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퇴짜 놓은 기획안, "포기할 수 없었어요"

[광명동굴, 폐광의 기적을 만든 사람들 ⑦] 정소정 동굴문화팀장 ②

등록 2015.11.02 09:59수정 2015.11.0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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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소정 동굴문화팀장 ①에서 이어집니다.

4월 4일 유료 전환 개장을 한 뒤 10월 31일 현재까지 광명동굴을 찾은 관광객은 80만 명이 넘었다. 추석 연휴에도 하루에 1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이때 양기대 시장은 검표원으로 자원봉사를 하면서 동굴 방문객을 맞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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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정 동굴문화팀장 ⓒ 윤한영


8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왔으니, 황금길과 황금방, 아이샤의 황금망치, 풍요의 여신과 황금주화가 수난을 겪는 건 당연하다. 한 사람이 한 번씩만 만져도 80만 번의 손길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니 멀쩡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지.

황금은 기대 이상의 호응을 이끌어낸 아이템이었다는 것이 정 팀장의 평가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양기대 시장이 황금 콘셉트를 그다지 탐탁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정 팀장이 아니었다.

양 시장은 말한다.

"처음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뭘 그런 걸 하려고 하느냐고 하면서 기획안을 몇 번 퇴짜를 놨어요.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하고 싶다고 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한 번 해보라고 했더니 대박이 난 거죠. 지금 생각하면 정 팀장이 너무 고맙죠. 정 팀장이 꾸준히 아이디어를 내고 해보겠다고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모습,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어요."

몇 차례에 걸쳐 시장을 설득한 정 팀장도 대단하지만, 이런 정 팀장의 열정을 인정한 양 시장도 대단하다. 어지간한 공무원이라면 시장이 반대하면 포기한다. 그건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데 두 사람은 달랐던 것이다.


시장이 퇴짜 놓은 기획안,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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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정 팀장의 제안으로 황금방과 황금길이 만들어졌다. ⓒ 윤한영


광명동굴 유료 전환은 동굴 예술의 전당 무대공연 역시 유료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정 팀장은 좋은 공연을 착한 가격으로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고민을 거듭 했다.

정 팀장이 예술의 전당 공연에서 방점을 찍은 것은 동굴과 잘 어울리면서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공연이었다. 광명동굴에 갔더니 동굴과 아주 잘 어울리는 공연을 하더라, 이런 얘기를 듣고 싶었단다.

"공연은 가지 수를 많이 하는 것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해서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올해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공연은 동굴의 특성과 맞아떨어진 PID 블랙라이트 쇼였어요. 빛과 착시현상을 이용한 공연이었는데, 반응이 엄청나게 좋았죠."

어린이 뮤지컬 <눈의 여왕>, 7080 추억의 코미디 빅쇼, 홀로그램 매직쇼 등의 공연은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정 팀장은 2016년에는 좀 더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준비해 동굴을 찾는 관광객들을 예술의 전당으로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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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동굴은 7월 15일부터 야간 개장을 시작했다. 야간 개장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동굴은 한밤중까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 윤한영


광명동굴은 7월 15일부터 8월 30일까지 '2015 동굴 여름축제'를 열었다. 이 기간 동안 광명동굴은 야간 개장을 실시했다. 광명동굴은 밤에도 식지 않는 한여름의 열기를 피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광명동굴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관광객들로 붐볐다.

이들을 겨냥해 만든 프로그램이 <영화 속 귀신들의 호러쇼>였다. 정 팀장의 아이디어였다. 여름의 더위를 식히는 공포체험관으로 구상한 건데 예상 외로 인기가 높아 9월 30일까지 기간을 연장했다. 공포체험관 입장 인원을 하루에 천 명으로 제한한 것은 입장객들을 위한 배려였다. 4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공포체험관을 찾았다.

"공포체험관에서 가장 신경을 쓴 건 안전이었어요. 그래서 시설물 설치가 아닌 사람 귀신을 선택했죠. 사람이 놀라면 어떤 반응을 보이면서 어느 방향으로 튈 지 알 수 없거든요. 그래서 자칫 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사람 귀신은 그런 상황에서 관람객을 보호하면서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래서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죠."

