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돈 내고 동굴 보겠어? 발상의 전환을 이루다

[광명동굴, 폐광의 기적을 만든 사람들 11] 김동수 테마개발과 동굴기획팀장 ③

등록 2015.11.17 13:39수정 2015.11.17 13:39
0
원고료로 응원
김동수 테마개발과 동굴기획팀장 ②에서 이어집니다.

광명동굴 유료 전환은 광명동굴의 새 역사를 여는 출발점이 됐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았다. 광명시청 공무원들의 반대가 엄청나게 거셌기 때문이다. 광명동굴 개발의 주체는 자치단체다. 민간 기업이라면 이윤 추구에 바탕을 두고 사업을 추진하지만 자치단체는 다르다.


a

김동수 동굴기획팀장 ⓒ 윤한영


그러나 양기대 시장은 광명동굴 개발단계부터 유료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할 때는 당연히 투자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가장 먼저 유료 전환을 추진한 사람이 바로 김 팀장이었다. 그는 2013년부터 유료 전환을 주장했다. 양 시장도 유료 전환을 희망했지만 내부 반발이 거셌다.

"2013년부터 유료화를 추진했다면 시 수입이 더 많이 늘었을 겁니다. 하지만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았죠. 그래서 행정자치부에 질의를 해서 입장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조례 제정을 추진한 거죠."

양 시장은 광명시 공무원들의 반대와 반발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양 시장은 평소에는 온화한 사람이지만 정책을 밀어붙일 때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다. 광명동굴 개발은 그의 뚝심이 이뤄낸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료화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 김 팀장의 증언이다.

"대단하셨죠. 엄청난 반대에도 절대로 뒤로 물러서지 않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저 역시도 유료화로 가야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유료화를 추진할 수 있었어요."

입장료를 정할 때도 논란이 많았다. 3천 원부터 1만 원까지 다양한 금액이 제시됐다. 김 팀장은 5천 원 정도라면 관광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일부의 우려가 입장료를 낮추게 만들었다. 그 점이 못내 아쉽다는 김 팀장.


과연 누가 돈을 내고 폐광을 보러 오겠냐는 우려는 4월 4일 재개장과 함께 흔적 없이 사라졌다. 나중에는 관광객이 너무 많이 와서 동굴로 들어가는 진입로 1.7km가 꽉 막히는 것을 보면서 김 팀장은 속으로 소리를 마구 질렀단다. 거봐, 내가 뭐랬어.

a

9월 17일, 양기대 시장이 프랑스를 방문할 때 김동수 팀장이 동행했다. ⓒ 윤한영


4월 4일과 4월 5일 이틀에 걸쳐 광명동굴을 찾은 관광객은 8천여 명. 출발은 순조로웠고, 날씨가 더워질수록 광명동굴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났다. 하루 입장 최고 기록은 2만1천 명.

광명동굴을 찾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SBS의 <런닝맨>을 이곳에서 촬영했기 때문인 것으로 김 팀장은 풀이하고 있다. 5월 3일에 이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이틀 뒤인 5월 5일, 광명동굴 매표소 앞은 입장권을 사려는 관광객들이 100여 미터가 넘게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광명동굴이 방송을 타게 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는데 성사가 되지 않아서 애를 태우고 있었는데 <런닝맨>에서 촬영하러 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엄청나게 기뻤죠. 촬영할 때보다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 더 긴장했던 것 같아요. 동굴이 멋있게 잘 나와야 할 텐데, 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김 팀장은 올해 관광객 목표가 100만 명이라면서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측한다.

"생각해 보세요. 주말에 수도권에서 가까우면서 볼거리가 있는 관광지가 몇 군데나 있어요? 광명동굴은 입지적인 조건과 함께 볼거리가 있는 관광지잖아요. 사람들이 아이들과 함께, 가족과 함께 찾아올 수밖에 없는 거죠."

김 팀장은 2016년에는 1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광명동굴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라스코 동굴벽화 전시회가 관광객 유입 인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동굴벽화 전시 외에도 콘텐츠를 보강해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낸다면 충분히 가능하단다.

광명동굴 업무를 담당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a

김동수 팀장이 양기대 시장과 함께 미공개 구간을 둘러보고 있다. 광명동굴은 개발되지 않고 남아 있는 부분이 더 많다. ⓒ 윤한영


"광명동굴은 지하 1레벨 아래는 전부 물에 잠겨 있잖아요. 채광을 중단하면서 지하수가 점점 차올라서 잠긴 건데, 물속이 늘 궁금했어요. 그런데 SBS에서 수중탐사를 해서 보도한 적이 있어요. 2014년 8월이죠. 잠수부가 촬영 장비를 들고 들어가서 내부를 촬영했어요. 저는 직접 들어가지 못하고 영상을 봤는데 대단했어요. 예전에 채광을 하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던 거예요. 그걸 보면서 동굴이 개발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채광한 광물을 실어 나르던 철로 2줄이 깔려 있었고, 광부들이 단단한 바위에 새긴 낙서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걸 보면서 김 팀장은 수중탐험 관광에 활용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관광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관광자원이라는 게 김 팀장의 생각이다.

1994년 제대하면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전형적인 공무원이었다. 기획계에서 일하는 게 가장 적성에 맞았다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그에게 광명동굴은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처음 발령을 받고 왔을 때만 해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막막해 하던 그에게 새로운 일을 창조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그는 이런 자신의 변화가 만족스럽다.

"스스로 생각해도 제가 엄청나게 많이 달라졌어요. 문화와 예술은 완전히 깡통이었는데, 여기서 일하다보니 예술 관련 전시회에도 많이 다니게 됐죠. 벤치마킹도 많이 다녔어요. 업무 때문에 외부 전문가도 많이 채용하게 됐죠. 동굴기획팀이 저 포함해서 10명인데 절반이 관련분야 전문가거든요. 그들과 일을 함께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달라질 수밖에 없더라구요. 수준이 높아졌다고 해야 하나?"

a

10월 22일, 광명동굴에서는 '신비한 용' 제막식이 열렸다. ⓒ 윤한영


가장 변화가 확실하게 나타난 것은 '와인'이란다. 사람들과 어울려 술 마시기를 즐기는 그는 와인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특히 국산와인이 그랬다. 국산와인이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으니 당연했다. 그런 그가 광명와인동굴 덕분에 국산와인에 관심을 갖게 됐고, 국산와인도 즐겨 마시게 됐다.

"와인 덕분에 입맛만 고급스러워 보이게 됐어요. 문화, 예술, 와인 분야는 예전에 깡통이었다면 지금은 누구와 이야기해도 지지 않을 정도가 됐다면 너무 건방진 건가요?"

그의 목표는 확실하다. 광명동굴이 국내를 넘어서서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는 것이다. 광명동굴 개발 단계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낮았지만, 중국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해외교포들이 찾아오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광명동굴 덕분에 광명시가 세계 속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거잖아요. 광명동굴은 개발할 수 있는 곳이 아직도 많기 때문에 계속해서 개발한다면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수 있어요. 믿어도 됩니다."
#김동수 #광명동굴 #광명시 #양기대 #광명와인동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4. 4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