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지 말고 1년 놀아라" 한국 부모들 견뎌낼까

[포럼] 한국형 '애프터스콜레' 학교들 어디쯤 왔나, 130여명 모여 열띤 토론

등록 2015.10.20 20:19수정 2015.10.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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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인생학교 '발레킬레(Vallekilde)' 학생들이 19일 오후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포럼2015 -한국형 애프터스콜레 개교준비 어디까지 왔나?'에 참여해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100점 만점에 60.3점,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학업성취도와는 달리 늘 초라한 성적표를 자랑하는 '한국 아동 삶의 만족도' 지수다(보건복지부 발표, 2013 한국 아동종합실태조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5 삶의 질(How's life)'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아빠들이 자녀와 같이 놀아주는 시간은 고작 3분, 부모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하루 48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짧았다. 회원국들 평균인 하루 151분에는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학업 스트레스와 학교 폭력 등으로 지친 한국 아이들에게 '옆을 볼 자유'는 불가능한 이야기일까?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한국형 애프터스콜레(Efterskole) 현황을 점검하는 포럼이 열렸다. 애프터스콜레란 '행복지수 1위' 국가 덴마크의 제도로, 중학교 졸업생들이 고교 입학 전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1년짜리 기숙 학교를 뜻한다.

포럼은 실제 덴마크 인생학교 교사·학생들과 대화하는 1부와 한국에서 진행 중인 '인생학교(애프터스콜레)'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는 2부로 진행됐다. 포럼에는 자녀를 둔 학부모와 교사, 교육에 관심있는 시민 등 총 130여 명이 참여했다.

덴마크 교사 토마스는 이날 기자와 만나 "한국은 학업성취도나 커리큘럼은 세계 최고지만, 가르치는 과정이 지나치게 경쟁적"이라며 "한국 학생들에게도 실패해도 괜찮다고 알려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또한 "쉴새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학생들이 1년간 한눈팔 자유를 통해, 스스로 행복한 인생을 설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실패할 수 있는 용기', 한국 교육에서도 가르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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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인생학교 '발레킬레(Vallekilde)'의 교사 토마스가 19일 오후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포럼2015 -한국형 애프터스콜레 개교준비 어디까지 왔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포럼에 참가한 덴마크 인생학교 '발레킬레(Vallekilde)'의 교사 토마스는 학교 핵심 철학으로 '호기심'을 꼽았다. 그는 "인간이 지닌 능력 중 호기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특히 동기 부여(motivation)를 중요시한다, 모순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우리는 학생들이 선생과 떨어져서 스스로 생각하고 배우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덴마크 정부가 운영하는 발레킬레 학교는 놀이·게임을 통해 가르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험도 없고, 점수를 따로 매기지도 않는다. 교사 토마스는 "놀이를 통해 학생들은 어떻게 지는지를 배우게 된다"며 "이런 식으로 '실패할 수 있는 용기(courage for failing)'를 교육에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학생인 소피(21, 문예창작과)는 "모두가 스스로 배우길 원해서 온 학생들이라 서로에게서 좋은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제도로 지난 3월부터 경기도교육청이 진행 중인 <꿈이룸학교>도 소개됐다. 서우철 의정부교육지원청 마을교육공동체 운영팀장은 "학생들이 (일반)학교에서 꺾인 자발성을 회복해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 이 학교의 좋은 점"이라며 "매주 아이들이 살아나고 있다는 걸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현재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도 추진 중이다.

"어른에 대한 신뢰가 회복됐어요" 변화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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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포럼2015 -한국형 애프터스콜레 개교준비 어디까지 왔나?' 발표자들이 무대로 나와 청중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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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발표자들. ⓒ 권우성


2부에선 본격적인 발표와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의 <오디세이 학교>와 함께여는교육연구소/아름다운배움의 <네모(□)학교>, 꽃다운 친구들의 <방학이 1년인 학교>, 오마이뉴스의 <꿈틀리 인생학교> 대표들이 나와 각기 교육과정 특성과 장점을 설명한 것.

민관협력모델인 <오디세이 학교>는 이미 진행 중이고, 나머지 세 학교는 개교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 현 교육과정과 '다른 길'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같지만, 방식은 약간씩 달랐다.

정병오 오디세이 학교 교사는 "처음엔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하는 걸 두려워하더니, 과정 속에서 점점 자발적으로 바뀌더라"며 "아이들이 자주 하는 말이 '(여길 다니며) 어른에 대한 신뢰가 회복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모학교(가칭)>는 '가족 관계 회복'에 중점을 뒀다. 고원형 '아움' 대표는 "학습 성적이 무너지면서 아이들 자존감도 같이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관계 회복을 통해 공동체성을 키우려 한다"고 말했다. '나만의 속도 찾기'를 목표로, 부모 동행 프로그램이 주가 되는 <꽃다운 친구들>도 비슷하다. 앞서 본인 자녀에게 1년 방학을 선물로 준 황병구 대표는 "아이와 속 깊은 대화를 충분히 나눌 수 있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정승관 <꿈틀리 인생학교> 대표(전 풀무학교 교장, 오연호 공동대표)는 "관건은 결국 학교를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철학에 바탕을 두되, 한국 교육의 본류를 가져가는 것이 목표라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교육과정도 학생들과 함께 만들고, 특히 농사짓기를 통해 일과 공부를 함께 배우는 자생적인 삶을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년 2월 말 개교를 목표로 11월 사단법인 결성 총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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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포럼2015 -한국형 애프터스콜레 개교준비 어디까지 왔나?'가 19일 오후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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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의 질문을 듣고 있는 발표자들. ⓒ 권우성


포럼에 온 부모들은 자녀가 1년간 쉰 후 '학교 적응'이 가능할지를 불안해했다. 이날 부인과 함께 참가한 신종철(48, 경기 화성)씨는 "여러 가능성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아이가 이후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황병구 대표는 "제 딸도 비슷한 경우를 겪었다고 한다, 그러나 자기 주관 없이 사는 또래 친구들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며 "1년간 자기 자신과 세상을 배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아이부터도 다른 길을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며 "우리 문화 자체가 경쟁적인데 어떻게 바꿔야 할까"란 질문도 나왔다. 정승관 대표는 "(풀무학교를 보니) 처음엔 우왕좌왕하던 아이들이, 자기 삶의 주인이 돼 방향을 정하는 순간 굉장히 적극적으로 변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궁극적으로는 1년을 쉬지 않더라도, 열쇠 수리공으로 살더라도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애프터스콜레 #덴마크 행복 #덴마크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학교 #오마이뉴스 꿈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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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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