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학생회 "위안부 발언 정인기 교수 규탄"

"위안부, 성노예 아냐" 발언에 분노... 정경대 후문에 대자보 붙어

등록 2015.09.21 20:34수정 2015.09.2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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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성북구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게재된 대자보. ⓒ 유종헌


정안기 고려대학교 연구교수의 수업 중 친일 발언 논란에 학생들이 직접 나섰다. 21일 오후 1시께,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는 '몰상식한 발언으로 민족의 역사를 왜곡한 정안기 교수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고려대 경제학과-경제포효반 공동학생회 '우리사이'의 박희석 학생회장 명의로 게시된 이 대자보는, 정 교수가 수업 중 했다고 알려진 친일 발언을 공개적으로 규탄했다. 앞서 정 교수는 지난 11일 경제학과 강의 도중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다"라며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는데 돈을 벌기 위해 고향에 돌아가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관련 기사 :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다"... 고대 교수 발언 논란).

이에 박씨는 "일본군 '위안부'는 성노예가 맞다, 피해자분들께서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지도 못하셨으며 오히려 성병에 걸리면 그 자리에서 총살을 당하셨다"며 "(해당 발언은)단순히 교수로서의 책임을 논하기 이전에 한 명의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 교수가 지난해 11월 수업시간 중 했던 "야스쿠니 신사가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야스쿠니 신사는 도조 히데키를 비롯한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되어 있는 사당이다"라고 말했다.

대자보 말미에 박씨는 "민족의 역사에서 가장 상처받은 분들을 모독하고 자발적인 발전과 수탈을 위하여 남의 손으로 이루어진 식민 지배를 구분하지 못하는 교수가 계속해서 강의를 한다면 경제학과와 고려대학교는 민족이라는 이름 앞에 당당하지 못할 것"이라며 "정안기 연구교수의 몰상식한 발언을 규탄하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또 학교에는 해당 교수가 다시 강의할 수 없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강의평가 사이트에 비판 글 꾸준히 올라와

대자보를 작성한 박희석 학생회장은 21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해당 사안과 관련해 학과장과의 면담을 요청해둔 상태"라고 밝히며 "정 교수의 친일 발언 논란은 매년 발생했고, 학생들의 강의평가가 좋지 않은 데도 계속 강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고려대학교 강의평가사이트인 KLUE에는 "위안부가 강제징집된 것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충격받았다", "한 마디로 일본 찬양 수업이다", "지나치게 편향적이다"등의 비판적인 강의평가가 꾸준히 게재되고 있었다.

한편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 측은 "오늘(21일) 운영위원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검토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기자회견·대자보 부착 등의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총학생회도 진상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는 박씨가 게재한 대자보의 전문이다.

<몰상식한 발언으로 민족의 역사를 왜곡한 정안기 교수를 규탄한다>

8월 12일,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고 최현열 선생님께서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과거사 청산과 근로정신대, 위안부 문제 해결, 일본의 사과'등을 요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하셨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9월 15일,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정안기 연구교수는 강의시간에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다.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었고 몇 달만 일하면 고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삯을 구할 수 있었지만 (돈을 벌기 위해) 남은 것"이라고 역사를 왜곡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누군가는 민족의 문제와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졌지만 다른 누군가는 강의실에서 민족의 역사를 제대로 연구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교수로서의 책임을 버리고 민족의 아픔을 왜곡하는 망발을 한 것입니다.

우선 일본군 '위안부'는 성노예가 맞습니다. 피해자분들께서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지도 못하셨으며 오히려 성병에 걸리면 그 자리에서 총살을 당하셨습니다. 고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삯을 구하지 못해 맨발로 고국까지 걸어가시다가 죽는 경우가 많았으며 기적같이 고향으로 돌아왔음에도 일본군에게 순결을 빼앗긴 여자라는 낙인과 함께 평생을 고통 속에 사셔야 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피해자이신 김영숙 할머님께서는 '가네무라라는 군인이 조선 여자라며 욕을 퍼붓고 옷을 벗긴 뒤 강간을 하고 칼로 가슴 부근에 상처를 냈다'고 말씀하셨으며 2007년 12월 6일 EU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문제 공청회'에서 네덜란드 피해자이신 엘렌 할머님께서도 '나는 누군가를 위로해 주는 여자가 아니라 성노예였다'고 말하셨습니다.