정 팀장은 동굴 밖에도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광명동굴을 찾는 관광객들이 동굴 밖에서도 볼 수 있는 짧은 공연을 준비한 것이다. 이것 역시 대박이었다는 게 정 팀장의 평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온 줄루족의 공연이 바로 그것이다. 여자 2명과 남자 4명으로 구성된 팀으로 하루에 4차례 공연을 했다. 줄루족을 선택한 것 역시 허투루 한 게 아니다. 특별한 배경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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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에서 온 줄루족 공연은 인기가 높았다. ⓒ 윤한영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도 광산이 있다. 줄루족은 광산노동자로 일하면서 백인 관리자들의 심한 감시를 받아야 했단다. 그때 줄루족 노동자들은 백인 관리자들의 눈을 피해 몸짓으로 의사소통을 했고, 줄루족은 그것을 춤으로 승화시켰다. 그 춤을 줄루족 공연단이 광명동굴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줄루족 공연단은 광명동굴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그렇다면 정 팀장이 동굴 안에서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공간은 어디일까? 정 팀장은 광명동굴의 역사를 디오라마로 만든 <근대역사관>을 꼽았다.

<근대역사관>은 광명동굴 역사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다. 1912년 채광을 시작한 시흥광산(광명동굴)은 수도권 최대의 금속광산이었지만, 1972년에 폐광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폐광의 역사가 끝나지 않았다. 2011년, 광명동굴 개발이 시작되면서 폐광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이다.

그런 광명동굴의 역사를 <근대역사관>이 담아내고 있다. 광명동굴의 과거를 보여주면서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곳에는 광산 디오라마와 샌드아트 영상이 전시되어 있다. 광부가 굴착기를 이용해서 채광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 공간 역시 만드는 게 쉽지 않았지만 고생한 이상의 보람도 있다고 정 팀장은 생각한다. 그러니 당연히 애착이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년에는 더 알찬 콘텐츠를 발굴해 넣을 예정이다.

80만 명 이상 모인 동굴, 즐거운 비명이 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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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동굴 근대역사관에서는 수도권 최대의 금속광산이었던 광명동굴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 윤한영


정 팀장은 예전에는 공연을 보면 공연만 보였는데, 이제는 무대 장치와 무대 뒤가 보인단다. 관객의 입장에서 공연기획자의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2012년 9월, 동굴문화팀으로 발령을 받을 때만 해도 정 팀장은 문화의 문외한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3년이란 기간은 정 팀장을 단련시키기에 충분한 기간이었다.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지금의 정 팀장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팀장은 그 변화를 스스로 느끼고 있다.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사실에 무한히 감사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가 테마개발과로 발령을 받는 뒤, 지금까지 쉰 날은 열 손가락으로 꼽아도 남을 정도였다. 주말은 더 바빴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이다. 유료 전환을 결정할 때만 해도, 동굴 내부를 새로운 콘텐츠로 채우는 작업을 할 때만 해도 과연 관광객들이 돈을 내면서까지 광명동굴을 보러 올 것인지 걱정했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25만에서 30만 명이면 대박이라고 예상했거든요. 그런데 80만 명이 넘고 100만 명을 기대하고 있으니 대단한 거죠. 그 덕분에 더 많이 바빴어요."

방문객 수가 10만 명, 20만 명, 30만 명이 될 때마다 축하행사를 했기 때문이다. 그 행사 역시 정 팀장 담당이었다. 공연 사이사이에 축하행사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관광객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축하행사가 '가난한 집 제삿날 돌아오듯 한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을까.

이렇게 바쁜 정 팀장에게 아킬레스건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늦둥이다. 한창 엄마의 손을 필요로 하는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자책 때문에 아이를 볼 때마다 안쓰럽다. 그런데도 일 욕심을 버릴 수가 없다. 하고 싶은 일도 너무나 많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20년 동안 했던 보건 업무보다 3년 동안 한 문화 업무가 더 적성에 맞는다는 정 팀장. 그래도 언젠가는 이 일에서 손을 떼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어느 부서에 가든 할 일은 많을 것이고, 충분히 잘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열정을 보면 가만히 앉아서 주어지는 일만 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열정을 불태우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을 테니까.

"저는 칭찬에 춤추는 사람이에요.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잘 했다, 고생했다는 말 한 마디면 그게 싹 사라져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맞는 말이더라구요. 제가 인정받는 것도 필요하지만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배려하면서 좋은 팀워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잖아요."

○ 편집ㅣ최은경 기자

#광명동굴 #정소정 #광명시 #양기대 #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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