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골프 차주의 분노 "졸지에 공해 주범으로 몰려"

폴크스바겐 동호회 중심으로 집단행동 움직임도... 국내외 매장 등 매출 감소 가시화

등록 2015.10.02 18:26수정 2015.10.0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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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폴크스바겐 골프 클럽 카페에 누리꾼들이 올린 글. ⓒ 화면 캡쳐


"비싼 돈 주고 산 차가 폴크스바겐이었다는 이유로 나는 졸지에 공해의 주범으로 몰렸습니다."

지난달 29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폴크스바겐 골프 클럽 카페에 올라온 글 중 일부다. '코트의 여우'라는 별명을 쓴 누리꾼은 스스로 골프 지티디(GTD) 6세대 차주라고 밝혔다. 골프GTD는 폴크스바겐의 골프 가운데서도 고성능 디젤 차량으로 꼽히는 모델이다.  그가 가입한 카페는 회원 수만 2만 7648명에 달한다.

최근 폴크스바겐의 배출조작 사태가 알려지면서, 그는 직장 동료 등으로부터 "공해의 주범이 너냐?"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농담이겠지만, 차를 타고 다니면서 이렇게 겸연쩍고, 창피한 기분이 드는 상황을 어찌할까"라고 적었다.

그는 골프를 구매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폴크스바겐은 기본에 충실한 차, 환경에 이로운 차라는 청정이미지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는 그러한 이미지를 믿고 차를 구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배출조작 스캔들로 인해 이런 이미지가 '거짓'이었다는 것.

"유기농 채소 샀는데, 몰래 농약 뿌려 키운 채소였다니"

그는 "비유하자면, 유기농 채소를 샀더니 몰래 농약 뿌려 키운 채소였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즉, '사기'다"고 비판했다. 또 폴크스바겐에 대해 미국 등 다른 나라가 진행 중인 범칙금 등에는 관심 없다면서, 정작 큰 피해자는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일차적인 피해자는 뜻하지 않게 정신적, 재산적 피해를 본 해당 차량 구매자들"이라며 "어떠한 방법으로든 피해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글이 카페에 올라간 후, 동호회 회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골프는 아토반이지'라는 이름의 누리꾼은 "저도 지금 주위 사람들한테 집중포화 당하고 있다"고 댓글을 달았고, 향후 소송이나 집단행동 등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지난 1일 폴크스바겐 차량 구매자 2명은 회사를 상대로 찻값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소송을 대리한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피해 보상을 원하는 차량 구매자들이 많은 만큼 향후 소송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태로 인해 국내외서 폴크스바겐의 충격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판매장을 드나드는 소비자의 발길이 크게 줄어든 데 이어 실제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존 구매자들이 우려했던 중고찻값 하락도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외 폴크스바겐 매장 소비자 발길 줄어... 미국 등에선 매출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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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소재한 폴크스바겐 대리점 모습. ⓒ 연합뉴스


경기도의 폴크스바겐 딜러 매장의 경우 이번 사건이 알려진 후, 하루 평균 방문객 수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었다. 이곳 판매직원인 A씨는 최근 기자에게 "기존 고객들로부터 문의전화가 여전히 오고 있다"면서 "리콜 여부부터 피해 보상 등을 물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차를 보러 오는 매장 방문객도 절반 이상 줄어든 것 같다"면서 "최대한 설명해 드리고 있지만, 현재로선 사실상 영업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중고찻값도 하락 움직임이 뚜렷하다. 국내 최대 중고차 거래업체인 에스케이(SK) 엔카에 따르면 이번 배출가스 조작 파문 알려진 시점을 전후로 폴크스바겐 매물 가격이 낮게 조정되고, 소비자들의 관심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번달 중순까지만해도 매물 가격을 조정하는 경우가 하루 평균 60~70건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알려진 21일 이후에는 140건 안팎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향후 폴크스바겐 차량 잔존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중고차 딜러들이 하루라도 빨리 차량을 팔기 위해 가격 조정에 나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 관계자는 "당장 판맷값이 크게 폭락하지는 않았지만, 폴크스바겐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추락한 것은 사실"이라며 "소비자들의 관심도 떨어지면서, 향후 중고차 잔존가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 편집ㅣ박혜경 기자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골프 #티구안 #아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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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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