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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패배' 싯송피농, 클래스는 증명했다!

[킥복싱] 글로리, 정상 넘보는 무에타이 전사 싯송피농

15.11.08 12:45최종업데이트15.11.0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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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Glory)' 라이트급 챔피언 타이틀매치에서 '무에타이 전사' 싯티차이 싯송피농(23·태국)이 아쉽게 판정패했다. 싯송피농은 6일(현지시각)이탈리아 몬차에서 열린 '글로리 25'에 출전해 도전자 자격으로 챔피언 '펀칭머신' 로빈 반 루스말렌(25·네덜란드)과 격돌했다. 결과는 아쉬운 판정패, 5라운드 내내 흐름을 가져갔던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패배였다.

잘 알려진 대로 라이트급은 글로리에서도 수많은 테크니션들이 가득한 강자 집합소로 유명하다. 현 챔피언 루스말렌을 비롯 '더 머신' 앤디 리스티(32·수리남), '투지의 화신' 다비트 키리아(27·조지아), '굿가이' 조시 전시(22·캐나다), '닥터' 조르지오 페트로시안(30·이탈리아) 등 뛰어난 선수들이 차고 넘친다.

‘무에타이 전사’ 싯티차이 싯송피농은 비록 아쉽게 패하기는 했지만 얼마든지 챔피언에 오를 강자라는 것을 확실히 입증했다. ⓒ 글로리


이러한 체급에서 최근 동양인 파이터가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왔으니 다름 아닌 싯송피농이 그 주인공이다. 싯송피농은 글로리 무대에 데뷔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태국본토에서 룸피니 챔피언에 오른 인물답게 공식전적만 130전이 넘어간다. 젊은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입증하듯 무서운 파워로 라이트급 토너먼트를 정리했다. 신입 선수들에게 벽이라 할 수 있는 키리아와 전시를 연달아 격파하며 챔피언 도전권을 얻었다.

익히 알려진 데로 태국 무에타이 선수들은 입식에서 굉장한 강자들이다. 그러나 글로리는 팔꿈치공격과 빰 클린치를 사용할 수 없는 킥복싱 단체인지라 제 기량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허나 싯송피농에게는 이같은 제약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에게는 엄청난 위력으로 후려갈기는 듯한 강력한 킥이 장착되어있기 때문이다.

싯송피농은 본토 낙무아이들이 그렇듯 두발을 바닥에 고정시키며 천천히 상대를 압박한다. 앞차기로 거리를 조절한 다음 무시무시한 킥으로 상대를 강타한다. 특히 미들킥은 쇠파이프를 연상케 할 정도로 파괴력이 넘친다. 킥력이 좋은 낙무아이들의 미들킥은 단순하다. 굳이 정확히 빈틈을 노려 차기보다는 가공할 힘으로 상대의 몸통을 통째로 후려갈긴다. 가드에 걸리게 되면 한 방에 쓰러지지는 않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 내내 차고 또 찬다.

싯송피농의 미들킥은 워낙 파워가 넘치는지라 막아낸다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충격은 고스란히 쌓인다. 나중에는 가드를 한 팔마저 이상 증세를 보이며 수비는 물론 공격을 해야 할 펀치 공격까지 영향을 줄 정도다. 사이드 스텝을 밟으며 전열을 재정비하려 치면 로우킥을 다리에 갈기며 기동성을 묶어버린다.

이는 루스말렌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그는 경기 내내 해법을 찾지 못했다. 루스말렌의 주특기는 라이트 펀치를 바탕으로 강하게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다. 하지만 싯송피농의 왼발 킥을 막느라 오른손 가드를 열어놓을 수밖에 없어 자신의 게임을 펼치기가 어려웠다. 어떤 면에서는 라이트가 봉인된 형국이었는데 설상가상으로 가드를 해도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싯송피농의 강력한 킥에 어깨와 팔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모습이었다.

싯송피농은 킥을 찬 다음 사이드로 피하는 움직임도 좋았다. 독이 잔뜩 오른 루스말렌에게 코너로 몰릴 기회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워낙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평소 포커페이스로 유명한 루스말렌은 자신의 코너에서 짜증스런 기색을 부리며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싯송피농은 잽과 프런트 킥으로 거리를 만든 후 로우-미들-하이를 골고루 때려주는 패턴을 5라운드 내내 유지했다. 킥과 더불어 간간히 들어가는 니킥도 위협적이었다. 루스말렌은 펀치 리듬을 완전히 잃고 헛손질만 거듭했다. 간간이 잔 펀치가 싯송피농에게 들어갔지만 충격을 줄 만한 위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판정결과는 놀랍게도 챔피언 루스말렌의 승리였다. 경기 내내 흐름을 지배하며 데미지를 많이 입힌 쪽은 싯송피농이었지만 잔 펀치로 정타가 좀 더 들어간 포인트를 계산해 루스말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승리를 확신한 싯송피농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억지로 승리를 가져간 루스말렌 역시 표정이 좋지 않았다.

어쨌든 결과는 루슬말렌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이날 보여준 싯송피농의 기량은 챔피언을 비롯한 동체급 어떤 강자와 붙어도 밀리지 않는 클래스를 검증받았다는 평가다. 더불어 이날의 경기를 교훈삼아 글로리 체점제에 맞게 좀 더 포인트를 쌓을 패턴의 필요성이 대두된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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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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