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매각, '엄청난 거래'의 진실은?

[홈플러스 매각, 무엇이 문제인가④] 노동권 보장과 먹튀방지를 위한 개선방안

등록 2015.09.21 11:46수정 2015.09.2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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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얼마 전 MBK 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에 60억 달러(한화 약 7조 2천억원)에 매각되었다. 이 금액은 2013년 12월 기준으로 파라과이의 외환보유고에 맞먹는 금액이다. 그리고 세계 모든 국가 중 절반은 위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련자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큰 파급력을 갖는 실로 엄청난 거래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엄청난 규모의 거래는 2004년 12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으로 사모투자전문회사제도가 도입되며 용이해졌는데, 제도도입의 취지는 국내자본으로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여 경영효율성을 개선한다는 것이었다.

그 후 사모펀드는 빠르게 성장하였고 제도 도입 10년째인 2014년을 기준으로 약정액이 무려 51조 원에 달하고 있다. 웬만한 규모의 기업은 모두 사들일 수 있는 자금력이다. 실제로 ADT 캡스, 현대증권, 씨앤앰 등의 기업이 거래되었고, 사모펀드가 국내기업들을 매입하는 상황이 일상화된 지 오래이다.

이 과정에서 국부유출 논란이 있었고, 사모펀드를 대규모기업집단(재벌)으로 볼 것인지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노동문제는 소외되었다. 사모펀드는 단기차익을 얻기 위해 인원구조조정을 반복했고, 많은 노동자들이 기업을 떠나야 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지 못한 채 홈플러스가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제는 이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사모펀드는 왜 단기차익을 추구하는가

보통 사모펀드가 기업을 매수한 후 단기차익을 얻기 위해 인력구조조정을 한다고 이야기 된다. 왜 사모펀드는 장기적 시계(time horizon)를 가지고 기업을 운영하지 않고, 주로 단기적 차익을 노리는 것일까?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사모펀드는 기본적으로 금융자본이기 때문이다. 금융자본은 기업운용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효율성을 개선할 능력이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둘째, 사모펀드는 이름 그대로 펀드이기 때문이다. 펀드는 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일정기간 운영이 되는데, 단기에 목표한 수익을 얻은 후 다른 기회를 찾는 것이 장기적으로 비용을 투자해서 기업효율성을 개선하는 것보다 본래 목표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사모펀드는 단기차익을 추구하는 경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단기차익을 얻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인원구조조정

그런데 사모펀드가 단기차익을 얻기 위해서는 기업내부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변화가 없다면 가격의 변동이 나타나지 않을 것임은 당연한 이치이다. 사모펀드가 단기적 이윤을 늘리기 위한 최선의 전략은 고정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의 대표적인 고정비용이 바로 임금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모펀드는 인원구조조정을 강행하고, 그만큼 절감한 비용으로 비용구조를 개선한 것처럼 치장하고 다시 기업을 매각하는 행위를 하는 경향을 갖는 것이다. 그런데 홈플러스는 매년 영업이익이 거의 5천억 원에 달하던 기업으로, 이미 충분히 효율적으로 운영되던 기업이었다. 오히려 영국 테스코 본사에서 홈플러스의 운영방식을 배우기 위해 견학을 올 정도였다. 과연 MBK파트너스가 경영효율성을 개선하여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인력을 구조조정하여 이익을 취할 것인지는 지켜 볼 문제이다.

한편 한국의 경우 사모펀드들은 언제나 자신있다는 듯한 태도로 기업을 매수하고 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대량해고를 함으로써 이익을 얻고 있다. 그런데 사모펀드들이 위와 같은 포지션을 취하는 이유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넓게 인정하는 대법원의 태도와 무관치 않다.

인력 구조조정이 쉽지 않아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사모펀드는 무리를 해서 기업을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상 해고의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까지 포함시키는 대법원의 현재 태도가 계속된다면 사모펀드의 기업인수로 인한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인수방식이 고용불안을 야기한다

사모펀드가 근로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게 되는 이유는 단기차익을 얻으려는 속성에서 기인하는 것이지만, 그 이외에도 인수방식으로부터 기인하는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차입인수(LBO, leaveraged buyout)이다. 인수할 기업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받아 대상기업을 사는 것을 차입인수라고 하는데, 이 경우 기업은 빚더미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기업은 결국 이자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해고하는 방법으로 노동권을 침해하게 된다. 영화 '카트'는 차입인수 과정에서 이루어진 대량 해고를 영화화한 것이다. MBK 파트너스는 씨앤엠을 인수한 후 109명을 해고했는데 이 당시 인수방법 역시 차입인수였다.

변형된 형태로 마치 차입인수가 아닌 것처럼 위장한다고 하더라도 기업에 부담을 주는 한 노동권은 침해받을 수 있다. 예컨대 홈플러스는 최근 회사자산을 담보로 차입을 하여 이를 배당받아 가고, 그만큼 매입가격을 낮추려고 했는데, 이는 일종의 꼼수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과연 사모펀드는 긍정적 기능을 수행하는가

그런데 과연 사모펀드는 기업효율성을 개선하는 긍정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까? 만약 사모펀드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명백하다면 고용불안정이라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존립의 타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경영효율성이 극적으로 개선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회사에서 인원을 해고하고 그만큼 이익을 얻은 것을 두고 가치를 창출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근로자의 손해만큼 기업이 이익을 얻는 소득재분배만이 발생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부가 유출되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론스타는 2003년 1조 3800억 원에 외환은행을 매수했고, 2012년 6조 원이 넘는 가격에 매각해 4조 6천억 원 이상의 매각차익을 남겼다. 그런데 론스타가 같은 기간 동안 과연 4조 6천억원 상당의 가치를 창출했는지는 의문이다. 만약 그만큼의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그 이상의 차익을 해외로 가져갔다면 이는 명백한 국부유출이다. 소위 말하는 '먹튀'이다.

홈플러스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있다. MBK 파트너스는 물론 한국인이 운영하는 회사이지만 실제로 운용자금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테마섹 등 해외자금이다. MBK파트너스가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매각차익만을 얻으려 한다면 결국 국부유출의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현재까지 사모펀드가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하는지는 아직 검증된 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인원구조조정을 강행하여 상대적으로 빈곤한 근로자에게서 사모펀드에게로 경제적 부를 이동시키고, 국내에서 해외로 국부를 유출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면 사모펀드는 규제되어야 한다.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와 근로자들의 권리

사모펀드를 규제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인 듯하다. 국내경제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대신 사모펀드는 이익을 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영효율성을 보장하지도 못한다. 물론 검증이 필요한 문제이지만, 사모펀드가 효율성을 개선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가경제에 혼란을 초래하는 '시장실패'가 발생한다면 규제는 불가피하다. 차입을 제한하는 규제, 과세의 강화, 자본의 장기화를 유도하는 정책 등이 고려될 수 있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사모펀드 논의에 있어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할 수 있는 합법적인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근로자들은 사모펀드로 인한 최대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기업의 인수나 구조조정은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형식적이고 고전적인 기업에 대한 이해방식이다. 물론 법원의 태도도 어느 정도 수긍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기업은 그야말로 계속되는 실체(going concern)이다. 기업이라는 실체와 장기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갖는 근로자들이 기업의 형태변화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말할 수 있는 합법적인 기회가 부여되어야 하며, 이 갈등과정이야 말로 사모펀드에 대한 발전적인 이해의 시작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박용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 입니다.
#홈플러스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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