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고... 이렇게 5시간을 운전

[유유자적 라오스여행 ⑤] 세계문화유산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길

등록 2015.11.30 14:01수정 2015.11.3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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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방비엥에서의 시간을 뒤로 하고 이제 루앙프라방으로의 이동만 남았다. 다시 시작된 장시간의 이동인지라 꼼꼼하게 숙소를 살폈다. 두고 온 것은 없는지, 빼놓은 것은 없는지를 살피고 9시에 숙소 앞으로 데리러 오기로 한 여행사 버스를 기다리며 휴대폰으로는 루앙프라방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찾아보고 있었다.

약속 시간은 9시. 8시 50분 정도부터 숙소 앞에서 기다리는데 9시 10분이 될 때까지 아무런 기척도 없다. 우리가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해당 버스 예약소로 전화를 부탁했다. 하지만 못 알아듣는 건지 자기는 할 수 없다며 절레절레 손사래만 친다. 불안해하던 친구는 결국 서둘러 일어났다.

"야, 예약한 곳으로 가보자!"

다행히 숙소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라 헐레벌떡 가보니 출발 직전의 미니버스가 서 있었다. 우린 예약 당시 받은 영수증을 제시하며 어떤 걸 타고 가면 되냐고 물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서 있던 미니버스에서 두 외국인이 내린다. 어안이 벙벙. 기다리던 우리에게 현지인들은 바로 타면 된다고 이야기를 하고 짐을 실어주었다.

분명 숙소 앞에서 픽업해주기로 했던 그들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기다리고 있었더니. 그 사이 여행사로 직접 찾아와 루앙프라방으로 이동하려고 했던 외국인들을 태우고 냉큼 가버리려고 했던 것이다. 화도 났고 어이도 없었지만 다들 기다리고 있어서 별로 따지지도 못하고 얼떨결에 차를 타고 이동을 시작했다. 순박하고 착한 라오스 현지인들의 모습만 생각하다가 예약을 했지만 불친절한 상업적 모습에 된통 당한 순간이었다.

열악한 환경에서의 현지인들의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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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루앙프라방 방비엥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이다 ⓒ 이수지


매 라오스 여행 때마다 만나는 현지인들을 보며 생각했다. 점차 경제가 발전하는 중임에도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라오스에서 가장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평범한 서민층이라는 걸. 그를 잘 보여준 것이 루앙프라방으로 이동하던 순간이었다. 미니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할 때 친구와 둘이 놀랐던 것은 5시간을 운전하고 가야 하는 기사님의 운전 자세였다.

라오스 여행을 오는 여행객들은 거의 큰 여행 배낭을 메고 온다. 미니 버스에 실을 때에도 좌석 아래, 옆 등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싣는다. 작은 밴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싣고 이동을 하려다보니 자연스레 기사님 좌석을 최대한 좁게 해서 여행객들 배낭을 두는 곳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운전을 제대로 할 줄은 모르지만 최대한 편안한 자세에서 해도 장시간 운전에는 몸이 지치기 마련인데... 여행객들을 위해 운전대와 운전자 사이의 거리도 거의 확보되지 못한 불편한 자세로 루앙프라방으로의 긴 이동은 시작되었다.

돈을 더 벌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을 태우기 위해 기사 한 명이 고생을 하고 희생을 하면 된다는 생각에 나타난 모습 같았다. 불편하실 기사님을 보며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한 공간 안에 있으면서도 현지인과 여행객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수없이 차이를 느끼는 것이 여행이구나, 생각하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길고 긴 루앙프라방으로의 이동을 견디기 시작했다.

방비엥은 잊어라,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루앙프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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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에서의 늦은 점심 무슨 물고기인진 모르겠다. 맛은 좋다. ⓒ 이수지


여전히 장기간 이동은 힘들었고 비포장도로에 꼬불거리는 산길을 한참 헤쳐나가고 나서야 5시간 만에 루앙프라방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루앙프라방 진입로에 우리를 내려 준 미니버스는 유유히 사라졌다. 나와 친구는 가장 먼저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저렴한 숙소를 찾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루앙프라방 일대를 돌아다니던 우린 그만이 갖고 있는 분위기에 완전 취해버렸다.

루앙프라방은 큰(루앙) 황금 불상(프라방) 이라는 뜻으로 1975년 왕정이 폐지될 때까지 라오스의 왕들이 머물렀던 도시이다. 많은 전통 건축물과 유적들을 지니고 있는 도시라 그런지 비엔티엔, 방비엥이 갖고 있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좀 더 고풍스럽고 절들이 많아서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까지 함께 갖추고 있던 루앙프라방.

