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5.16을 '쿠데타'라 말 못하는 이유는..."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대통령 눈치 보는 것 아니냐" 지적받아

등록 2015.11.19 12:58수정 2015.11.1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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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잠긴 김수남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자신의 정치적 중립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자 잠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유성호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는 최근 '5.16 혁명인가, 쿠데타인가'라는 국회의 서면질의에 "역사적, 정치적으로 다양한 논의와 평가가 진행 중에 있어서 공직 후보자로서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답변했다. 5.16을 바라보는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피해간 것이다.

이에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19일 열린 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5.16을 혁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라며 "그래서 답변을 제대로 안한 것이라면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한 의지가 부족하다"라고 질타했다.

서 의원은 "인사청문회 후보자 가운데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는 '쿠데타로 본다'고 답변했고, 역사학계나 법조계에서는 '5.16=쿠데타'가 정설이다"라며 "그런데 김 후보자가 쿠데타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있어 개인적 견해를 밝히지 못한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5.16은 역사학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견해, 논의, 주장이 있어어 제가 어떻다고 얘기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검찰총장의 직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라며 "그래서 개인적 견해를 밝히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청와대와 검찰 등 권력기관을 대구경북(TK) 출신들이 장악한 것을 염두에 둔 듯 "사정라인을 특정지역 출신이 독점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이냐?"라며 "고향(TK)을 잘 타고난 것이 검찰총장 임명에 기여한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인사권자의 의중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출신이나 학교도 문제가 안 된다"라며 "검찰총장에 취임하면 저부터 바르게 해서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이춘석 의원은 "이석기 내란음모사건,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사건, 미네르바사건 등 과거에 맡은 사건들을 보면 공정하게 수사했다기 보다 정권의 가려운 곳을 정확하게 긁어주는 수사였다"라며 "검찰이 정치적으로 예속화되는 길에 서 있다"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그 사건들은 당시 정치적 고려 없이 철저하게 수사했고, 수사 결과 드러난 사실관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바르게 처리하겠다는 소신이 중요하다"라며 "그렇게 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런 소신을 보장할 수 있는 인사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윤회 문건' 조응천 전 비서관 증인·참고인 채택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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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교 "김수남 후보자 청와대로부터 중립적이냐"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김수남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정윤회, 조응천 사건에서 청와대로부터 중립적이었는지 청와대 출입 사실을 알려달라"며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특히 야당에서 요구해온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증인·참고인 채택이 무산됐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문건을 유출했다는 이유로 불구속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국회 법제사법위 야당 간사인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김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정윤회 문건사건 수사를 지휘했는데 검찰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라는 핵심은 비켜가고 문건 유출만 수사했다"라며 "당연히 조응천 전 비서관을 참고인이나 증인으로 불러 제대로 수사했는지를 충분하게 검증해야 하는데 여당이 증인·참고인 채택에 반대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 간사인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은 "조응천 전 비서관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아직 재판 중에 있는 피고인이다"라며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청문회장에서 집요한 공세를 펼 것이 우려됐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야당은 김 후보자의 청와대 출입기록을 요구했지만, 이날 오전까지 관련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김 후보자가 청와대로부터 중립적이었는지를 알기 위해 청와대 출입 사실을 알려 달라고 했는데 서면답변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해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답변했다"라며 "김 후보자는 청와대에 가서도 안 되고, 우병우 민정수석과 만나거나 통화해서도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제가 청와대에 출입했다면 공식적인 회의, 이런 것으로 몇 번 출입한 걸로 기억한다"라며 "공식적인 업무 이외에 다른 업무로 청와대를 출입한 사실은 없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우병우 수석과 통화한 적이 있느냐?'는 서 의원의 질의에 "사적으로 통화한 부분까지 답변을 드려야 하나?"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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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총궐기 대회' 경찰 과잉진압 장면에 난감한 김수남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의 무차별 물대포 조준 발사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안경을 매만지고 있다. 이날 김 후보자는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 대해 "폭력과 불법이 도를 넘은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 유성호


"불법·폭력시위 엄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

한편 김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했고, 세계 경제 10위권이라는 큰 발전을 이룩했지만 법질서 수준은 이러한 외적 성장이나 국가위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라며 "법질서를 훼손하는 각종 범죄에 엄정하고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헌법가치를 부정하는 세력에 단호하게 대처해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는 보장하되 불법행동이나 폭력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라며 "우리 사회에 누적된 부정부패 척결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일어난 경찰의 폭력진압 사태에는 "사실관계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어제 백남기씨 가족들이 고소장을 검찰에 접수 시켰기 때문에 검찰에서 철저하게 수사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수사 진행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라고 답변했다.

김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불법 시위 사범 3진 아웃제'를 시행한 바 있다. 이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세 번 이상 위반한 사람의 경우 벌금형보다 높은 처분을 내리겠다는 제도다.
#김수남 #5.16 #조응천 #우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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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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