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새누리당 "국정제, 민주주의 이념과 안 맞아"

2013년 황우여 장관 대표 시절 여연 보고서... '검인정제 강화' 제안

등록 2015.10.12 11:55수정 2015.10.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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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맞댄 황우여-최경환 2013년 새누리당 긴급 최고위원회의 당시 황우여 대표(현 교육부 장관)과 최경환 원내대표(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논의하고 있다(자료사진). ⓒ 남소연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여당 대표 시절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제 전환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며 검인정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2013년 11월 펴낸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과 해법>이라는 정책리포트에서 "일부에서는 역사교과서에 한해 국정제 전환을 주장하기도 하나 이보다는 세계적 추세에 부합하는 검인정제를 더 법적·제도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이는 새누리당이 '역사교과서 개선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해 정부와 함께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 전환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나선 것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의견이다. 당시 대표였던 황우여 장관은 장관에 취임한 이후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 전환을 주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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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연구원에서 2013년 11월 펴낸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과 해법> 정책리포트. ⓒ 구영식


"교학사 교과서 가장 많은 사실오류... 검정과정 강화해야" 

2013년 8월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두고 사실오류와 기술내용의 편향성 논란이 일고 있던 가운데, 노명순 연구위원이 작성한 이 정책리포트(아래 보고서)는 먼저 교학사를 포함한 8종의 한국사 교과서를 주제별로 면밀하게 비교분석했다. 이를 통해 "오류와 편향성이 있는 19가지 주제"를 추렸다. 이렇게 추려진 "19가지 주제"에는 다음과 같은 역사적 쟁점이 포함됐다.

'동학농민운동, 식민지 근대화론, 일본군 위안부, 반민특위, 친일 인사, 광복 직후 한반도 상황, 분단의 원인, 대한민국의 정통성, 6.25 전쟁, 이승만에 대한 평가, 제주 4.3사건, 5.16 군사정변, 베트남 파병 관련, 새마을운동, 10월 유신, 해방 후 남한의 농지개혁과 북한의 토지개혁, 북한에 대한 서술, 대기업과 기업인의 역할, 일본식 독도 용어 사용.'

보고서는 8종의 한국사 교과서 분석을 통해 "8종의 교과서는 국가편찬위원회의 검정을 모두 통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오류가 과다하다"라며 "특히 한국사 교과서를 처음 제작한 교학사의 경우 가장 많은 사실 오류를 범하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결과적으로 교과서 검정 과정이 매우 부실하였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체계적인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주문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는 "향후 한국사 교과서는 교육에 있어 교과서가 지닌 의미와 위치를 생각해볼 때, 그 무엇보다 정확성, 보편성, 공정성을 갖출 수 있도록 집필기준과 검정과정이 강화되어야 한다"라고 결론내렸다.

보고서는 "특히 역사교육의 경우, 역사적 사실을 최우선으로 하되,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다양한 견해를 균형있게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보고서는 '향후 한국사 교과서 집필 방향'으로 ▲ 정확성, 공정성, 보편성 등의 원칙에 입각해 서술 ▲ 사회적 합의에 따라 학계 다수의견으로 집필기준과 검정기준을 만들어 서술 ▲ 갈등이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최소한 양쪽의 입장을 충실히 싣는 정도로 집필기준과 검정기준 재정비 등을 제시했다. 

"국정제, 권위주의-독재국가에서 채택"

또한 보고서는 '역사전쟁'으로도 불리우는 '한국사 교과서 논쟁'의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한국사 교과서는 최소한 사실이 틀리거나 정치·이념적으로 지나치게 편향된 내용은 없어야 한다"라며 이렇게 주문했다.

"이를 위해 일부에서는 역사 교과서에 한해 국정제 전환을 주장하기도 하나, 이보다는 세계적 추세에 부합하고, 1995년 이후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흐름에 맞는 검인정제를 보다 법적·제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됨."(43쪽)

외국의 교과서제도와 관련해서도 보고서는 "선진국은 대체로 국가가 교과서 집필과 발행에 덜 관여한다"라며 "외국의 경우, 국정제를 채택하는 나라는 권위주의 내지 독재국가다"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검정제를 확대하고 있음. 이에 반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자유발행제나 인정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 경향임. 우리나라도 검정제로 발행한 고교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내용이나 제작 기술 면에서 국정제로 만든 '국사'보다 질적 수준이 제고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45쪽)

보고서는 교과서의 국정제가 "가치관 혼란을 예방할 수 있고, 사회구성원 사이의 이념적 갈등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하나의 관점만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아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맞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보고서는 "역사교육의 국가주의적 편향"도 우려했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국가의 관리가 자칫 치우친 이념 홍보, 특정 정권의 치적을 미화할 수 있으며, 역사교육의 국가주의적 편향이 심화될 수 있음.
-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국정교과서를 마음대로 편찬했기 때문에 정치적 선전도구로 이용되어 교육이 정치적 중립성과 학문의 자주성이 침범당한 경험이 있음. 유신시대의 정치경제, 사회문화 교과서를 보면 유신 아니면 살 수 없다고 독재정권을 옹호하였음(동아일보, 2002. 10. 6)"

특히 보고서는 "중국, 일본의 과거사 관계에 대한 기술에 있어 국정제의 경우 교과서 내용에 대해 상대국이 삭제 요청 혹은 비판할 경우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가 국정제를 강행하면 이제 후소샤 교과서 등 일본의 검정교과서를 비판하기 어렵다"는 우려와도 통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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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연구원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 전환보다는 검인정제 강화를 제안했다. ⓒ 구영식


헌법재판소 "국정제보다는 검인정제, 검인정제보다는 자유발행제"

보고서 내용은 대체로 헌법재판소의 판단과도 일치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2년 11월 (구)교육법 제157조에 관한 헌법소원에서 "학생들의 창의력 개발이 활성되지 않고, 다양한 사고방식이 수용될 수 없다"라며 교과서 국정제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헌법재판소는 "획일화를 강제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이념에 부합하는 조처라 하기 어렵다"라며 "국정제보다는 검인정제를, 검인정제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이념을 고양하고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보고서는 "이처럼 헌법재판소가 국정제에 소극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은 국정제가 우리나나라 헌법적 자치에 해당하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우리나라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은 교육을 국가가 통제하는 것에 대한 대립개념이다"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중시하고, 세계적 흐름에 부합하기 위해서" '교과서 국정제'는 ▲ 검정 신청된 교과사서가 없는 경우 ▲ 검정 신청이 되었을지라도 모두 부실해 수정을 요구한다고 해도 검정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 검정 신청된 도서가 1권인 경우 등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검인정제 강화 방안'으로 ▲ 교육중립성 적용 지침 상세화 ▲ 집필기준 강화 ▲ 수정·보완 권고사항의 이행을 위한 검정절차 보완 ▲ 검정의 공정성 강화 ▲ 교과서 집필진의 역량 강화 ▲ 적정 규모의 검정위원 확보 ▲ 교과서 집필기간 및 검정기간 확보 ▲ 교과별 정기 검정제 도입을 통해 교과서의 질적 수준 제고 ▲ 검정의 기초조사 강화 ▲ 검정기관의 단일화 ▲ 상설 독립기구인 교과서 전단 기구(가칭 교과서위원회) 설치 등을 제시했다.
#여의도연구원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과 해법 #황우여 #국정제 #검인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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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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