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늙는 법

[인터뷰] 걷고, 공부하라, 끈질기게... 이응석 어르신

등록 2015.10.02 18:27수정 2015.10.0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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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연부터... 거기 모든 것이 있다 길을 걸으면 거기 몸의 건강이 깃든다. 눈으로 보는 모든 것들이 나를 가르친다. 자연만이 아니다. 역사와 문화와 사람들의 삶이 있다. 박물관 고택 유적지가 땅 곳곳에 있다. ⓒ 이응석


남자 65.2세 여자 66.7세.

2012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이때가 되면 그간의 건강한 생은 끝장난다. 이후로 남자는 12.7년 동안, 여성은 17.9년간을 '만성질환 및 신체장애'와 동행해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 1인이 가진 질환의 평균 개수는 3.34개(2011년 기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남성은 뇌졸중·고혈압·당뇨 순이고, 여성은 관절염·고혈압·골다공증 순이다.

21세기 대한민국 기대수명은 남자 77.9세, 여자 84.6세란다. 장수사회의 뒷모습이다. 노인평균 자살률 81.9(10만 명당)명, 노인빈곤율 45.1%(독신노인가구 빈곤율 76.6%)로 OECD 회원국 중 빈곤율 및 자살률 1위에 랭크된 우리나라 노인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와인세대, 골든 에이지로 도금된 어르신 세대의 실제 삶은 '빡'세다.

노인 빈곤율·자살율 1위, 만성질환과 신체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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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시니어패스 카드 만 65세가 되면 국민 누구나 노인이 된다. 국가공인 인증 '자격'이다. ⓒ 원동업


이응석. 1946년생. 그는 올해로 70세이다. 2일 노인의 날을 즈음해 그를 만난 것은, 그가 다르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주 지하철에서 노인무임승차를 거부당한다. 노인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초교 6학년 손자와 동행하면, 주변 이웃들이 자주 이렇게 말한다.

"아드님이 훤칠하게 잘 컸어요!"

그를 서울 성수동의 작은 카페 '커피식탁'에서 인터뷰했다. 대화 3시간 내내 그는 꼿꼿했다. 기자에게로 유쾌함이 전염되었다.

- 노인이 되신 지, 어느새 5년 여쯤 되셨다. 삶이 어떠신가?
"노인, 참 좋다. 삶의 여러 위험들을 보라. 노인이 된 자체가 행운이며 축복이다. 무엇보다 자유가 주어진다. 자기만을 위해 쓸 수 있는 첫 시간이다. 노인은 좋은 직장이기도 하다. 65세가 되었을 때 국가로부터 시니어카드를 받았는데, 이게 서울 지하철 무료패스다. 나는 자주 여행을 떠나는데, 얼마나 유용한지.

나는 해당하지 않지만, 최대 20만 원까지 기초노령연금도 받는다. 현재 노인 620만 명 중 441만 명(2015년 4월 기준) 정도가 수령자다. 이런 혜택을 받는 데 대해, 나는 감사한다."

- 특별한 건강 관리법이 있으신가?
"밥을 세끼 꼬박 먹는다. 간식은 하지 않는다. 오후 10시 전에는 자고, 오전 4시경쯤 일어난다. 오래 자지 않는다. 대신 푹 자고, 일찍 일어난다. 30여년 넘게 해오는 운동도 있다. 냉수로 얼굴을 씻고, 귀를 당겼다 놓고, 입도 크게 벌렸다 오므리고, 열 손가락으로 두피도 마사지해 주고…. 허준 선생 건강법이다. 매일 50분쯤 유산소 운동도 한다. 중요한 것은 원칙을 지키고, 꾸준하게 지속한다는 것이다."

- 그럼에도 노인이 되셨다는 것을 느끼시는가?
"왜 아니겠나? 시력이 나빠지고, 치과에도 가게 됐다. 머리털이 빠지고, 소변줄기도 가늘어지고…. 이런 문제들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늦추는 방법을 찾아 행하고 있다. 제일 먼저 피의 흐름을 강하고 원활하게 하는 일에 집중하고, 맥박수를 늦추는 방향으로 노력한다. 고혈압·뇌졸중·뇌일혈·뇌출혈·심근경색·심근판막증 같은 심혈관질환을 피하는 방법이다. 암이 대한민국 사망원인 1위라지만, 그건 모든 암들을 합한 수치이다. 실질적인 사망원인 1위는 심혈관질환이다. 여기부터 잘 막고 지키고 있다."

허벅지-장딴지 둘레 합이 허리보다 커야? 걷기가 최고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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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다 대한민국의 6대강의 자전거길, 해안둘레길 마다 걸을 수 있는 안전한 길이 뚫려있다. 당장 배낭을 들고 나서라. ⓒ 이응석


- 혈행을 개선하고, 신체를 강건히 할 구체적 방법은?
"심장과 혈관을 직접 강화하거나 유연성을 얻을 수는 없다. 다만 다른 객관적인 수치로 그 건강을 따져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장딴지 두께와 허벅지 두께를 합친 수치가 허리둘레와 같거나 커야한다. 그렇게 하면 노후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한다. 노인이 되면 하체 운동을 더 많이 해야 한다. 나도 매일 스탠드 프레스와 레그 프레스로 하체를 단련한다. 좋은 방법은 자주 걷는 것이다. 나는 주에 5만 보에서 10만 보쯤 걷는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에디슨이 말했듯 가장 비겁한 핑계다."

