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만난 '물대포 먹는 하마'

[현장] 지난 28일 복면금지법 반대 행진 후기

등록 2015.11.30 16:13수정 2015.11.3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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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다시 복면금지법을 발의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복면을 쓰고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자국민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와 테러리스트에 비유했습니다. 이런 발언에 인터넷에선 "예능 프로 <복면가왕>이 이제 폐지되겠다"라는 농담 같은 이야기도 떠돌았습니다. 집회에서 복면을 금지한다면 '더욱더 화려한 복면, 새로운 복면을 쓰고 나가자'는 의견도 줄을 이었습니다.

복면금지법에 대해서는 이미 2003년에 헌법재판소가 '집회 참가자는 복장을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다시 복면금지법을 추진하는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대통령의 발언이 얼마나 어이없는지 이야기하고 싶어 청년들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복면가왕>을 패러디한 '복면시위왕'을 준비해 지난 28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거리행진'에 참가했습니다.

'복면가왕'을 패러디한 '복면시위왕'

<복면가왕>을 보면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소녀순정 코스모스'처럼 출연진들이 나름의 의미를 담은 다양한 이름과 복면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복면금지법을 반대하는 이유를 각각의 가면과 이름에 담아 표현해봤습니다.

첫 번째로 습기를 잡는 '물먹는 하마'를 '물대포 먹는 하마'로 풍자해봤습니다. 정부의 폭력진압 무기로 사용되는 물대포 사용에 반대하는 뜻으로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물대포 먹는 하마'가 존재한다면 집회 나갈 때 꼭 하나 들고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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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물대포에 반대하는 복면 '물대포 먹는 하마' ⓒ 복면시위왕


두 번째로 10만 명의 국민이 왜 거리로 나왔는지 이유를 생각해보지도 않은 듯이 '테러리스트'라고 말하는 정부와 새누리당에 말하고 싶었습니다. '국민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고 말입니다. 어느 참가자는 진짜 테러리스트처럼 복면을 쓰고 장난감 물총을 손에 들고 행진에 나갔습니다. 그는 '집회 나온 아이슬'이라는 이름을 팻말에 써서 달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IS를 아이스로 잘못 읽은 것이 아니냐'는 온라인 여론을 활용해 풍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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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IS에 비유한 정부와 새누리당을 비판한 복면과 팻말. ⓒ 복면시위왕


세 번째로 시민들이 왜 복면을 쓰고 시위에 나올 수밖에 없는지를 표현했습니다. 과도한 채증과 위험한 캡사이신·최루액 살포, 물대포 난사 때문에 복면을 쓸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채증 카메라에 찍히기만 하면 모두 불법 시위자로 간주하고, 벌금고지서를 보내는 공권력에 의해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채증 카메라'처럼 스마트폰을 들고, '벌금고지서'가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 거리로 나갔습니다. 이름은 '집회때메 벌금500'으로 붙여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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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을 착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표현했습니다. ⓒ 복면시위왕


과거로 회귀하는 정부에 안타까움 표현

네 번째로 '유신 맛 라면'입니다. 집회 나갈 때마다 캡사이신, 최루액 살포로 집회 참가자들은 정말 매운 맛(?)을 보고 있습니다. 각종 공안 탄압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를 보면서 '다시 유신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우려스러운 마음을 '유신 맛 라면' 가면으로 표현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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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시대로 회귀하는 정부의 행태를 풍자했습니다. ⓒ 복면시위왕


마지막으로 불통 정부에 전하고 싶었습니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브이'가 한 대사를 말입니다.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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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금지법에 반대하는 복면시위왕 행진을 준비했습니다. ⓒ 복면시위왕



○ 편집ㅣ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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