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태스킹' 잘해야 능력자?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86] 다중작업 하면 업무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

등록 2015.11.02 09:42수정 2015.11.0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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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사람이 말을 하면 성의 있게 들어야지요."
"아니, 왜 그래요? 다 들었단 말이에요. '장모님 생신 가족모임을 1주일 앞당겨서 하면 어떨까', 그런 얘기 아니었어요?"

C씨 부부는 드물지 않게 남편의 평소 대화 태도 때문에 티격태격 한다.

남편 C씨는 부인과 온전히 대화에만 집중할 때가 드문 편이다. 예를 들면 TV를 보면서 스마트폰으로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고, 동시에 식구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또 화장실에서 용무를 보면서 신문을 읽고, 그러면서 전화를 할 때도 드물지 않다.

다른 일을 하면서 대화를 나눌 때가 많지만, C씨는 대체로 대화의 요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편이다. 부인은 다소 맥이 빠지지만, 남편의 이런 반응을 대할 때면 꼭 한마디를 빠뜨리지 않는다. 

"당신 머리 좋다고 은근히 뻐기는 것 같은데요, 설령 그렇다 해도 꼭 고쳐야 할 아주 나쁜 대화 태도예요. 상대로서는 무시 당하는 기분이거든요. "   

C씨의 평소 행동은 이른바 '멀티태스킹'으로 널리 알려진 '다중작업'의 전형 가운데 하나다. 멀티태스킹은 2000년대 들어 특히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디지털 기기의 확산과 사무, 기계 등의 자동화가 가속화되면서 심지어는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멀티태스킹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운전을 하면서 걸려온 전화에 어쩔 수 없이 응대해야 하는 상황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멀티태스킹의 진실

멀티태스킹이라고 알려진 다중작업은 업무 효율에 어떤 영향을 줄까? ⓒ pixabay


특히 멀티태스킹이 빈번한 화이트칼라 직종 등에서는 다중작업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능력의 한 척도가 될 정도로 알게 모르게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멀티태스킹은 실제로 업무 효율이나 업무처리 능력 혹은 지능과 직결되는 것일까?     

2000년대 들어 이뤄진 학자들의 집중적인 연구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은 업무 효율, 특히 질적인 면에서는 대체로 도움이 안 된다. 또 두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라고도 할 수 없다. 인간은 두뇌 구조상 실제로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뇌신경학자들은 멀티태스킹이 겉으로는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두뇌 회로'가 여러 일들을 왔다 갔다 하면서 처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성격이 다른 일들을 시작하는데 이들 일들에 각각의 스위치가 있다고 가정하면, 한 가지 일의 스위치를 끄고, 다른 일의 스위치를 켜는 방식으로 두뇌 회로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게 아니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 일, 저 일로 왔다 갔다 한다는 얘기이다.

두뇌 회로 스위치를 연방 켜고 끄려면 에너지가 그만큼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두뇌 활용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다. 게다가 십중팔구 개개 업무의 질은 떨어진다. 운전하면서 휴대전화 통화를 하면, 운전의 질과 대화 집중력 둘 다 떨어지는 게 단적인 사례이다.

업무의 질적인 효율 측면에서 도움이 안 되지만, 멀티태스킹을 남달리 잘하는 사람은 두뇌가 좋은 구석이 있다고는 할 수 있다. 미국 뉴욕대학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을 할 때 두뇌 신경은 여러 일들의 우선 순위를 따지게 된다. 우선 순위를 잘 배정하고, 비슷한 일들을 유형화 해서 묶는 능력이 선천적으로 뛰어나다면 최소한 이런 부문에서만은 두뇌 능력이 우수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질적 완성도가 중요한 일이라면 지능이 좋은 사람이라도 가능한 피해야 할 일이 멀티태스킹이다.

○ 편집ㅣ손지은 기자

덧붙이는 글 위클리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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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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