또한, 강만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님께서도 '종군위안부의 개념과 호칭문제'논문에서 '위안부라는 호칭은 그들을 통해 성적 위안을 받은 일본 군인을 주체로 해 붙인 명칭일 뿐이며 성노예로 보는 것이 더욱 맞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분들이 명백한 성노예였음을 보여주는 사실입니다. 거기에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분들이 돈을 벌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말은 일본의 과격 우익집단들이 피해자들은 자발적으로 일을 했다고 역사를 왜곡할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위의 사실을 가르쳐야 하는 대학 교수로서의 사명은 버리고 과격우익집단의 주장을 그대로 베낀 몰상식한 발언입니다. 또한, 당신들께서 당하신 아픔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전쟁으로 인한 여성인권 유린을 막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하시는 많은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분들을 모욕하는 발언입니다. 이는 단순히 교수로서의 책임을 논하기 이전에 한 명의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망언입니다.

정안기 교수의 몰상식한 발언은 위안부 문제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2014년 11월 6일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서 진행된 경제학개론 강의에서 일본은 한국의 경제발전 기초를 닦았으며 야스쿠니 신사가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발언은 하였다는 제보가 올라왔습니다. 야스쿠니 신사는 도조 히데키를 비롯한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되어 있는 사당입니다.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일제강점기를 만들어낸 전범들을 신으로 모시는 사당인 것입니다.

이것이 한국에서 문제가 되지 않으며 이유 없이 야스쿠니 신사를 증오하는 한국 사람들이 안쓰럽다는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입니다. 일제가 한국의 경제발전 기초를 닦았다는 발언 또한 전쟁 물자를 수탈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킨 병참기지화를 미화시키는 것일 뿐입니다.

경제발전이란 자국민을 위해서 국가가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기술을 가지고 진행하는 것이며 발전의 성과는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의 경제는 전시물자 동원의 일환으로 군수공업과 이에 종속된 부문에 집중되어 조선경제 내에서는 상호 연관성이 없어 재생산구조를 형성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41~45년간 전쟁 비용으로 일본에 유출된 총액은 조세의 73%였습니다(한국 자본주의의 역사). 이는 일제가 조선의 경제발전 기반을 다져준 것이 아닌 수탈을 자행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안기 연구교수의 위안부 발언은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가장 큰 상처를 입으신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분들을 욕보인 발언입니다. 야스쿠니 신사가 문제가 아니라는 발언 역시 민족에 상처를 입힌 전범들을 인정하는 몰상식한 발언이며, 경제발전 발언 또한 민족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성장시키는 근대적 경제성장과 식민지배 상황에서 지배국의 이익을 위해 식민지를 기형적으로 발전시키는 식민 지배를 동일시하는 학식 없는 발언입니다. 정안기 교수의 발언에는 우리나라의 역사, 민족의 아픔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전혀 담겨있지 않은 것입니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는 민족대학 고려대학교와 궤(軌)를 함께하면서 창립 1세기를 넘어서서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학과이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자랑스러운 학과 소개문구입니다. 정안기 교수는 경제학과의 소개문구와는 전혀 상반되는, 학과의 자긍심이자 정체성을 완전히 짓밟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강의마다 이러한 발언을 일삼는 교수를 우리는 '민족대학 고려대학교와 궤를 함께해 온' 경제학과의 교수로서 인정할 수 없습니다.

'한국 근대화와 현대화에 없어서는 안 될 인재를 수없이 배출하는 등 한국 경제학 연구의 총본산임을 자부하는' 경제학과와 교수님들에 대해서 학생들 모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족의 역사에서 가장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분들을 모독하고 자발적인 발전과 수탈을 위하여 남의 손으로 이루어진 식민 지배를 구별하지 못하는 교수가 계속해서 강의를 한다면 경제학과와 고려대학교는 민족이라는 이름 앞에 당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정안기 연구교수의 몰상식한 발언을 규탄하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합니다. 또한 앞으로 학우들의 정당한 교육권을 위해서 해당 교수가 강의를 하지 못하도록 조치해줄 것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제34대 경제학과-정경포효반 공동학생회
다가가는 걸음걸이 마주하는 우리사이 10cm
학생회장 박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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