- 도보여행가. 이렇게 자신을 소개해 주셨다. 어디를 얼마나 걸으셨나?
"1년이 52주다. 매주말마다 산을 걸었던 적도 있다. 30여년 가까이…. 10년 전에는 87일간 해안둘레길을 밟았다. 371만보쯤 되더라. 2007년에서 2009년까지 한국의 유인도 508개 중 300여개 섬도 돌았고, 2012년에는 6대강 자전거길도 걸었다.

- 올해 80세를 맞이한 국문학자 김윤식 선생도 걷기가 가장 좋은 운동이라 말씀하셨다. 평생을 한 평 책상에서 읽고 쓰신 분의 이야기라, 공감이 갔다. 그는 글자의 세계를 다녔지만, 당신은 세상의 길 위를 다녔다.
"길은 나의 삶이다. 삶의 지혜도 철학도 건강도 모두 길위에 있다. 나는 길에서 모든 걸 얻는다. 길을 서면 몸이 야호 소리를 지른다. 벌레가 말하고 나무가 속삭여 온다. 자연과 교감을 이루며, 황홀경 속에서 걷는다. 다녀본 이들은 안다. 참여하고 싶은가? 당장 만보계부터 사시라."

다시 공부다... 행복과 구원이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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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동네 카페 <커피식탁> 야외에서 필자(왼쪽)와 함께 그는 자신 벌써 여러 권의 책을 썼다. 교육에 대한 것도 있고, 도보여행에 대한 것도 있다. 현대 창업주 정주영의 일대기를 담은 책도 썼다. 그리고 여전히 마을안에서 이렇게 이웃들과 만난다.. ⓒ 원동업


- 현재 방송통신대학 국문과 4학년, 한 학기후 졸업이시다. 노년에 공부하기 힘들지 않았나?
"거짓말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재미있었다. 1학년 때만 제외하곤 줄곧 장학생이었다. 방통대 졸업논문은 출판한 책과 시인, 수필가 등단으로 대체인정을 받아 이미 4월에 통과하였다. 졸업을 하면 다음으로는 중문학을 공부할 예정으로 있다."

- 공부를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학창시절에 공부가 취미였다. 직장에 들어간 후에는 술과 잡기로 세월을 보냈다. 운동은 열심히 했다. 1968년에 금융단 축구대회가 신설될 당시 서울은행 대표로 나섰고, 사이클, 마라톤, 암벽등반까지 전문적 수준까지 밀어붙였다. 좋았으니까. 그런데 마음 한 구석이 늘 좀 허전했다. '노인'이 되고 구청 소식지에 어르신 인문학 강좌가 있었다. 역사, 문학, 철학, 성, 경제학 이런 걸 듣고 나니, 말할 수 없이 좋았다. 회귀한 연어라고 할까? 이후 공부를 놓치 않았다. 내친 김에 방통대 공부도 시작한 것이고."

- 현재 노인 세대는 10대부터 생업전선에 뛰어든 분들도 부지기수다. 이런 분들에게 공부는 이제 너무나 먼 당신 아닐까?
"퇴학 에디슨이 말하길, '공부하는 선택이 가장 낫다'고 했다. 공부를 해보니, 세상의 이야기 중 많은 것들이 사실이 아니더라. 기억력, 사고력, 판단력…. 이런 데서 젊은이들한테 밀리지 않겠더라. 젊을 적 부족했다면, 이제라도 그걸 채울 수 있다. 경제적 문제도 공부가 해결점이다. 자격증을 딸 수 있고, 필요한 직업교육도 받을 수 있다."

- 몸 일지도 쓰신다고 들었다. 무엇인가?
"일기를 43년째 쓰고 있다. 별도로 '몸일지'도 25년째 써왔다. 나이 들어가면서 일어났던 내 몸의 변화를 세밀하게 적었다. 그리고 반추해 몸을 보완한다. 살고 쓰고 평가하고 개선한다."

- 일기, 몸일지, 블로그까지, 왜 그렇게 적고 쓰시는가?
"인생의 후배들에게 무엇인가 남기고 싶다. 그들이 최대한 후회하지 않도록 돕고 싶다. 책에서 얻은 이론이 아니라, 내 경험에서 길어 올린 금쪽같은 경험치를 나누고 싶다. 앞으로 30여 권쯤 책을 써서 이를 완수해 갈 것이다. 내가 정한 롤 모델을 닮으려 나도 노력한다. 나도 그들에게 좋은 역할 본보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응석의 블로그(바로 가기)에는 현재 4700여 개의 정제된 글이 세상과 만나고 있다. 죽기까지 3만회의 포스팅을 하는 것이 목표. 이곳의 내용을 책으로 옮긴다는 구상이니 30여권의 저서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고향 강릉에 작은 도서관을 내어 청소년들에게 공부의 기회를 주는 것. '걷기와 공부'라는 두 주제를 노인들과 희망 잃은 젊은이들에게 전도하는 행복전도사가 되는 것. 이런 것이 그의 계획에 들어있다.

이 모든 것들은 이응석 이전에는 없었다. 이응석의 삶 뒤에는 그의 흔적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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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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