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에 5만 원, 사치라도 좋다

[유유자적 라오스 여행기 3] 드디어 방비엥으로 가다

등록 2015.11.23 17:46수정 2015.11.2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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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어디야?"
"오, 일어났어? 아직 가는 길. 휴, 멀미할 것 같아."
"아, 무슨 차만 타다가 여행 다 가겠어!"

서로에게 화가 나거나 마음이 삐뚤어진 건 아니었지만 정체모를 짜증이 난무해가는 느낌이 었다. 어언 방비엥 출발 4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똑같은 마을, 똑같은 흙먼지길, 똑같은 하늘. 도무지 방비엥은 나타날 기미가 없었다. 가뜩이나 물갈이를 하는 친구는 위경련에 피곤함까지 토로하며 힘들어했고, 나는 그런 친구를 달래며 하염없이 뻗은 길만 멍하니 응시했다.

이동이 힘들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비포장도로일지도 몰랐고 휴게소라고 잠깐 쉰 곳도 매우 열악한 환경이었다. 화장실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이동 시간을 감안해서 아침 일찍 출발한 것이었는데. 반나절을 여유부리다가 늦게 출발했으면 방비엥 도착은 하염없이 더 늦어졌을 것이다. 그렇게 우린 우리의 선택에 위안을 삼으며 10분, 20분 흘러가는 시간만 계속 보고 있었다. 그렇게 가다보니 저 멀리 간판이 보였다.

WELCOME TO BANGBIENG!

유유자적한 라오스 여행은 금물! 이제부턴 시간 싸움

방비엥에서의 우리 일정은 2박 3일로 잡혀 있었다. 꽤 오랜 시간 묵는 것 같지만 10월 30일 오후 도착해 11월 1일 아침 출발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허용된 시간은 하루하고도 반나절뿐. 이 시간을 전부 다 써서 방비엥에서 할 수 있는 수상 레저는 다 해볼 생각이었다. 소승불교의 산지이며 루앙프라방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 전체였음에도 불구하고 방비엥 일정을 많이 잡았던 것은 젊음을 만끽하며 수상레저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첫 우리의 일정은 튜브를 타고 쏭강 상류에서 지정된 곳까지 강의 물살만을 이용해 타고 내려오는 튜빙으로 잡혀 있었다. 미리 알아보니 튜빙 예약은 당일 오후 4시까지 받았고 우린 방비엥에 도착해서 숙소 예약, 튜빙 예약을 마치고 끼니도 대충 때워야했기에 적어도 2시 30분에는 방비엥에 도착했어야 했다.

미니 밴 예약 당시는 9시 출발이었기에 넉넉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1시간이나 늦게 출발했으니 늦게 도착할까봐 초조해지는 마음만 커져갔다. 사실 튜빙 못하더라도 하루종일 이동하느라 고생했으니 좀 쉬자, 라며 너무 다그치는 여행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내심 아쉬움이 드는 건 당연지사였다.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방비엥에는 3시 전에 도착했고 이젠 시각을 다투는 예약과의 싸움이었다.

방비엥에 내리면 미니 밴 천장에 매달아 둔 배낭을 받고 툭툭을 타고 시내까지 이동을 한다. 그곳까진 멀진 않은데 툭툭 기사님에게 숙소를 알려주면 그 곳까지 태워주고 아니면 그냥 가장 먼저 내리는 곳에서 같이 내리면 된다. 우린 뭣도 모르고 남들 숙소 앞까지 그대로 타고 갔다가 다시 방비엥 여행자 거리까지 걸어가는 수고로움을 겪었다. 숙소 예약을 안 하신 여행객들은 얼른 내려서 여행자거리까지 찾아가는 걸 권한다.

그렇게 먼저 우린 숙소를 예약하기 위해 각 게스트하우스를 돌아다녔다. 게스트하우스가 밀집되어 있고 튜빙, 카약킹 등 다양한 레저 관광상품까지 한꺼번에 예약할 수 있는 여행자거리가 있기에 예약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저렴하고 좋은 곳에서 예약하는지는 순전히 여행자의 몫.

그 곳에 가서 우린 시간은 없지만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물러야 하는 숙소 예약에 시간을 쏟았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가격과 에어컨 유무, 화장실 등을 꼼꼼히 보았다. 라오스 숙소는 전체적으로 깔끔하지만 벌레, 조식, 에어컨 등 옵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니 꼭 필요한 옵션은 사전에 말을 하며 숙소 흥정을 하는 것이 좋다.

우리의 숙소는 아침 햇살부터 시작해서 적당히 강과 떨어져 있어 한눈에 강이 보이는 그리고 깨끗한 침실을 갖춘 리버뷰 숙소로 결정했다. 2박 3일에 34만낍(한화 약 5만 원)에 방을 예약했다. 라오스 여행 예산 치고는 꽤 비싼 숙소여서 예산에 약간 변경이 생겼으나 뭐 어떠랴. 이렇게 예쁜 아침 풍경을 맞이하고 이렇게 쾌적한 곳에서 묵을 수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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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바라본 리버뷰 끝내준다 ⓒ 이수지


