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아우 사이도 별 수 없는 당·청 '불통'

[여의도본색] 핵심 사안마다 불신에 소통 부재 겹친 청와대·여당

등록 2015.10.04 16:44수정 2015.10.2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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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본색'은 정치부 기자들이 쓰는 '取중眞담'으로 '새로운 정보'가 있는 기자 칼럼을 지향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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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나서는 김무성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갈등으로 최고위원회의 등 공식일정을 취소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 중인 농어촌 지방 선거구 사수 국회의원들을 방문한 뒤 본청 계단을 내려서고 있다. ⓒ 연합뉴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국회법 개정안 받으면 안 된다고 했다."(청와대)

"'국회법 개정은 안 된다'고 했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 안 해도 좋으니'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지난 6월 '유승민 찍어내기' 정국 때 벌어진 '진실 게임'이다. 청와대와 여당 사이의 물밑 조율 과정에서 오간 이야기들은 '비사'로 남겨두는 게 일반적이지만, 당시 폭로전을 방불케 하는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서로 거짓말쟁이라고 공격했다.

4개월 후 똑같은 모습의 진실 게임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엔 '청와대 대 김무성'이다. 야당과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합의한 게 김 대표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다는 청와대에 맞서 김 대표는 사전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회동 사실을 미리 알렸다고 반박했다.

두 번이나 반복된 청와대·여당의 '진실 게임'

지루한 공방은 계속 이어졌다. 청와대는 "현기환 정무수석이 지난달 26일 김 대표를 만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반대 뜻을 전달했다"라고 재반박했고 김 대표는 "현 수석이 안심번호 공천제에 대해 우려한 것은 사실지만 반대를 표현한 기억이 없다"라고 다시 받아쳤다.

유 전 원내대표가 추진했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이나, 김 대표가 관철하려고 했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모두 여권의 핵심 이슈였다. 야당과의 협상과 그 처리 결과에 따라 국정운영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고 주저앉을 수도 있어 세심한 정무적 판단이 요구되는 사안들이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대표·원내대표는 같은 사안을 두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김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한결같이 청와대가 반대 뜻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청와대는 여당이 청와대를 무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안 모두 당·청 간 깊은 불신 속에 소통 부재까지 겹쳐 파열음이 컸다.

국회법 거부권 정국 당시 여당과 직접적인 소통 채널은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었다. 청와대와 여당이 대충돌 하는 파국을 맞자 조 전 수석은 옷을 벗었다. 이후 현기환 정무수석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정무수석 교체돼도 변한 게 없는 당·청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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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7월 14일 국회 대표실을 예방한 현기환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과 악수하고 있다. ⓒ 이희훈


특히 현 정무수석은 사석에서 김 대표를 형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특히 지난 7월 14일 취임 인사를 온 현 수석에게 김 대표는 "현 수석과 4년간 의정 활동 같이 해봤습니다만 항상 소통하려 노력하고 매사에 낮은 자세로 항상 찾아서 먼저 전화하고 하는 그러한 분"이라며 "저하고도 아주 자주 그동안 소통해왔고, 그래서 정무수석 역할을 아주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두고 서로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볼썽사나운 공방에 대한 여론이 따가워지자 김 대표는 "(현 수석이) 반대라고 한 기억은 없지만 (우려를) 반대라고 이야기한다면 내가 수용하겠다"라고 하긴 했다. 하지만 마지못해 한 발 뒤로 물러선 모양새였지, 진심이 담긴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국회법 거부권 파동으로 청와대 정무라인이 교체됐지만 당청 소통 시스템은 여전히 고장 나 있는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당과 협의를 통해 합리적 해법을 찾기보다 청와대의 입장을 여당에 관철시키려 하고, 이게 안 되면 여당 지도부를 공격하는 청와대의 태도가 불통의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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