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쓴다고 좋은 글 아니다"

[2015교육문화연구학교3] 김종희 <뉴스앤조이> 대표, 행복의 삶을 만들어 가는 글쓰기

등록 2015.11.20 14:39수정 2015.11.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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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월호 사건을 겪고 새들생명울배움터는 '생명을 살리는 교육'을 고민하며 교육문화연구학교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생명의 교육을 일구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교육되어야 한다는 것에 주목하며 '나로부터 행하는 교육, 공적 글쓰기'라는 주제로 2015교육문화연구학교를 엽니다. 나 자신부터 가르쳐지고 길러지지 않으면 누구도 교육할 수 없고 어떤 것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종이 위에 있는 나 자신이라고 할 수 있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연마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실제로 그렇게 걸어 나가는 우리가 되길 바라며, 2015교육문화연구학교는 10월 9일부터 12월 18회까지 총 10회로 진행합니다. - 기자 말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소리는 아직 노래가 아니오.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 벽 좁은 틈에서

숨 막힐 듯 토하는 울음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소

우--
귀뚜루루루--
귀뚜루루루--

보내는 내 타전 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누구의 가슴 위로 실려 갈 수 있을까

입동을 앞둔 지난 6일, 안양 비산동에는 철 지난 귀뚜라미 소리가 울렸다. 새들생명울배움터에서 연 2015교육문화연구학교 '나로부터 행하는 교육, 공적 글쓰기' 다섯 번째 시간은 안치환의 <귀뚜라미>를 부르며 시작했다. 가사 한 구절이 마음을 뚫고 들어왔다. '내 타전 소리가 누군가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귀뚜라미의 울음처럼 글 쓰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글을 쓰는 것, 그것은 글 쓰는 이가 가진 가장 절실한 소망이리라. 


열심히 하는 것만으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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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어른이 모두 즐거운 표정으로 강의를 듣고 있다. ⓒ 김민수


"마음을 전하려면 열심히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왜냐면 누구나 다 열심히 하거든요. 잘해야 합니다. 암만 좋은 마음과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 해도, 잘하지 않으면 남에게 즐거움을 줄 수가 없어요."

이날 강사로 선 김종희 <뉴스앤조이> 대표는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글을 쓰려면 잘 써야 한다고 말한다. 잘 쓰지 않으면 품고 있는 좋은 뜻과 마음마저도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글을 단 번에 잘 쓸 수는 없다. 그래서 고통스럽다.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감내한 고통이 결국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즐거움이 되고, 즐거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나의 보람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사실 열심히 하는 것만 해도 충분히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고통은 나의 고통에서 그친다. 김 대표가 말하는 고통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읽는 이를 위한 것이다. 읽는 이의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고통스럽고자 하는 것, 그것이 김 대표가 말하는 글을 잘 쓰는 방법이다.

김 대표는 자신이 쓴 기사를 중심으로 좋은 글이 가질 수 있는 요소를 짚어 주었다.

먼저, 개인의 경험이 사회적 의미로 재해석될 때 좋은 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가 소개한 첫 번째 기사는 '예수 안 믿는 사람들이 더 슬퍼한 죽음'(관련기사: 예수 안 믿는 사람들이 더 슬퍼한 죽음)이다. 기사에는 김수환 추기경의 죽음, 문익환 목사의 죽음 등 사회적인 죽음으로 회자되는 종교인들의 이야기와 함께, 목사였던 김종희 대표의 아버지 이야기가 나온다.

세 목사의 죽음을 통해 그들이 각자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인생과 죽음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그 개인적인 경험은 독자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사회적인 사건과 개인적인 경험을 연결시켰어요. 개인의 삶에는 반드시 사회적인 의미와 역사적인 의미가 있거든요. 여러분도 자기의 이야기를 공적인 글에 쓸 수 있습니다."

