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들 '2년차 징크스', 이유 있었네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87] 평균 회귀 현상, 기대보다 못해도 낙심 마세요

등록 2015.11.11 19:28수정 2015.11.1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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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닮아서 우리 영희 학업 성적이 안 오르나 봐요.(웃음)" 

"글쎄요, 고모나 삼촌들 보면 당신 말고는 당신네 식구들도 공부를 탁월하게 잘한 건 아니잖아요."

고등학교 재학중인 딸과 아들을 둔 K씨 부부는 자녀들의 성적표를 받아볼 즈음이면, 은근히 날 선 말들을 주고 받는다.

부부는 세칭 명문대를 나왔다. 대학이 서열화된 우리나라 풍토에서 구태여 서열을 따지자면 남편이 졸업한 대학이 다소 우위이다. 헌데 고교생인 두 자녀는 엄마 아빠가 나온 정도의 대학에 진학하기 힘든 형편이다. 부부는 아이들 학업 성적이 뛰어나지 않은 걸 두고 서로 상대 집안 탓을 하는 것이다.

'신체' '지능'은 평균 값 향해 퇴보할 확률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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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닌데 지난 10월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NC와 두산 경기에서 8회 말 역전을 허용한 두산 최재훈이 허탈해 하고 있다. 본문 내용과는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 연합뉴스


바야흐로 수확의 계절이다. 들판에서 거둬들인 곡물만이 수확은 아니다. 입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졸업반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공부해 온 결실을 거두는 시기이다. 어디 공부뿐이랴, 프로야구 등 운동선수들도 한 해를 결산하는 성적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속담에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이 있지만, 서열의 잣대를 들이 대면 자식이 부모보다 못한 예를 찾기 어렵지 않다. 아니 찾기 어려운 게 아니라, 자식이 부모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을 수 있다.


다소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노벨상 수상이 거론될 정도로 뛰어난 두 남녀 과학자가 결혼해 아이를 가졌다고 치자. 이 아이는 부모보다 더 훌륭한 과학자가 될 것인가.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통계는 그 반대 확률이 더 높다고 말한다. 이른바 '평균 회귀' 현상이 그 것이다. 지능이나 신체적 특징 같은 것들이 대를 이어 보다 우수하게 전해지기 보다는 평균 값을 향해 퇴보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대를 이어서가 아니라, 개개인으로 좁혀 봐도 비슷한 평균 회귀 현상들이 나타난다. 스포츠 계에 흔한 이른바 '2년차 징크스'가 단적인 예다. 신인으로 뛰어난 성적을 올린 축구나 야구 선수들은 데뷔 이듬해에는 성적이 첫해만 못한 경우가 왕왕 있다. 일부 통계에 따르면, 운동선수들의 절반 가량이 2년차 징크스를 겪는다.

2년차 징크스는 흔히 징크스라고 말하지만, 첫해 성적이 예외적으로 뛰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운동 선수가 개인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다면, 이듬해에는 그보다 좋은 성적을 내기보다 아무래도 떨어지는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은 게 당연하다. 100점 만점 시험에서 예를 들어 98점이나 99점을 얻었다면, 다음 시험에서는 그보다 높은 점수보다는 낮은 점수를 얻을 확률이 높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2년차 징크스는 자연계에 흔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심리 요인도 물론 있다. 첫해 좋은 성적을 올리면, 아무래도 마음이 느슨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창업에 성공해 큰 기업을 이룬 부모 밑에서, 부모보다 더 나은 경영인이 나오는 예가 흔치 않은 건, 평균 회귀 현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심리적 요인도 작용하는 것이다. 창업자와 달리 2세들은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예를 들면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 부모만큼 기업 운영을 못할 수도 있다.

2년차 운동선수든, 입시를 치르는 자녀든 기대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고 해서 낙심할 필요도 없다. 부모나 감독 혹은 구단주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연스런 현상이니까. 수확의 계절 성적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느긋하게 섭리를 이해하고 그에 맞춰 삶을 설계하는 게 모두를 위해 지혜로운 일이지 않을까?

○ 편집ㅣ손지은 기자

덧붙이는 글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입니다.
#평균 회귀 #입시 #2년차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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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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