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상식·윤리 실종됐다"... 법인·금강스님 단식 시작

"김건중 단식, 우리 모두가 죄인... 사람부터 살려야"

등록 2015.11.30 20:34수정 2015.11.30 20:34
3
원고료로 응원
a

법인 스님(왼쪽)과 금강 스님은 "사람부터 살려야 한다"며 30일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 불교닷컴


"모든 생명에게 위로와 용기, 지혜와 자비를 실천해야 할 수행자가 오히려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고 있는 현실 앞에 참회하고 또 참회합니다."

김건중 동국대학교 부총학생회장을 살리기 위한 스님들의 단식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오전 동국대 이사 미산 스님이 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단식을 시작한 데 이어, 일지암 법인 스님과 미황사 금강 스님이 같은 날 오후 단식을 시작했다.

"불자들 볼 면목 없다"

법인·금강 스님은 단식을 시작하면서 '어린 생명을 벼랑 아래로 내몰지 마십시오' 제하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스님들은 "김건중 부총학생회장 단식이 50일째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도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할 동국대 일면 이사와 총장 보광 스님, 조계종의 자승 총무원장 스님은 지금껏 침묵과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도의 한사람으로서 참담한 마음 감출 길 없다. 김건중 학생과 동국대학교 학생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했다. "동국대 사태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학부모와 불자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했다.

스님들은 "오늘의 동국대는 최소한의 상식과 윤리도 실종됐다. 오로지 권력과 지위를 지키기 위해, 옳고 그름을 밀어내고 이겨야만 하겠다는 극한적 승부의 논리만이 득세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올바른 학교의 정립을 위하여 목숨을 건 어린 학생의 단식 앞에서도 침묵하고 체면치레의 행보만을 하고 있다. 참으로 슬프고 남루한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 모두는 죄인이다"라고 했다.

"경전 읽고 법문? 외면 도피 위선 같아"


두 스님은 "김건중 학생의 단식이 장기화 되는 지금, 곳곳에서 종단지도부와 수행자들을 향한 죽비소리를 듣는다. 시들어가는 어린 생명을 두고 불자들에게 어떤 법문을 할 수 있겠느냐고 힐난한다"고 했다.

스님들은 "자비의 구현은 지금, 여기, 고통 받고 있는 생명의 현장이다. 김건중 학생을 눈앞에 두고 청정하고 아름다운 산중에서 경전 읽고 차를 나누고 법문하는 일이 외면이고, 도피이고, 위선인 것 같아 견딜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녘 땅끝 수행자 일지암 법인과 미황사 금강은 오늘부터 단식정진에 들어간다. 아들의 극한적인 단식을 찢어지는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김건중 학생의 부모의 가슴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했다.

스님들은 "우리가 단식정진 하는 목적은 오직 하나이다. 이 어린 학생의 위태로운 생명을 구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최장훈 학생 투신 예고 거둬 달라... 동국대 사태 해결때까지 단식"

a

동국대 본관 앞 김건중 학생의 단식천막 인근에 새 천막을 세우고 단식 정진 중인 금강 스님(왼쪽)과 법인 스님 ⓒ 불교닷컴


법인 스님은 "투신을 예고한 최장훈 대학원 총학생회장의 절박한 심정은 이해한다, 생명이 가장 소중하다, 투신해선 안 된다, 일면·보광 스님은 최장훈 학생이 투신하겠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을 알고 조속히 해결하길 바란다"고 했다.

스님은 "스님 이사들은 이사 이전에 생명을 보듬고 살려야 하는 수행자이다, 스님이사들은 수행자로서 이사로서 분명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사들이 김건중 학생과 동국대를 살릴 결단을 해 달라"고 했다. 

스님은 "김건중 학생이 단식을 중단할 때까지, 동국대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될 때까지 우리는 무기한 비폭력으로 단식 정진할 것"이라고 했다.

법인 스님은 "최근 종단의 문제해결 방식이 지나치게 세속적이다"라고 했다.