차이를 부각시켜 주제를 선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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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가 글을 잘 써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 김민수


김 대표가 소개한 두 번째 기사는 김진홍 목사와 허병섭 목사의 대비되는 삶을 이야기 한다. (관련기사: 김진홍의 '창대' 신앙과 허병섭의 '밀알' 신앙)

두 사람은 나이와 출신 지역 등 공통점이 참 많았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기사는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차이를 부각시켜 글을 전개하고 있다. 목사라는 이유로 받는 특혜를 이용해 부와 명예를 축적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진홍 목사와 그 특혜를 괴로워하며 목사직을 내려놓은 허병섭 목사의 삶. 두 사람의 삶을 통해 진정한 신앙인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김 대표는 명확한 차이를 선명히 드러내기 위해 '중간 지대'를 버리는 과감함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차이를 부각시켜 비교하는 글은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명쾌하게 전달할 수 있다. 허병섭 목사에게, 김진홍 목사에게 인간적인 모습이 왜 없으랴. 하지만 김 대표는 그 대목들을 과감히 버리고 대비되는 부분을 위주로 언급하여 차이를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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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품에 안긴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강의를 듣고 있다. ⓒ 김민수


김 대표는 덧붙여 시의성과 영속성이 겸비된 글이 좋은 글임을 강조했다.

"첫 번째 기사는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셨을 때 썼어요. 두 번째 기사는 허병섭 목사가 병으로 인해 길에서 쓰러지셨을 때 썼어요. 공적인 글에는 이러한 시의성이 필요해요. 뿐만 아니라 좋은 글은 예전 사건이라도,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울림을 줄 수 있는 글이겠지요. 영속성을 지닌 거죠. 이처럼 시의성과 영속성이 겸비된 글이 좋은 글이에요."

그가 보여준 기사 두 편 모두 지난 2009년에 쓰였다. 6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당시 기사에서 그가 던진 신앙인의 '죽음'과 '삶'에 대한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처럼 시의적절한 글은 시대를 초월한다. 글의 유효기간을 무한 연장해 준다.

글에 속지 말고 글로 속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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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희 대표가 마시고 있던 오미자 차를 예로 들며 '좋은' 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민수


김종희 대표는 끝으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저, 돌베개)에 나오는 '목수 노인' 일화에 대한 신영복 선생의 소회를 소개하며, 삶과 일치된 글을 쓸 것을 당부했다

"언젠가 그 노인이 내게 무얼 설명하면서 땅바닥에 집을 그렸습니다. 그 그림에서 내가 받은 충격은 잊을 수 없습니다. 집을 그리는 순서가 판이했기 때문입니다. 지붕부터 그리는 우리들의 순서와는 거꾸로였습니다. 제일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 도리, 대들보, 서까래, 지붕의 순서로 그렸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 세상에 지붕부터 그릴 수 있는 집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부터 그려온 나의 무심함이 부끄러웠습니다."

김 대표는 목수로 살아온 노인의 삶이 그림으로 드러난 것처럼 글에도 삶이 드러나야 한다고 말하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글만으로 사람을 속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당부다. 더구나 글을 쓰는 자신조차도 언제든지 스스로를 속일 수 있고 스스로에 속아 넘어 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쓰기에서 '진실'의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다음 '주제' 강의에서는 '주제'와 더불어 '진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김 대표는 예고했다. 

김 대표는 자신의 글을 읽는 독자들이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본 그의 기사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그의 글에는 계몽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담겨 있다. 글 자체는 부담스럽고 불편할지라도 글을 읽으며 삶의 방향을 바꾸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그는 고백했다. 그렇게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글이 타인에게 울림을 주어 글쓴이도 읽는 이도 결국 행복해지는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글. 김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글'이다.

앞으로 김 대표와 4회에 걸쳐 실전 글쓰기에 돌입한다.  20일 금요일 '주제'에 대한 강의를 시작으로, '구성'과 '표현'에 대해 배운다. 실전글쓰기 마지막 시간에는 그간 배운 것을 종합하여 갈무리하는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는 원제목(좋은글로 가는길)으로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5교육문화연구학교 #새들생명울배움터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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