숙소 예약이 끝났다고 마냥 기뻐하고 있을 수만도 없었다. 숙소 예약을 마친 시각은 오후 3시 40분. 20분 뒤에는 튜빙 예약도 끝나기에 얼른 튜빙 예약을 하는 곳을 숙소 주인에게 물어보고 달려갔다. 주변에 호객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어디가 튜빙을 예약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뜬 눈으로 지나치길 10분째. 토스트 아주머니들이 많은 그 맞은 편이 튜빙 예약하는 곳인 걸 알고 예약을 거의 마지막으로 마칠 수 있었다. 손등엔 241, 242번이라는 숫자를 적어주더니 튜빙 체험비, 보증금, 툭툭 비용까지 다 지불하고 나서야 우린 겨우 한 시름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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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 튜빙의 흔적 우린 241,242번이었다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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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빙하러 가는 길 쏭강 상류까지 가야하는 길이다. 흙먼지가 엄청 날린다 ⓒ 이슬기


쏭강 튜빙, 유유자적의 끝판왕

방비엥 물놀이의 여러 프로그램들은 호불호가 굉장히 갈린다. 튜빙도 그 중 하나인데 너무 심심하다는 사람, 정말 좋다는 사람으로 평이 이것저것 갈리길래 우린 시간이 최대한 된다면 다 해 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쏭강 튜빙은 강의 상류까지 툭툭을 타고 이동 후 정해진 지점에서부터 쏭강의 흐름을 따라 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다. 우기에는 물살이 세서 1시간 정도면 내려온다고 하고 우리가 갔던 건기에는 약 2시간에서 2시간 반 정도 시간이 걸린다. 오후 6시가 지나면 추가 비용을 내야하므로 2시간 만에 잘 내려오자고 이야기를 한 후 각자 튜브를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물살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고 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강 옆으로 빠지기도 하고 물살을 잘 타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주변 현지인들이 장난을 치며 도와주기도 하고 함께 내려가는 사람들끼리 코치도 해주며 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그 뒤로 우리가 하는 일은 한가롭게 하늘을 보고 주변 경관을 보고 감탄만 하면 된다. 물 한가운데에 흐르는 물살을 타고 맑은 하늘과 조용한 새소리.

"정말 유유자적의 끝판왕이고 무릉도원이 있다면 여기일 거야!"

자연경관을 즐기고 조용히 몸 힘들지 않게 있고 싶다면 튜빙을 해보길 추천한다. 정말, 개인적으로는 좋았던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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쏭강에서 바라본 하늘 열기구가 정말 예쁘다 ⓒ 이슬기


튜빙을 하며 1시간 정도 내려오다 보면 중간 쉬는 공간이 있다. 음료도 팔고 맥주도 팔며 음악에 맞춰 춤추며 새로운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는 펍같은 공간인데 우리도 여기서 잠시 쉬며 물에 오래 있던 몸을 녹이고 가기로 했다.

엄청나게 큰 소리와 술과 담배에 찌들어 춤추고 있는 서양인들(우리를 제외한 모두가 서양인이었다)을 보니 대단해 보였다. 이들과 쉽게 어울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우리들끼리 우스갯소리를 나눴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웅장한 산에 둘러싸여 시끄러운 클럽 음악과 술에 찌들어있는 사람들.

뭔가 좀 언밸런스하고 안 어울리는 느낌을 많이 받은 곳이었다. 라오스가 배낭여행객들의 필수코스가 되고 사람들이 많이 오게 되면서 이전의 아름다운 자연과 순수한 라오스인들의 문화가 많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꾸 상업적으로 변하고 더러워지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게 된다는 것이 느껴져서 씁쓸했던 모습이었다. 우린 30분도 채 있지는 않았지만 조금은 색다른(?) 문화를 짧게 경험했다. 오후 6시까지 맞춰 돌아가기 위해 우린 서둘러 튜브 위에 몸을 싣고 다시 튜빙 마지막 지점으로 향해 떠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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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빙 중간의 쉼터 술과 음료를 파는 펍같은 곳이다. ⓒ 이슬기


라오스의 두 번째 밤

유유자적만 하다가 반납 시간에 늦을까봐 헐레벌떡 튜브를 반납하고 돌아오는 길. 동남아 마사지는 우리나라 돈보다 훨씬 싸게 할 수 있으니 튜빙하면서 잔뜩 움츠러든 몸을 풀고자 근처에 있던 마사지숍에서 마사지를 받고 저녁을 먹었다.

물가가 싸니 마사지도 어렵지 않게 받는 것이 한국에서의 삶과 너무 달라서 이상하다고 친구에게 말하니 여행은 그런 맛에 오는 거라고 웃었다. 그들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에 맞추어 지불하는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 여행을 오면 사치스럽게도 되는 구나, 싶기도 했다. 수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방비엥의 마사지숍에서 이들은 제대로 된 돈 받으며 재밌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었다.

아침 댓바람부터 차 타고 이동에, 오자마자 숙소 예약하고 바로 튜빙을 하러 가느라 간단한 간식은 먹었으나 제대로 한 끼도 먹지 못했다. 우린 근처 방비엥에서 유명한 식당에 가서 꼬치와 쌀국수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비어라오를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찰나의 선택에 하루 일정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라오스 여행. 비엔티엔에서의 반나절 관광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오늘의 튜빙은 즐기지 못했을 것이라 이야기하며 내일도 알차게 잘 즐겨보자며 밥을 먹었다. 혼자 왔더라면 설왕설래만 하고 어려웠을 여행이 둘이 함께 하니 참 좋았다. 내일은 그렇게 보고 싶었던 블루 라군으로 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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