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문책도 없이... 대우조선해양 4조 이상 지원

"은행들, 실적낼 수 있는 힘 없는 중소기업부터 솎아낼 것" 우려도

등록 2015.10.28 17:13수정 2015.10.2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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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0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의 야드가 제작중인 배로 가득 들어차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정부가 빚으로 연명하는 이른바 '한계기업'을 퇴출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정작 4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낸 대우조선해양에 경영진의 책임을 묻지도 않고 막대한 자금을 수혈하기로 해 모순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만한 경영으로 손실을 본 회사에 수조 원대 세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여론도 비판적이다.

28일 대우조선의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는 29일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방안 확정을 위한 이사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사회 전까지 어떠한 입장도 밝힐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이지만, 이 방안에는 유상증자와 출자전환, 신규 자금 지원 등을 포함한 4조~5조 원 가량의 자금 지원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자금 지원은 정부가 한계기업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한 뒤 사실상 첫 사례이다. 대우조선 노조가 자산 매각, 대규모 인력 감축, 임금동결, 파업 금지 등이 담긴 노조 동의서를 제출하며 정부의 자금 지원 과정이 시작됐다. 정부의 지원으로 당장 부채를 줄일 수 있어 숨통이 트일 수 있겠지만, 부실 원인을 따지기 전에 자금 지원부터 하는 것은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내고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방식은 은행이 취해야 할 시장안전판의 구조조정 방식이 아닐뿐더러 큰 부실사태를 일으킬 것"이라며 "위기일수록 원칙에 따른 과감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실을 일으킨 경영진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고 정부가 자금 지원부터 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3분기 영업적자가 4조 3003억 원, 당기순손실이 3조 7881억 원을 기록했다. 대규모 적자를 낼 동안 대우조선해양 경영진들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정책당국에 부실기업 구조조정 지연에 대한 책임 추궁 먼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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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한국산업은행·예금보험공사·중소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은 2004년 이후 특별한 역할이 없는 고문·자문역을 선임해 총 100억 원가량의 급여를 지급하는 등 방만하게 경영해온 사실들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대우조선해양 자문·고문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4년부터 특별한 자문 실적도 없이 평균 8800만 원의 연봉을 받은 자문역이 무려 60명이었다.

대규모 구조조정 이전에 경영진뿐 아니라 이를 방치한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의 책임도 엄중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이미 이들의 부실이 심각하다는 건 시장은 다 아는 얘기였는데 감독 당국은 그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구조조정 지연에 대한 감독 당국의 정책적 실패, 판단의 실패에 대한 책임 추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단기적인 성과나 정치적 고려 때문에 부실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방치해왔다"면서 "은행에 구조조정의 책임을 다 맡길 것이 아니라 기존 무능한 기업주들은 과감하게 바꾸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부실한 '한계기업'을 제대로 퇴출하지 못한 채권은행에 대해 사후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은행들이 실적 압박에 힘없는 중소기업부터 퇴출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금융사들이 엄격하게 금융지원을 하거나 여신 관리를 빡빡하게 하면 상대적으로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먼저 받는다"면서 "특히 은행 입장에서는 대기업을 건드리면 골치 아프고 부담스러울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실적이 눈에 보이는 자잘한 중소기업부터 솎아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 #산업은행 #구조조정 #한계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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