다 할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추정은 가능하다. 성장은 어린 나이에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이 세상 먹을 것의 바탕이 되는 식물들의 색깔은 두말 할 나위 없이 녹색 계통이다.

녹색을 봤을 때 안도감이 든다든가 하는 점도 먹을 거리를 찾는 본능이 유전자 속에 각인된 점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요컨대, 영양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17,18세 이하 시기엔 먹을 것을 상징하는 녹색이 친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색깔 선호와 관련해 흥미로운 점은 나이가 들수록 보라색을 좋아하는 사람 층이 두터워진다는 점이다. 예술 분야에서는 보라색이 귀족의 색, 혹은 점잖은 색 등으로 상징되는 예가 적지 않다. 나이에 걸맞은 무게감 때문일까? 장년 노년층으로 갈수록 보라색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드는 것만큼은 확실한 듯하다.

학자들은 색깔에 대한 선호는 본능과 환경, 둘 모두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한다. 문화권 별로 미묘하지만 좋아하는 색깔이 조금씩 다른 건 십중팔구는 생활 환경이 다른 탓일 가능성이 있다. 건축이나 실내 장식, 자동차 색, 옷 색깔 등은 크게 유행을 타기도 하는데 이 역시 환경이 색 선호에 영향을 끼친다는 방증이다.

계절 가운데 가장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가을, 가을은 풍요를 상징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 풍요 가운데는 다양한 색채도 빼놓을 수 없다. 인간의 정보 가운데 80% 가량이 시각을 통해 받아들여진다는 연구도 있다. 돈 안 들이고 볼 수 있는 색깔은 사람의 마음에 이런 저런 변화까지도 불러올 수 있다. 이 가을 색깔을 차분하게 음미하며, 색깔에 한번 흠뻑 빠져보는 것도 '남는' 장사일 듯하다.
덧붙이는 글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가을 #색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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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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