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로, 뉴질랜드로... '광명동굴'을 세일즈하다

[광명동굴, 폐광의 기적을 만든 사람들 11] 김동수 테마개발과 동굴기획팀장 ②

등록 2015.11.17 13:39수정 2015.11.1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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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테마개발과 동굴기획팀장 ①에서 이어집니다.

김 팀장은 광명동굴 덕분에 워크홀릭이 됐다. 지난 3년 동안 동굴기획팀에서 일하면서 쉰 날은 열흘이 채 되지 않는다. 일에 한 번 미치면 그것밖에 보이지 않는 성격 탓이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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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동굴기획팀장 ⓒ 윤한영


그가 동굴기획팀에서 일하면서 광명동굴과 업무협약을 맺은 자치단체와 업체는 40여 곳을 훌쩍 넘겼다.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MOU를 제일 많이 맺은 자치단체로 기네스북에 올려보자는 농담을 할 정도가 됐다. 광명시가 요청하지 않아도 업무협약 요청이 밀려든다.

언론에 보도되는 업무협약식은 아주 간단해 보인다. 대표들이 만나 업무협약서에 서명을 하고 기념 촬영을 하면 10여 분이면 끝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을 성사시키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마치 백조가 물 위에서 우아하게 앉아 있기 위해 물 속에서 바쁘게 두 다리를 저어야 하는 것처럼.

그뿐인가. 그는 양기대 시장과 함께 벤치마킹도 엄청나게 많이 다녔다. 그 가운데 그는 정선의 삼탄아트마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처음 간 곳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그가 삼탄아트마인을 방문할 때만 해도 광명동굴은 폐광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 많은 부분에서 삼탄아트마인과 비교조차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광명시는 삼탄아트마인과 MOU를 체결했다. 개발단계에서는 삼탄아트마인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이제는 광명동굴이 더 유명세를 타면서 관광객이 더 많아졌다. 그래서 김 팀장은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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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테일러 <웨타워크솝> 대표가 광명동굴 지하세계를 방문했다. ⓒ 윤한영


해외 벤치마킹은 뉴질랜드 <웨타 워크숍> 방문이 가장 인상에 깊이 남았다. <반지의 제왕>, <아바타> 등을 제작한 <웨타 워크숍>의 대표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리처드 테일러 경이 양기대 시장을 초청했고, 김 팀장을 포함한 테마개발과 직원들이 동행했다.


"겉에서 볼 때는 규모가 작은 것 같았는데 안에 들어가서 보니 대단하다는 감탄이 나왔어요. 역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릴만하다는 생각을 했죠. 그걸 우리 동굴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동굴이 판타지 콘셉트와 아주 잘 맞아 떨어지잖아요."

그 방문을 계기로 광명동굴에는 판타지를 주제로 한 '지하세계'가 조성된다. 지하세계 개발은 김원곤 동굴시설팀장이 아이디어를 냈지만, 그 안을 알차게 채운 건 김 팀장이다. <웨타 워크숍> 방문을 계기로 골룸과 간달프 지팡이를 들여와 지하세계에 전시했다.

동굴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맞아 떨어지는 골룸의 인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관광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곳에 간달프 지팡이가 전시되면서 간달프와 트롤 인형도 함께 선을 보였다. 그리고 10월 22일에는 <웨타 워크숍>이 두 달에 걸쳐 제작한 '신비한 용'이 지하세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용의 이름은 <동굴의 제왕>으로 정해졌다.

몸길이 41m, 몸무게 800kg의 <동굴의 제왕>은 광명동굴 지하세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양기대 시장은 <웨타 워크숍>과 손잡고 이 공간을 본격적인 판타지 세계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이곳 지하세계에 '판타지 웨타 갤러리'가 조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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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동굴 지하세계에는 <웨타워크숍>에서 제작한 '신비한 용'이 설치되어 있다. 길이는 41m, 무게는 800kg이다. ⓒ 윤한영


<동굴의 제왕> 제막식이 열린 10월 22일, 광명시는 뉴질랜드 수도인 웰링턴시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뉴질랜드와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문화 교류가 시작된 것이다. 광명동굴 개발은 광명시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웨타 워크숍>의 대표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리처드 테일러경은 아주 소중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양 시장이 그와 만나면서 광명동굴이 대한민국의 '판타지 메카'가 될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김 팀장의 업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 국제순회 광명동굴전'이다. 2015년은 한불수교 130주년으로 한국과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프랑스에서 한국 관련 행사들이 열리고, 2016년에는 한국에서 프랑스 관련 행사들이 열린다.

'라스코 동굴벽화 국제순회전'은 프랑스문화원에서 먼저 제안해 광명시가 유치하게 됐다. 광명동굴 덕분에 가능했다. 2월 24일, 광명시는 '라스코 동굴벽화 국제순회전'을 주관하는 '프랑스 라스코 국제전시 공공지역협회'와 의향서를 체결했다.

본계약은 5월에 체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정이 미뤄졌다. '프랑스 라스코 국제전시 공공지역협회' 회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새 회장 제흐미날 페로 하원의원은 세계문화유산인 라스코 동굴벽화 전시장소가 서울이 아닌 광명시라는 사실을 못마땅해 하면서 본계약 체결을 미뤘다.

광명시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는데 이제 와서 전시회를 하지 않겠다고 할 수도 없고. 프랑스 정부와 프랑스 문화원이 중재에 나서 페로 회장을 설득했다.

9월 17일 양기대 시장은 본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프랑스를 방문했다. 김 팀장 역시 동행했다. 계약을 체결하면서 페로 회장의 태도가 달라졌다. 역시 홍보의 힘이 컸다.

양 시장이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준비해간 광명동굴 홍보 동영상을 보여준 것이다. 올해 유료로 전환해 재개장한 광명동굴의 방문자가 9월까지 70만 명이 넘었다는 사실에 페로 회장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취재하던 프랑스 기자들도 놀랐다고 한다. 페로 회장은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 날 저녁에 열린 리셉션 행사에서 페로 회장은 양 시장을 '프렌드'로 부르며 어깨를 끌어안으면서 깊은 친밀감을 나타냈다. 김 팀장은 "홍보의 역할이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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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대 광명시장은 2015년 9월 17일, 프랑스를 방문해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정보통신장관 등을 만나 광명동굴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 윤한영


이때 양 시장은 프랑스 파리 샤이오 국립극장에서 열린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공식 개막식에 초청받아 참석하게 된다. 이 자리에서 그는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정보통신장관와 프랑스 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광명동굴을 홍보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펠르랭 장관은 양 시장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하면서 교류를 이어갔다. 광명동굴이 광명시를, 양 시장을 국제무대로 불러 세워 조명을 받게 한 것이다.

김동수 테마개발과 동굴기획팀장 ③으로 이어집니다.
#김동수 #광명동굴 #양기대 #광명시 #웨타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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