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상상력이 만드는 세상

[리뷰] <파라다이스1>을 읽고

등록 2015.10.02 17:45수정 2015.10.0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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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점점 그 중요도가 더해가는 상상력은 어떻게 하면 길러지는 걸까? 지금의 정부도 경제에 '창조'라는 단어를 보탬으로써 민과 관의 모든 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해서 깜짝 놀랄만한 성과를 냈으면 하고 바라고 있지 않은가? 무한한 상상력이야 말로 창조력의 원천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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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1> 표지 ⓒ 열린책들

꽤 오래 전, 외국 출장 길에 사서 읽다가 허무맹랑하다는 생각에 접어 치웠던 책을 다시 읽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라다이스>. 1권만 읽었는데 곧 2권도 사서 마저 읽으려고 작정한다. 이 책은 베르나르의 상상력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사회의 하드웨어

첫 번째 이야기는 환경에 관한 이야기다. 환경파괴와 관련된 모든 행위가 금지된 세상 이야기다. 담배를 피워도 안 되고 게솔린과 디젤을 사용하는 자동차 사용도 금지되며 전기 사용 또한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참형에 처해지고 네거리에 잘린 목이 전시된다.

<파라다이스>가 우리나라에서 2010년에 출판됐으니 일본에 쓰나미가 몰려오기 1년전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해일이 일본을 삼킨다'는 가공의 이야기가 나를 전율케 한다.

물론 다수의 과학자들이 2011년 3월에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쓰나미를 예측했고 경고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말이다.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은 신뢰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주목해야 할 일이다.

최근 독일의 폴크스바겐이 제조한 차량의 연비를 속여 수십만 대의 차량을 리콜하게 됐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이제 고갈되어 가는 지하자원의 사용이 반드시 중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내 세대만 잘 먹고 잘 살자는 이기적인 인간의 행태에 대한 준엄한 경고가 베르베르의 경쾌한 상상력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부분의 인류가 희망하고, 공해발생과도 무관한 태양력과 풍력, 지열, 조력 등의 자원 개발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지하자원개발에 혈안이 된 몇 안 되는 다국적 기업들과 강대국 정부들의 짬짜미 때문임도 에둘러 설명한다.

베르베르의 상상력이 빚어낸 미래 세계에서는 자동차 운전, 흡연, 석유를 동력으로 하는 모터 사용, 가스 배출 공장 가동 외에도 연기를 내뿜는 것은 그 무엇이든 사용이 금지된다. 이 모든 것들을 금지하기 위해서 미래의 국제연합 UN은 강력한 군대를 보유할 만큼 지금과는 다른 위상의 연합체가 되어있다.

미래사회의 소프트웨어

3차세계대전 이후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에피소드가 1권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1차, 2차 세계대전을 겪고도 인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이순간까지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끊이지를 않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현재 심각한 시리아 내전은 서방과 중동 여러 나라들이 연루되어 대리전 양상을 띄고 있다. 여기에는 종교 무슬림이 시아파(정부군)와 수니파(반군)로 나뉘어 내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나라들이 각국의 이익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내전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의 포화 속에 사지에 내몰린 시리아 국민들은 망명을 선택해 난민을 자처하고 있다.

5년전 베르베르는 이런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에피소드 속 3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는 멸망의 길을 걷지 않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미래 세계의 지도자들은 종교, 국가, 역사를 없애기로 결정한다.

중동이 계속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사실, 석유 때문이지만 종교적 갈등이 근저에 깔려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기독교만큼이나 많은 신도들을 확보하고 있는 무슬림에 부정적 인식의 그늘을 드리운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속셈은 정치경제적 우위를 양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어떤 정치인들은 작당을 해서 역사왜곡을 시도하고 있다. 자신들의 선친들이 저지른 친일 경력을 세탁하고 싶어서다. 역사적 사실을 없던 것으로 하려는 시도는 부질없다. 언제든 드러날 것이고 진실은 남겨질 테니 말이다. 베르베르의 상상력 속의 세상에서도 결국, 진실을 알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 의해 인간의 역사가 전해지고 있었다.

상생을 선택하지 않는 자들

일본은 2011년 3월 발생한 쓰나미로 원전이 폭발하고 현재까지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나라가 됐다. 갑상선 암이나 백혈병의 발병률이 현저히 늘고 있다고 한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들의 수출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경제사정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 그래서 아베 정권은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었다. 군국주의라도 부활시켜 어떻게든 부국의 길을 걷고 싶은 것이다.

우리 정부는 복지공약을 내걸고 출발했다. 그런데 이른바 '무상'이라는 말로 복지를 시혜적 정책의 일환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더니 노인과 아이들에 대한 복지정책을 그 전 정권만 못하게 만들었다. 증세를 하지 않겠다더니 담뱃값을 올리거나 교통범칙금을 많이 걷어서 결국 보편적 증세를 하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대기업이나 부자들에게 더 걷어야 할 세금을 충당한 것이다. 서민들의 대다수인 직장인들, 학생들, 그리고 노인들이 더 궁핍해지고 있는 이유다.

베르베르의 상상력들 중에서 인간이 결국 나무가 된다던가, 여성만으로 구성된 인류가 드디어 난생이 되어 알로 태어나게 된다던가 하는 이야기들도 흥미롭다. 탐오한 남성들이 가꾼 세상은 결국 일정 부분 멸망할 것이고 남성은 사라질 것이며, 더불어 사는 일에 좀 더 익숙한 여성들이 발전적 진화를 거쳐 미래에 남을 것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정치와 경제에 드리워진 오늘날의 먹구름은 부족한 상상력을 가진 리더들이 초래한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는 상상력이 풍부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파라다이스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열린책들, 2010년 3월 초판인쇄

파라다이스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열린책들, 2012


#파라다이스 #미래 #상상력 #베르나르베르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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