스님은 "물질 권력을 탐하는 것뿐만 아니다. 종단의 생명과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정치 모리배 방식과 정신이어선 안 된다. 한 생명이 사그러들고 있다. 체면치레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함께 지혜 모으자"

금강 스님은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템플스테이 연수가 예정됐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동국대로 향한다. 권력형 종단운영과 재가자들 시비가 싫어서 서울 일은 외면했다. 47일째 단식하는 목숨은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스님은 "스님들이 책임지고 어떠한 방법으로든 멈추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 잠시 시간을 내어 올라와 달라. 함께 지혜를 모으자"고 했다. 다음은 법인·금강 스님의 호소문 전문이다.

어린 생명을 벼랑 아래로 내몰지 마십시오

- 동국대학교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김건중 학생의 단식 중단을 호소하며 단식 정진을 시작합니다 -

총장 선출에 종단 지도부가 개입하여 야기된 동국대학교의 파행이 장기화 되고 있습니다. 급기야 김건중 총학생회 부회장이 학교의 정상화를 위하여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였고 곧 50일째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할 동국대학교 일면 이사와 총장 보광 스님, 조계종의 자승 총무원장 스님은 지금껏 침묵과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종도의 한사람으로서 참담한 마음 감출 길 없습니다. 김건중 학생과 동국대학교 학생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그리고 동국대학교 사태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학부모와 불자들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모든 생명에게 위로와 용기, 지혜와 자비를 실천해야 할 수행자가 오히려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고 있는 현실 앞에 참회하고 또 참회합니다.

동국대학교는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정신을 건학 이념으로 설립한 학문과 진리의 전당입니다. 그러므로 학교는 건강한 상식과 불교적 정법의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갈등과 대립이 발생할 때는 보편적 윤리를 바탕으로 자비와 화쟁의 정신과 방식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의 동국대학교는 부처님의 자비와 화합, 정법의 정신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최소한의 상식과 윤리도 실종되었습니다. 오로지 권력과 지위를 지키기 위해, 옳고 그름을 밀어내고 이겨야만 하겠다는 극한적 승부의 논리만이 득세하고 있을 뿐입니다. 심지어 올바른 학교의 정립을 위하여 목숨을 건 어린 학생의 단식 앞에서도 침묵하고 체면치레의 행보만을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슬프고 남루한 우리의 모습입니다. 우리 모두는 죄인입니다.

김건중 학생의 단식이 장기화 되고 있는 지금, 곳곳에서 종단지도부와 수행자들을 향한 죽비소리를 듣습니다. 시들어가고 있는 어린 생명을 두고 불자들에게 어떤 법문을 할 수 있겠느냐고 힐난합니다. 그렇습니다. 자비의 구현은 지금, 여기, 고통 받고 있는 생명의 현장입니다. 시들어가고 사위어가고 있는 김건중 학생을 눈앞에 두고 청정하고 아름다운 산중에서 경전 읽고 차를 나누고 법문하는 일이 외면이고, 도피이고, 위선인 것 같아 견딜 수 없습니다.

남녘 땅끝 수행자 일지암의 법인과 미황사의 금강은 오늘부터 단식정진에 들어갑니다. 저희는 지금, 아들의 극한적인 단식을 찢어지는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김건중 학생의 부모의 가슴으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저희가 단식정진하는 목적은 오직 하나입니다. 이 어린 학생의 위태로운 생명을 구하자는 것입니다. 순수하고 정직한 학생의 마음에 고통을 소멸을 소멸시켜 주자는 것입니다. 모든 동국대학교의 학생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동국대학교가 생명을 중심으로, 학생을 중심으로, 사태를 해결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오늘 저희의 단식정진이 김건중 학생을 살리고 동국대학교가 지혜와 자비의 연꽃을 피우는 학교로 도약하는 작은 씨앗이 되기를 염원합니다.

2015년 11월 30일 
대흥사 일지암 법인·미황사 금강 합장
#동국대 #법인 스님 #금강 스님 #김건중 #단식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불교닷컴은 2006년 1월 창간한 인터넷 전문매체로서 불교계 소식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며 불교 개혁에 앞장 서고 있습니다. http://www.bulkyo21.com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