메콩 강가에 자리 잡아 시장 한 켠에 다양한 해산물들도 많았고 볼 거리, 먹을 거리들이 너무나 풍부했던 곳이다. 지나가는 곳곳에 위치한 사찰들로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 같은 느낌을 주었다. 푸시산으로 올라가는 입구 쪽에 왕궁박물관이 위치해 라오스의 역사를 한 눈에 담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주' 같은 이미지가 첫 인상이었던 루앙프라방. 방비엥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루앙프라방에 오니 우리 둘 다 새로운 여행지를 온 것 마냥 들뜬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루앙프라방까지 왔으니 늦은 점심은 쌀국수에 볶음밥과 생선 구이까지 시켜서 부족했던 아침, 점심을 든든히 채울 심산이었다.

조마 베이커리부터 푸시산 일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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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산 일몰을 보기 위한 사람들 많다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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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산 일몰 아름답다 ⓒ 이수지


친구와 점심을 든든히 먹은 후 루앙프라방에서 유명한 '조마베이커리'에 들러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마시기로 했다. 주로 동남아 음식만 먹다보니 짜고 탄수화물 위주로만 먹어 간식이나 음료를 제대로 마신 적이 없었다. 간만에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서울에서의 모습처럼 편하게 이야기 하고 이후 일정을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밥도 먹고 목도 축이고 나서 우리가 향한 곳은 푸시산. 루앙프라방의 푸시산 일몰이 정말 예쁘다는 여러 블로거들의 후기를 보고 야시장 가기 전 일정은 푸시산 일몰로 정했다. 해발 100m라는 푸시산은 그리 높지 않은 뒷동산 같은 곳이었지만 메콩 강과 루앙프라방 시내 일대를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라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었다.

터벅터벅 계단을 올라가보니 15분 정도 만에 금방 도착하는 푸시산 정상.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일몰을 담기 위해 올라와 있었고 우리도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으며 아름다운 루앙프라방을 한눈에 담았다. 메콩 강에 비치는 일몰의 모습부터 어두워져 가는 루앙프라방 시내. 별 생각없이 올라와 보는 일몰이었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몰이었지만 라오스 푸시산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우리의 기억 속에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벌써 두 달밖에 남지 않은 2015년을 마무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서울로 돌아가서 2016년을 맞이할 준비를 어떻게 할지 고민도 하게 되는 그런 일몰. 아직 젊지만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내 모습이 걱정도 되면서 어디서든 똑같은 모습으로 한결같이 움직이는 태양처럼 나 또한 어디서든 잘 살아낼 것이라는, 조금은 희망찬 마음을 먹으며 그렇게 푸시산 정상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여행의 꽃은 쇼핑, 루앙프라방 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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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 야시장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 이수지


루앙프라방에서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엄청난 야시장이 열린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5시부터 슬슬 자리가 펼쳐지기 시작하고 일몰을 구경하고 내려온 6시에는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게 부스가 차려졌다. 돗자리를 깔고 저마다의 물품을 정리하고 내놓으며 지나가는 사람들 발길을 붙잡는다.

예쁜 등을 흔들어 보이기도 하고, 작은 주머니들을 가리키기도 하고 소리를 지른다. 라오스 전통의상부터 가방, 팔찌, 커피에다가 그 유명한 만낍 뷔페는 루앙프라방 야시장의 또 다른 매력이다. 야시장이 한껏 차려진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우린 각자의 쇼핑 금액을 가지고 함께 물건을 사기 시작했다.

해외여행이라고 해봤자 일본 여행이 전부이지만 여행을 다니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사다주고 싶고, 함께 기억에 남겨주고 싶고,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것을 나눠주며 내 여행의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 돈은 많이 들지만 여행의 재미는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작게나마 챙겨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다녀온 사람은 나이지만 그 여행을 함께 기억하게 되는 사람들은 선물로 인해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문득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하다못해 건망고라도 사다주고 싶었는데 이전 일정들에서 쓴 돈이 꽤 돼서 선물 살 돈이 부족했다. 수많은 자리들을 구경 다니며 쇼핑을 시작했다.

'꽃보다 청춘'에서 청춘들 셋이 나눠 낀 팔찌부터 시작해서 파우치, 팝업 카드 등 없는 것 빼고 다 파는 루앙프라방 야시장. 구경거리부터 시작해 주인과 하는 흥정까지 뭐 하나 빼 놓을 것 없이 재미와 추억을 선사해주었다. 역시, 여행의 꽃은 쇼핑이었다.

늦은 저녁은 유명한 식당에서 함께 나눠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음 날은 꽝시폭포에서 놀고 짐 정리 후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엔으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결국 라오스 여행의 마지막 날이 오고야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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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되지 않는 선물들 건망고, 파우치, 팔찌, 커피, 엽서까지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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